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형규·홍준표·박진 "서울시장 나요, 나"
당내 후보들, '강금실 카드' 촉각... 인재 영입론 '꿈틀'
23일 오전 국회 브리핑룸은 눈에 띄게 부산했다. 5·31 지방선거 출마자들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지방선거 출마후보 공모와 함께 공천신청 접수를 시작했다. 그러자 당내 경쟁이 치열한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이 득달같이 공천신청을 마치고 잇달아 기자실을 찾았다. 서울시장 도전자들은 회견을 갖고 저마다의 명분과 슬로건을 내세우며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바야흐로 지방선거 경선 국면에 본격 돌입한 양상이다.
맹형규 전 의원은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과의 '맞대결'을 제안하며 노무현 정권 심판론을 역설했다. 맹 전 의원은 "정 의장과 저는 10년 전 정치권에 영입된 앵커출신으로서 당과 신념을 달리해오며 지금까지 여러번 마주쳐왔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두 사람간 직접적인 대결의 장이 됐다"며 "저와 정 의장은 지방선거에 모든 것을 걸었다"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은 "서울은 새로운 꿈이 필요하다"며 정책 제시와 2007년 대선 기여를 강조, 차별화를 꾀했다. 홍 의원은 "저는 '없는 자의 서러움' 서민의 아픔을 몸으로 느끼며 살아온 사람으로 모래시계 검사, 국적법 등 결코 쉽지 않을 일을 의지로 이뤄냈다"며 "토지 불로소득이 없어진 평당 500만원대의 신개념 아파트를 서민들에게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박진 의원은 "지금이야말로 투철한 애국심과 국제정세에 대한 명확한 판단, 강력한 돌파력을 겸비한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 정신'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라며 "거북선 정신으로 대한민국 정체성과 수도서울을 지키고 세계로 뻗쳐 나가는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제가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반면 박계동 의원은 외부인사를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새 전략을 폈다. 박 의원은 "반 노무현 세력을 결집하고 중심에 서기 위해 외부인사 영입에 대한 문호를 열어야 하며 이에 앞장서겠다"며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의 인재영입을 위한 3자 회동을 주문했다.
한나라당내 서울시장 후보들이 23일 경선후보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에 시동을 걸었다. 이날 오전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후보등록을 마친 맹형규, 홍준표, 박진 후보들은 일제히 국회 기자실을 찾아 카메라 앞에서 출마선언을 하느라 북새통을 이뤘다. 그러나 박계동 의원은 당의 인재영입 의지가 부족하다고 질타하면서 마지막 날까지 후보등록을 미룬다고 밝혔다.
◆박진 "세계화 시대, 글로벌 세일즈맨 시장이 되겠다"
선수를 잡은 박진 의원은 "세계무대에서 서울을 세일즈 해 천백만 서울시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서울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글로벌 세일즈맨 시장'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자신의 외교관, 청와대 비서관, 국회의원으로서의 경험을 강조했다.
박 의원은 "애국적인 '거북선 정신'으로 수도서울을 지키고 정권교체를 이룩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박 의원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고, 애국심으로 수도서울을 지키고, 세계로 열린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지금이야말로 투철한 애국심과 함께 우리를 둘러싼 국제정세에 대한 명확한 판단, 그리고 강력한 돌파력을 겸비한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 정신'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맹형규 "정동영, 서울시장 출마하라"
지난달 31일 당내 경선을 위한 국회의원 '뱃지'를 떼고 예비후보로 뛰고 있는 맹형규 전 의원은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을 겨냥했다. 맹 전 의원은 "정 의장과 나는 10년 전 정치권에 영입된 앵커 출신으로 이번이 직접적인 대결의 장이 됐다"며 "정 의장이 지방선거에서 지방권력을 심판하겠다면 정 의장이 오히려 서울시장에 출마하여 내가 주장하는 무능한 노 정권 심판과 어느 것이 더 큰 명분을 갖는지 국민의 선택을 받자"고 제안했다.
맹 전 의원은 "5월 31일 서울시장 선거는 무능한 노무현 정권을 심판해야 하는지,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제시한 지방권력을 심판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정 의장의 서울시장 출마를 제안했다.
