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장기화 될 우려가 지속되면서 소비자 경제의 활개를 불어넣기 위해 기업들이 나섰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시작으로 9월 인천 아시안게임까지 굵직한 세계적인 축제가 줄줄이 열림에도 기업들은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지 못했다. 지난 4월 16일 온 국민에게 슬픔과 충격을 안겨준 세월호 참사로 숙연한 사회적 분위기가 만연했기 때문이다.
장기화되는 경기침체 소비 심리 ‘위축’ 심화시켜
굵직한 세계적인 행사가 침울한 경기 반등시킬까
마케팅에 시동 건 유통업계, 월드컵 특수 초읽기
진도 앞바다를 채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라는 문구처럼 인재로 인한 무수한 희생에 지갑을 여는 소비 행동마저 자제되었다. 인근 관광업계 및 숙박, 음식점은 물론 전국으로 경기침체가 번져나갔다. 무언가를 사고 먹고 쓰는 것에 ‘흥’이 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5월 황금연휴에 반짝 소비가 늘었으나 그것도 ‘어버이 날’, ‘어린이 날’ 특수였다. 그 반짝 소비마저도 예년에 비해 크게 미치지 못했고 기업들은 매년 이어오던 ‘행사’도 접을 수밖에 없었다. 현재까지 발견되지 못한 실종자는 12명, 사고 수습 도중 숨진 민간 잠수사의 소식마저 전해지며 국민의 우울감은 극에 달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 마케팅을 한다는 것은 눈치 없는 고문관의 행동처럼 비춰져 기업들은 야심차게 준비한 신상품 광고마저 늦추며 국민의 마음을 헤아렸다.
기업 마케팅 재개, ‘정부’가 나서
슬픔이 저변에 깔린 경기침체가 지속될 경우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기에 정부도 기업을 향해 마케팅 재개 요청을 할 정도였다. 현오석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가 민생업종 애로완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기업도 마케팅 등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재개해 달라”고 말했다. 지난 5일 현 부총리는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30대 그룹 사장단과의 모임에서 “기업들은 계획된 투자를 계속하고, 필요한 인력도 신속히 채용하는 등 본연의 기업 활동에 더욱 매진해 달라”고 당부하며 위축된 소비 심리 회복의 노력이 절실한 상황임을 언급했다. 이어 “모든 경제주체에 경제가 손상되지 않았다는 출발신호가 될 것”이라며 “정부도 공공기관 정상화 등 이달 말 발표 예정인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민생경제 살리기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현 부총리는 “세월호 사고로 서비스업 생산 중에 조선·레저·음식· 숙박 등 소매 판매 가운데 준내구재와 비내구재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며 “그러나 광공업생산은 보합세를 유지하는 등 세월호 사고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침울한 경기, 월드컵 특수 반전 될까?
가라앉은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유통업계의 조심스러운 움직임이 시작됐다. 세월호 참사이후 위축된 소비 심리를 월드컵을 계기로 다시 살려보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그동안 월드컵은 유통업계의 대목이었다. 일각에서는 월드컵이 우리 경제의 ‘반전’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이를 잘 알고 있는 듯 유통업계는 월드컵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유통업계가 대대적인 할인행사로 고객몰이에 나섰다. 지속되는 불경기 속에서 월드컵 마케팅으로 상반기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마트는 가족을 콘셉트로 한 캠핑용품 할인 행사를 열어 텐트·테이블세트·코펠 등을 20% 할인해 판매한다. 캠핑에서 간단히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소시지·맥주 등 캠핑 식품도 저렴한 가격에 선보이고 있다. 홈플러스는 전국 139개 전 점포와 인터넷쇼핑몰에서 여름상품 기획전을 열어 캠핑관련 상품을 최대 50% 할인 판매한다. 텐트·그늘막 등 캠핑용품과 닭고기·맥주 등 나들이 식품을 특가로 판매한다.
롯데마트도 나들이용 식품을 최대 50% 저렴하게 판매해 나들이 구이용으로 인기가 높은 ‘통큰 소불고기’, 한우 등심, 나들이용 모둠 조개 등을 할인 판매한다. 수박도 저렴한 가격에 선보인다.현대홈쇼핑은 월드컵 기간에 맞춘 방송 편성으로 브라질 월드컵 기간 동안 남성 시청자들의 구매가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을 토대로 10만 원대 이하 속옷·스포츠 의류 방송을 늘렸다. GS샵도 경기 시간에 맞춰 디지털가전 및 레포츠의류, 캠핑용품 등 남성상품 편성에 주력할 예정이며 CJ오쇼핑도 대한민국 대표팀 경기에 맞춘 특별 편성을 계획 중이다.
홈쇼핑측은 ‘유로2012’ 당시 평소보다 남성 고객들의 홈쇼핑이 급증해 남성 시청자를 겨냥한 다양한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4년 만에 돌아오는 ‘대목’에 유통업계는 뒤늦게 총력전에 나서 특히 월드컵 경기 결과와 연계된 상금 이벤트가 눈에 띈다. 롯데백화점은 15일까지 경품 응모고객을 상대로 한 경품 행사를 진행해 축구 국가대표팀이 16강 진출 시 100명, 8강 진출 시 200명에게 100만원 상당의 롯데상품권을 증정한다.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롯데백화점 전점 안내데스크에서 응모 가능하다.
