뜨는 박원순, 대망론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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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없이 재선 성공, 지방선거 직후 급부상

6.4지방선거의 최대 수혜자는 단연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여당 7선의 거물이자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돼온 정몽준 후보를 여유 있게 제치고 재선에 성공함으로써, 박 시장은 단숨에 야권의 ‘대안’으로 떠오르게 됐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6.4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자,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가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박 시장이 차기 대선주자 1위로 올라섰다는 결과도 나왔다. ⓒ뉴시스

무엇보다 흥미로운 사실은 불과 2년 반 전만 하더라도 박 시장이 이처럼 거물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은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당시 그는 5%도 채 넘지 못하는 지지를 얻고 있었다. 당시 안철수 전 서울대교수가 그에게 후보직을 양보하지 않았더라면, 서울시장직은 꿈도 꾸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박 시장은 확 달라졌다. 오히려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안철수 대표를 훌쩍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문재인과 각축, 안철수는 저 멀리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선주가가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9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6월 첫째 주 주간집계(2일~6일, 4일 제외)에 따르면, 지방선거 직후인 5일과 6일만 집계한 조사에서 박원순 시장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는 15.2%를 기록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이 같은 기간 15.8%를 얻으며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지방선거 직후부터 박원순 시장 지지도 상승폭이 커져 향후 역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주간집계 전체 평균과 대비해서 지방선거 이후 박원순 시장의 지지도를 풀이하면 상승폭은 확연히 눈에 띈다.

박원순 시장은 주간집계 전체 평균에서 지지도 13.5%를 기록했다. 5일과 6일 이틀 간 얻은 지지율이 주간 전체 평균보다 1.7%p 높았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함으로써, 이 같은 지지율 상승이 가능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주간집계 전체 평균에서 16.8%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은 5일~6일 같은 기간 평균 15.8%밖에 얻지 못했다. 지방선거 이후 오히려 지지도가 소폭 하락했다. 즉,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문재인 의원이 하락하고 박원순 시장이 상승하는 상황이 나타난 것이다. 5일과 6일 집계 결과만 놓고 보면, 문재인 의원과 박원순 시장의 격차는 0.6%p에 불과했다.

3위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11.7%를 얻으며 올랐다. 안 대표는 주간집계 전체평균에서는 11.0%를 기록해 지방선거 직후 소폭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에게 대선 지지도는 이미 역전됐고, 그 격차도 점점 더 커져가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이 조사에서 박원순 시장은 야권의 심장부인 호남지역에서 경쟁주자들을 제치고 가장 높은 지지를 얻기도 했다. 호남지역에서 박원순 시장은 23.3%, 안철수 대표는 21.6%, 문재인 의원은 17.7%를 얻었다.

안철수 대표에 이어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낙선한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이 10.6%를 기록하며 4위에 올랐다. 정몽준 전 의원의 이 같은 지지도는 주간집계 전체 평균보다 4.1%p나 낮은 것이다. 5위에는 새누리당 차기 당권주자인 김무성 의원이 7.7%, 6위에는 김문수 경기지사가 7.2%를 얻으며 올랐고,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상임고문 5.6%, 오세훈 전 서울시장 4.8%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주간집계 전체 평균으로는 문재인 의원이 1주 전 대비 1.1%p 상승한 16.8%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그동안 줄곧 1위 자리를 지켜오던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대선 지지도까지 하락하게 된데 따른 반사이익을 본 것으로 분석된다.

정몽준 의원은 3.1%p 하락한 14.7%를 기록하며 2위 자리로 내려앉았다. 3위가 박원순 시장으로 13.5%를 기록했으며, 4위는 11.0%를 얻은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올랐다. 그 뒤로는 새누리당 차기 당대표에 도전한 김무성 의원이 7.4%, 김문수 경기지사 6.9%,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4.1% 등의 지지를 얻었다.

이 여론조사는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025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CATI) 및 자동응답전화(ARS) 방식으로 휴대전화와 유선전화 병행 RDD 방법으로 조사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p였다. 선거일 이후 조사는 5~6일, 이틀간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였다.

◆반기문 없다면 1위 결과도…
박원순 시장이 지방선거 직후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하게 됐다는 보다 확실한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길리서치>가 지난 8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야를 아우른 차기 대통령 적임도를 조사한 결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23.1%로 1위를 차지했다.

반기문 총장에 이어, 박원순 시장이 15.3%를 얻으며 2위에 올랐다. 반기문 총장이 현재 국내에 없다는 점과 유엔사무총장을 지낸 인사가 곧바로 대선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점 등을 고려했을 때, 박원순 시장이 사실상 1위를 차지한 것이나 다름없는 결과였다.

