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 구조조정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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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 매각 지연에 채권단과 갈등 고조

▲ 동부그룹이 진행하고 있는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의 패키지 매각에 대해 포스코가 보고서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결정하면서 난관에 부딪쳤다. 아울러 채권단이 동부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김준기 회장 측이 이행 조건을 변경하자고 제안해 와 저의를 의심 어린 눈으로 보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동부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이 잘 되어 가는가 싶더니 또다시 암초를 만나 삐걱거리는 모습이다. 구조조정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의 매각이 포스코가 보고서 전면 재검토를 선언하며 난관에 부딪쳤다. 또한 김준기 동부 회장의 사재출연 방식 변경 요청에 채권단이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의도’라며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어 ‘사면초가’의 상황을 맞았다.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의 우선협상대상자인 포스코는 최근 패키지 인수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결정하고 실사 결과 보고서를 M&A팀에 돌려보냈다.

실사 결과 보고서에 제시된 인수금액이 너무 낮아 자칫 인수가 불발될 수 있다고 판단해 인수가격을 적정가격으로 맞추라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로 알려졌다. ‘강한’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취임사로 밝힌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약속을 실천하기 위해 동부제철 인천공장은 포스코로서는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적정가격을 제시해 인수하는 것은 필요충분조건이라는 것이 업계 일각의 생각이다. 우량기업인 동부제철  인천공장을 자칫 외국에 빼앗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마저 돌고 있다. 글로벌 철강 시장이 얼어붙고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포스코도 예전과 같을 수만은 없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이번 인수는 꼭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포스코가 대내외적으로 처한 상황을 놓고 봤을 때 동부 패키지 인수가 꼭 필요하느냐는 비판적인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들어 신용평가기관들이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한 단계 낮췄다. 여전히 ‘우수’하다는 평가지만 최고등급에서 한 단계 밑으로 떨어진 포스코로서는 여간 충격이 있는 것이 아니다.

계열사인 포스코에너지가 동부발전당진과 비슷한 성격의 동양파워 입찰에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포스코로서는 에너지 분야에서 톡톡한 효과를 볼 수 있기에 놓칠 수 없는 기회다.

하지만 4000억 원을 조만간 써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러다 보니 내부적으로 동양파워와 동부발전당진을 모두 인수할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이 일고 있다. 권 회장은 이런 부분을 잠재워야 할 실정이다.

동부로서는 긍정적으로 검토되던 패키지 인수가 연기되면서 당황할 수밖에 없다. 1조 원이 넘을 것이라는 매각대금을 재무구조 안정을 위해 투입할 경우 채권단으로부터의 압박을 상당히 완화할 수 있어 포스코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지만 하루하루 애가 타들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채권단과의 갈등도 걸림돌

동부는 패키지 매각 지연과 함께 채권단과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어 이 부분도 신경을 안 쓸 수 없다.

업계에 따르면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 대상인 14개 기업 가운데 동부를 제외한 13개는 협정을 마쳤거나 마무리 단계까지 와 있는 상태다.

동부와 채권단은 구조조정 방식을 두고 이견이 있는 상황이다.

동부 측은 애초에 김 회장은 동부화재 지분 등 사재 1000억 원 중 800억 원을 동부제철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부제철 인천공장 매각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굳이 동부제철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보다는 다른 계열사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며 애초의 이행 약속 변경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동부제철의 유동성 문제가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만큼 김 회장이 애초의 약속을 지켜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동부화재 지분을 매각하려면 산은이 이에 대해 담보 설정을 해지해야 하지만 오히려 김 회장의 아들인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의 동부화재 지분을 대체 담보로 요구하고 있어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자신 보유 동부화재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애초부터 생각했던 것이지만 아들의 지분을 대체 담보로 맡기는 것은 자칫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어 채권단의 입장을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채권단은 자택까지 내놓으면서 자구안을 마련하겠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하던 김 회장이 그럴 의사가 점점 의미해지는 것이 아닌가 미심쩍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동부와 채권단의 갈등 해결의 실마리는 포스코의 패키지 인수를 얼마나 빨리 결정하느냐에 관건이 됐다.

포스코가 동부의 구조조정의 칼날을 쥐게 된 셈이다.

포스코-동부, 채권단-동부의 관계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졸지에 포스코가 칼자루를 쥔 형국이 됐다. 하지만 포스코도 현재 눈앞에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가 될 수 있다”며 “권오준 회장으로서도 취임 후 악재가 이어지면서 곤혹스러운 상황에서 자칫 자사의 유동성을 흔들 수 있는 인수 작업에 무조건 드라이브를 걸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포스코가 단기간에 재무구조를 더욱 안정적으로 이끌면서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신뢰도를 회복한 후 동부 패키지 인수에 나서는 것이 권 회장으로서도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 사이 동부는 채권단의 신뢰 회복 작업을 진행하면서 패키지 매각에 촉각을 기울이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모든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사포커스 / 전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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