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동부그룹 어떻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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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패키지 인수 포기로 최악의 상황

구조조정 중인 동부그룹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을 패키지로 인수하려던 계획을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패키지 매각을 기초로 해 자구안을 마련하려던 동부그룹은 당장 최악의 유동성 위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채권단이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에게 책임을 물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채권단과의 신뢰가 가장 중요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단과 김준기 회장의 반목의 골이 깊어지면서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이 지금보다 더 큰 어려움에 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 동부그룹이 1969년 창사 이래 최대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다. 더욱이 계열사 매각이 예상과 달리 지지부진하면서 채권단과의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동부

패키지 매각에서 개별 매각으로 가나

지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 패키지 인수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패키지로 나오는 바람에 발전사업을 인수할 수 없었다. 별개로 나왔더라면 새로운 기존에 의해 판단했을 것”이라며 “동부 패키지 가격을 산정할 때도 석탄 발전사업을 확실히 챙겨야겠다는 생각에 예상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 1000억 정도는 나중에 석탄발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시너지에 비하면 별것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해 패키지 인수로 인해 동부발전당진을 인수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현재처럼 패키지 매각이 아닌 개별 매각이 이뤄지면 동부발전당진을 인수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딜이 나오면 다시 한번 고민해봐야겠지만 포스코와 석탄발전 사업은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어떤 식으로든 (딜이) 나올지는 모르지만 동양파워와 동부당진발전소를 동시에 운영할 여력이 있는지 다시 한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해 동부발전당진 인수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포스코가 동부 패키지 인수 중단을 선언하자 산업은행은 곧바로 패키지 매각이 아닌 개별 매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매각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매수자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당초 동부의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동부 측은 개별 매각을 진행할 경우 더 나은 가격으로 매각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올해 초부터 동부제철 인천공장 매각을 위해 물밑에서 여러 업체를 만나 인수 의향을 물었지만 선뜻 나서는 업체는 없었다. 그나마 관심을 보인 곳이 포스코뿐이었다.

산업은행은 포스코에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을 패키지로 인수할 것을 제안했고 포스코도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그 사이 포스코의 신용등급이 한 단계 낮아지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포스코 내부에서도 안정적인 사업을 위해 패키지로 인수하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취임사에서 ‘철강 명가’ 재건을 외친 권 회장으로서도 무작정 인수를 고집할 수만은 없는 상황에 몰렸고 결국 패키지 인수를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동부가 원하던 대로 개별 매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지만 과연 덩치가 큰 동부제철 인천공장에 관심을 가진 기업이 과연 나타날 것이냐는 것이다.

포스코는 권 회장의 말처럼 에너지 부문 강화를 위해 동부발전당진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동부제철 인천공장에는 별 관심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동부발전당진만 매각이 된다면 동부의 구조조정 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은 명약관화하다. 채권단도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는 입장이어서 동부가 느끼는 압박감은 상당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지난해 발표한 사재 출연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뉴시스

손에 쥔 것 놓지 않는 김준기 회장

한 가닥 희망이었던 패키지 매각이 무산되면서 채권단은 모든 책임을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에게 돌렸다.

산은 측은 동부그룹이 지난해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체결하면서 김 회장의 사재출연을 약속했지만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동부가 동부제철의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해 1300억 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800억 원가량을 김 회장이 사재를 출연하기로 약속했지만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 회장은 지난해 800억 원대의 사재를 털어 동부제철에 쓰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다가 동부특수강을 비롯한 일부 계열사 지분 매각이 완료되면서 유동성에 약간의 숨통이 트이자 사재를 동부제철이 아닌 동부인베스트먼트(DBI)에 쓰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이 사재출연을 하기 위해서는 채권단이 김 회장의 동부화재 지분에 대해 설정한 담보를 풀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동부제철의 경영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김 회장이 사재를 동부제철에 투입해야 한다고 맞섰다. 채권단은 DBI가 김 회장의 개인 회사로 봤다.

김 회장은 사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동부화재 지분에 대한 담보 설정을 해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김 회장의 요구에 채권단은 김 회장의 동부화재 지분에 대한 담보 설정을 풀기 위해서는 김 회장의 아들인 남호 씨의 동부화재 지분을 담보로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김 회장은 이를 거부했다.