박원순 시장에 이어서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4.2%를 얻으며 3위를 차지했고,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8.4%를 얻으며 4위를 기록했다. 박 시장과의 격차는 두 배에 가까운 6.9%p나 되는 것이다. 이어서는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이 6.5%, 김문수 경기지사 4.1%,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인 3.2%, 김무성 의원 2.1%,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1.6%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더 흥미로운 결과는 반기문 사무총장이 차기 대선에 출마하지 않을 경우, 박원순 시장이 17.2%를 얻으며 1위로 올라선다는 것이다. 박 시장에 이어서는 문재인 의원이 16.8%를 얻으며 2위를 차지했다. 3위부터는 격차가 커졌다. 안철수 대표가 3위에 올랐지만, 12.6%를 얻어 박 시장과는 차이가 크게 벌어져 있었다. 이어서는 정몽준 전 의원 10.6%, 김문수 경기지사 6.8%, 김무성 의원 3.8%,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인 3.6%, 손학규 상임고문 3.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여야를 구분했을 때도 박원순 시장은 20.8%를 얻으며 야권의 대선 후보군 중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원순 시장에 이어서는 문재인 의원이 17.2%, 안철수 공동대표가 13.1%, 손학규 상임고문 5.6%, 안희정 충남지사 5.5%, 김두관 전 경남지사 2.2%, 정동영 상임고문 1.8%, 김부겸 전 의원 1.4%, 김한길 공동대표 1.3% 등의 순이었다.

새누리당 후보군 중에서는 정몽준 전 의원이 12.6%로 1위 자리를 유지했지만, 김문수 경기지사가 10.6%를 얻으며 바짝 뒤쫓고 있었다. 이어,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인이 7.4%, 홍준표 경남지사 4.9%, 김무성 의원 4.8%,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인 3.3%, 김태호-최경환 의원이 각각 0.9%, 유승민 의원이 0.7%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는 구조화된 질문지를 이용한 RDD 전화면접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였다.

▲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당시만 하더라도 박원순 시장은 지지율 5%에 불과한 허약한 체력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크게 달라졌다. 오히려 안철수 대표보다도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뉴시스

◆흔들리는 새누리 불패신화
한편, 이처럼 박원순 시장이 차기 대선주자로서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 외에도 해석할 만한 여지가 있는 또 다른 데이터가 있다. 바로 6.4지방선거 지역별 득표 분석이다. 박원순 시장은 이번 선거에서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정몽준 후보에게 용산구와 서초구, 강남구 등 3개 구에서만 졌다.

그러나 졌지만, 그 차이가 결코 크지 않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새누리당의 강남불패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다. 우선, 용산구의 경우 정몽준 후보의 득표수는 5만 8479표였다. 그런데 박원순 시장 역시 5만 7807표(49.36%)나 얻으며 그 차이가 극히 미미했다. 두 후보 사이의 표차는 불과 682표밖에 되지 않았다. 이 같은 득표수는 2010년 6.2지방선거와 비교해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당시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는 5만 3,285표를 얻었지만, 민주당 한명숙 후보는 4만 4,706표를 얻는데 그쳤었다. 양자간 격차가 8,579표나 됐던 것이다. 이렇게 벌어져 있던 간격을 이번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이 확 좁혀 놓은 셈이다.

게다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용산구 최대 이슈는 ‘용산재개발’ 문제였다. 용산재개발에 적극적이었던 정몽준 후보에 비해 박원순 시장은 그렇지 않았다. 다소 불리할 수 있는 선거구도에서도 박 시장이 선방했다고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인 것이다.

강남에서 박 시장이 얻은 39만 8865표도 의미를 둘 수 있다. 정몽준 후보가 41만 252표를 얻었으니, 그 차이가 예상 외로 적었다. 이를 마찬가지로 2010년 지방선거와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변화로 해석될 수 있다. 당시 오세훈 후보는 강남 3구에서 39만 7064표를 얻었지만, 한명숙 후보는 27만 134표를 얻는데 그치고 말았다. 두 후보 간 격차는 무려 12만 6930표나 됐던 것이다. 4년 만에 박원순 시장이 10만 표 이상을 추격했으니, 놀라운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새누리당 조해진 비상대책위원의 이번 지방선거 성적에 대한 평가는 의미심장하다. 조해진 위원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제 영남이라고 해서,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계층이라고 해서 무조건 새누리당 찍지 않는다”는 위기론을 제기했다. “적어도 새누리당에게 있어 묻지마 투표는 사라졌다”는 위기론이다. 강남 불패, 영남 불패가 흔들리며 유권자들이 이제 조금씩 ‘인물’을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박원순 시장이 서 있다.

그런데 정작 박원순 시장은 아직 차기 대선에 대해 미지근한 반응이다. 이와 관련, 박 시장은 지난 5일 지방선거 캠프 해단식에서 차기 대권도전과 관련한 질문에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박 시장은 이와 관련, “서울시장이 된 마당에 대권을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저는 서울시정만 바라보고 열심히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10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서울시를 넘는 것은 제 관할범위를 넘는 것”이라며 “저는 오로지 서울, 오로지 시민”이라고 강조했다. 대권도전에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지금의 이야기다. 재선 도전에 성공하자마자 대권을 운운했을 때 자칫 역풍이 불수도 있는 노릇이니, 지금으로서는 서울시정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여론은 박 시장에 대한 기대를 점차 높여가고 있다. 박 시장도 이 같은 국민적 요구가 더 커지게 된다면 알 수 없는 일이다. 국민적 요구를 거부할 수 없는, 정치인의 숙명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의 재선이 곧 대권가도가 될 것인지, 그의 말처럼 ‘서울’만 바라보는 행정가로 남게 될 것인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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