현대백화점도 현금 최대 1억 원이 걸린 결과 맞히기 이벤트를 진행한다. 18일까지 고객이 16강, 8강, 4강, 준결승, 우승팀을 예상해 현대백화점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응모할 수 있다. 16강부터 우승팀까지 31개 팀을 모두 맞힌 고객에게는 현금 1억 원을 지급한다. 결승 진출 2개 팀을 맞힌 10명에게는 스마트폰 ‘엑스페리아 Z2’를 제공하고 우승팀을 맞힌 1명에게는 노트북을 준다. 현대백화점 측은 30만 명 정도가 이벤트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류업계도 월드컵 특수에 나서 오비맥주는 카스 후레쉬 월드컵 스페셜 패키지를 제작해 판매한다. 하이트 진로도 6월3일부터 브라질 월드컵 공식 샴페인으로 선정된 ‘떼땅져 2014 브라질 월드컵 리미티드 에디션’ 1200병을 판매한다. 외식업계도 마케팅에 나서 맥도날드는 전 세계 유명 작가들이 직접 참여한 후렌치 후라이 콜라보레이션 박스를 120개국에서 동시에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파파존스는 브라질의 매콤한 카디오카 소스와 치즈를 더한 ‘스파이시 삼바(Spicy Samba)’를 선보인다. 현대자동차는 오는 16일부터 전국 지점과 대리점을 찾는 고객에게 선착순으로 월드컵 응원 티셔츠를 무료 배포한다고 밝혔다. 또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한 다양한 온라인 이벤트를 벌일 예정이다. 이어 우리 국가대표팀의 경기 전날에는 전국적으로 열리는 응원전을 위해 현장에서도 티셔츠를 나눠줄 계획이다. 세계인의 축제에 발 맞춰 국가대표팀을 응원하고 승리를 기원하는 목적으로 이 같은 행사를 연 것 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국가적으로 어려운 일을 당해 모두가 침체에 빠져 있지만 월드컵을 통해 모두가 다시 힘을 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세계 최대의 축제인 월드컵이 눈앞에 다가온 만큼 현대차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모든 국민과 함께 국가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자동차도 ‘기아 서프라이징 스코어 이벤트’를 실시한다고 지난 5일 밝혔다. 이는 2014 브라질 월드컵 대한민국 조별예선 1, 2차전의 경기 점수를 맞히는 고객들 가운데 추첨을 통해 3차전 브라질 현지 응원 기회를 제공하는 이벤트로 기아차는 이번 브라질 월드컵이 한국에서는 새벽시간에 경기가 치러져 길거리 응원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온라인으로 응원할 수 있도록 이벤트를 기획했다.
이벤트는 6월 5일부터 각 경기 후반전이 시작되기 전까지 진행되며, 응모를 원하는 고객이 PC와 모바일로 기아차 월드컵 공식 사이트에 접속해 대한민국 대표팀과 상대팀의 점수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기아차는 대한민국 조별예선 1, 2차전의 점수를 맞힌 고객 중 경기당 2명을 추첨해 3차전을 현지에서 응원할 수 있도록 동반 1인까지 포함 총 8명에게 왕복항공권과 호텔 숙박권 및 경기티켓 등을 제공한다. 기아차는 대한민국의 16강 경기와 8강 이후의 7경기 등 총 8경기의 점수를 맞힌 고객 중 추첨을 통해 매 경기 1명에게 최신형 UHD TV를 증정할 계획이다.
대형 경기 전, 판매 급증하는 고화질 TV 이번에도?
월드컵 특수를 앞두고 고화질TV 판매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TV업계에 따르면 월드컵은 고화질 TV 판매량이 급증하는 대목으로 올해의 경우 월드컵을 비롯해 아시안게임까지 스포츠 경기가 몰려있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경우, 5월 마지막 주의 판매량은 전주 대비 30% 이상 증가했으며 6월 총 판매량은 5월 대비 1.5~2배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LG전자의 판매량도 급증해 UHD TV의 5월 판매량은 올 1월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6월 총 판매량은 월드컵 특수로 큰 폭으로 상승한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고화질 TV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막바지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6월 30일까지 TV 할인혜택 등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삼성TV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한국 국가대표팀이 16강·8강 진출할 때 상품권 증정한다. 또 50만 원 할인혜택과 비디오팩 증정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LG전자도 다양한 마케팅, 프로모션을 진행해 ‘초고화질 LG TV로 즐기는 축구 축제’를 주제로 11개의 인기 있는 TV 모델을 큰 폭으로 할인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55인치 이상 구매 고객 대상으로 대한민국이 16강 진출 시 10만 원, 8강 진출 시 15만 원, 4강 진출 시 20만 원의 캐시백을 제공할 예정이다. 세계적인 축제를 앞두고 마케팅에 시동을 건 유통업계의 이러한 움직임이 위축된 소비심리를 개선시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축제는 축제답게 흥겹게 즐기되 세월호 침몰 사고를 잊지 않고 수많은 희생이 우리 사회에 안겨준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시사포커스 / 이지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