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해 새누리당 내부적으로도 확연한 부정적 기류가 나타나면서 야당의 표적이 이병기 국정원장 내정자로 향하는 분위기다.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철수 공동대표는 “문창극 후보자도 문제지만,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도 문제”라며 그동안 문창극 파문에 가려져 있던 이병기 내정자 문제를 꺼내들었다.
안철수 대표는 특히 “어쩌면 더 심각한 문제일 수도 있다”며 이병기 내정자를 정면 조준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북풍사건이나 트럭으로 재벌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던 ‘차떼기 사건’ 등 온갖 정치공작의 추문에 연루된 이병기 후보자를 내놓는 것이 국정원의 정상화나 적폐 해소를 위한 대통령의 답이냐”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안 대표는 이어,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이것은 아니다. 이렇게 하시면 안 된다”며 “대통령 되시기 전 새누리당의 부끄럽고 추한 과거와 단절하겠다는 천막당사에서 지내던 시간은 다 잊었냐”고 지적했다.
또, “아직도 국정원의 대선개입 재판이 진행 중이고, 많은 국민들이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이 도대체 어디까지 정치공작을 한 것인지 깊은 불신과 의문을 가지고 있는 이 때, 하필이면 이병기 후보자를 지명한 박 대통령의 생각은 도대체 무엇이냐”며 “국정원으로 하여금 무슨 일을 하게 하려는 것이냐”고 뿌리 깊은 불신을 드러냈다.
안 대표는 “이런 인사는 국가를 근본적으로 개조하기 위한 인사가 아니라 거꾸로 가는 인사”라며 “근본적인 변화를 바라는 국민들 기대를 완전히 외면한 인사다. 정권에 충성하고 정권을 지키기 위해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라면 정말 다시 생각하시라”고 일갈했다.
전날(17일) 오후 박범계 대변인도 오후 현안 브리핑을 통해 이병기 내정자에 대해 “2002년 한나라당 차떼기 사건과 관련해 단순 전달책이 아니라, 사건의 실행을 주도한 핵심이었다는 것이 분석결과 확인됐다”며 “대선개입과 정치개입으로 물의를 일으킨 원세훈, 남재준에 이어 대선개입의 원조격 인물을 국정원장에 앉히려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박 대변인은 거듭 “해당사건과 관련 판결문을 종합하면 이병기 후보자는 차떼기 사건의 곁가지가 아니라, 뿌리이자 줄기였다”며 “이병기 후보자는 당시 검찰에 의해서 기소만 되지 않았을 뿐이지 봐주기 수사의 특혜를 입었다. 따라서 당시 기소돼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과 명백히 공범”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오전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도 민홍철 의원은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는 문창극 총리 후보자 논란 속에 슬쩍 넘어갈 생각 추호도 하지 말아야 한다”며 “(차떼기) 외에도 재선형성 과정이 의혹투성이며, 청문회를 진행하면 양파껍질처럼 문제점이 드러날 후보”라고 강조했다.
민 의원은 “정권을 위해서라면 남북관계 파탄과 공작정치의 주역이었던 이병기 국정원장과 같은 인물을 내정하는 것도 불사하겠다는 이 정부의 오만과 독선, 불통의 인사가 지속되고 있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지난 10일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 인선 배경과 관련해 “그동안 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해 왔고, 국내외 정보와 안보상황에 대한 이해가 깊은 분”이라며 “현재 엄중한 남북관계와 한반도 상황 속에서 정보당국 고유의 역할 수행과 개혁을 안정적으로 이끌 적임자로 판단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