김 회장 측은 남호 씨가 주식을 보유한 것은 사실이지만 엄연히 정당한 방법으로 취득한 것을 채권단이 담보로 맡기라는 것은 너무 과한 것 아니냐며 강변하고 있다. 자칫 동부화재 경영권이 채권단에 넘어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채권단은 구조조정의 목표는 경영 정상화를 위한 것일 뿐 경영권을 다른 이에게 넘기는 아니라며 김 회장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채권단은 남호 씨가 보유한 금융 계열사 지분으로 3000억 원대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김 회장은 남호 씨의 지분을 담보로 맡길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과 재계에서는 제조와 금융을 양대 축으로 하고 있는 동부그룹에서 동부화재는 금융 계열사의 지주회사 격이다. 따라서 현재 유동성 위기에 몰리고 있는 제조 부분을 포기할지라도 우량 기업들인 금융 계열사를 물려주기 위해서는 남호 씨가 소유하고 있는 동부화재 지분을 담보로 맡기는 일은 결코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채권단은 김 회장이 자구안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우량 계열사인 금융 계열사 지분을 담보로 내놓는 것이 진정성을 보이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채권단은 그동안 동부그룹이 보여 온 태도에 대해서도 불만이다. 동부 측이 자신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시간끌기를 했다며 곱지 않은 시선으로 동부를 바라보고 있다.

▲ 포스코가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 패키지 인수를 포기하면서 동부의 자구안은 차질을 빚고 있다. 이 때문에 동부제철을 비롯한 일부 계열사들이 채권단과 자율협약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뉴시스

빚 못 갚은 계열사 줄줄이 생길 듯

패키지 매각이 무산되면서 동부그룹의 제조 부문 계열사들의 유동성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동부제철, 동부CNI, 동부메탈, 동부건설은 1년 미만의 단기 차입금과 회사채 등이 많은 반면 쌓아놓은 현금성 자산은 부족한 상태다.

동부제철은 1분기 기준으로 올해 갚아야 할 회사채가 7월 5일 700억 원, 8월 26일 400억 원 등 1100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잔여 만기가 1년 이하인 회사채가 총 2710억1300만 원이다. 단기차입금 또한 6028억 원이다. 대략 1조 원에 다다른다. 비채비율도 높아 307%에 이른다.

반면 현금성 자산은 359억2491억 원에 불과하다. 당장 다음 달에 돌아오는 회사채 700억 원을 갚을 수 없다.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동부제철은 곧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

동부CNI 또한 부채를 갚지 못할 형편이다.

동부CNI는 잔여만기가 1년 이하인 회사채가 1300억 원이고, 단기차입금이 368억 원이지만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16억7000여만 원에 그친다. 특히 동부CNI는 동부그룹의 지주회사격이기 때문에 동부 입장에서는 동부CNI의 채무를 제대로 갚지 못했을 때 발생하는 여파가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동부메탈도 비슷한 상황이다. 동부메탈은 단기차입금이 1509억 원이고, 잔여만기가 1년 이하의 회사채도 1100억 원가량 된다. 하지만 현금성 자산은 369억 원으로 당장 갚아야 할 채무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부건설은 최악의 건설 경기 속에서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동부건설은 잔여만기가 90일 이하인 기업어음이 470억 원, 잔여만기가 1년 이하인 회사채 규모는 2000억 원가량 된다. 차입금 및 사채 규모도 9102억 원이지만 442억 원대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부채 총액도 2조474억 원으로 자본금 3119억의 6.6배나 많은 상황이다.

동부그룹 계열사들 중에서 당장 다음 달부터 만기가 도래하는 채무가 있어 동부그룹은 자칫 연이어 터지는 유동성 위기로 크게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한국신용평가는 동부CNI, 동부메탈, 동부건설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강등하고 하향 검토 대상에 등재한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힘겨운 상황에서 동부그룹의 운명은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최근 동부제철은 채권단과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금융권에서는 다른 제조 부문 계열사들도 조만간 비슷한 처지에 놓일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동부가 구조조정을 위해 확보한 자금은 5700억 원에 그치고 있다. 채권단과 약속한 2조7000억 원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전체 자구안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의 매각도 중단됐다. 개별 매각에도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계열사 매각이 지연될 경우 동부그룹이 제조 부문을 포기하고 금융 부문만 살려 금융전문 그룹으로 재편될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

현재 동부가 내놓은 계열사들은 그룹 내에서도 주축이 되는 기업들이다. 이런 기업들이 매각이 될 경우 제조 부문은 상대적으로 금융 부문에 비해 약세가 될 수밖에 없다. 자구노력을 최대한 하겠지만 기존의 위치를 확보하기 어려울 경우 동부로서는 과감히 제조 부문을 정리하고 그 자금을 금융 부문에 투입할 가능성도 있다.

동부는 이미 1990년대 이후부터 금융그룹으로의 변모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동부화재, 동부생명, 동부증권, 동부자산운용, 동부저축은행, 동부캐피탈 등은 이미 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향후 안정정인 발전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예견하는 금융그룹으로의 변모 가능성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동부는 그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시장지배력을 구축해 왔다. 하지만 무리한 확장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 같다. 이번 구조조정은 분명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 사이 동부그룹이 많이 힘겨울 수도 있지만 새로운 도약을 위한 아픔이라고 생각하고 잘 참아낸다면 향후 더 튼튼한 기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사포커스 / 전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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