그는 "나는 3선 국회의원의 모든 것을 던지고 이번 선거에 생즉사 사즉생의 결의로 임하고 있고, 정 의장 또한 이번 선거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각오로 야당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며 "정 의장과 나는 10년 전 정치권에 영입된 앵커출신으로서 당과 신념을 달리해오며 지금까지 여러번 마주쳐왔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두 사람간의 직접적인 대결의 장이 됐다"고 말했다.
◆홍준표 "10년 동안 온몸 바쳐 당을 지켜왔다"
홍준표 의원은 "가난이 지긋지긋해 단돈 1만4000원을 들고 서울로 올라 왔던 열여덟살 소년이 검사의 꿈, 정치인의 꿈을 이루고 이제는 서울시장의 꿈을 이루고자 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없는 자의 서러움을 몸으로 느끼며 살아 온 사람이 서민의 한숨을 듣고만 있지 않겠다"며 '아파트 반값 공급' 공약을 적극 부각시키기도 했다.
홍 의원은 "열린우리당의 어떤 후보라도 수도분할세력"이라며 "대선득표만을 위해서 서울 분할을 시도한 그 사람들에게 서울을 맡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명박 서울시장이 시작한 강북 대 개발은 계속돼야 한다. 강북을 바꿔 한나라당이 사랑받도록 만들겠다"며 강북개발을 강조했다.
당 지도부의 서울시장 후보 영입에 대해서는 불만을 보여왔던 홍 의원은 이날도 "지난 10년동안 한나라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온몸을 던져 야당을 지켜왔다. 더 이상 기존 후보들은 왜소하게 하는 작업을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영입하려면 빨리 해서 공정한 경선을 할 수 있도록 하라"며 "내 살아온 전부를 걸고 서울 시민에게 평가받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박계동 "후보들 스스로 인재영입 가로막는 자세 버려야"
한편, 박계동 의원은 "당이 인재영입 문호에 빗장을 내거는 오늘의 시국은 매우 안타깝기 이를 때 없다"며 "한나라당은 정권교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문을 활짝 열고 인재영입과 세력 확대의 호기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박 의원은 "당 지도부는 자신에게 유리한 차기 대권구도를 위해 5·31 지자체 후보들과 눈치보기, 짝짓기에만 골몰하고, 예상 후보자들 또한 후보자 영입에 대한 문을 닫을 것을 요구하고 대권 후보 줄서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현 시기 당의 책무를 방기하고 국민과 당원들의 기대를 외면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경쟁력 있는 인재 영입을 위해 중요한 수도권 전략지역에 폭넓은 인재영입을 위해 박근혜 당대표,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의 지혜를 모으는 3자회동을 주선하고 당 지도부를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개인적으로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시장 등이 인재영입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느꼈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 어윤대 고려대 총장, 박세일, 오세훈 전 의원 등에 대해서는 최종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당의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언론에서 거론됐던 사람들 중 몇몇은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당내 후보들, '강금실 카드'에 촉각... 인재 영입론 '꿈틀'
현재까지 여론조사 결과로 이들 후보간의 우열을 가리자면 맹 전 의원과 홍 의원이 선두에서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박 의원이 조금 뒤쳐져 있는 형세다. 맹 전 의원은 당원 상대 지지도가, 홍 의원은 대중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그러나 이들 중 한 명이 실제로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 굳어질지는 유동적이다. 외부인사 영입에 대한 당내 요구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당내에선 열린우리당의 '강금실 카드'에 맞설 서울시장 후보 영입론이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이미 출마를 선언한 맹형규 전 의원, 홍준표 의원 등의 반발과 부진한 진행상황 탓에 "사실상 영입은 물건너갔다"는 관측이 많았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장 경선의 당사자격인 박계동 의원이 직접 '영입론'을 제기하자, 박재완 인재영입위 간사는 "영입위로서는 경선에 나선 당사자가 대승적 관점에서 문호개방을 이야기한 만큼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반겼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도 "영입은 당연하고 지도부가 나서야 한다"고 맞장구쳤다.
그렇지만 '영입'이 실현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맹 전 의원 등 당내 후보들은 "실적도 없이 자꾸 영입론을 꺼내는 것은 기존 후보들을 흠집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홍 의원도 "10년 동안 온갖 욕을 혼자 먹으면서도 당을 위해 일했는데 후보영입 소문 때문에 작아지고 왜소해지고 있다"며 원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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