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차이나’라는 제품 브랜드로 유명한 도자기 식기 전문기업 행남자기가 최근 경영권 매각설에 휘말리고 있다. 또한 신일산업·대구백화점·한올바이오파마 등 건실한 중견기업도 주식 매입·매각을 중심으로 한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고 있어 업계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중견기업들 주식 매입·매각 중심 경영권 분쟁 ‘시끌’
신일산업에 ‘적대적 인수합병’ 선언한 노무사 황귀남
일각 “차익 노리는 슈퍼개미의 작전”이란 의혹존재
73년 전통을 자랑하는 도자기 식기 전문기업 행남자기는 무엇보다 ‘본차이나’로 널리 알려져 있는 견실한 중견업체다. 그런데 최근 행남자기가 느닷없이 ‘경영권 매각설’에 휩싸여 업계로부터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분 매각과 신사업 진출 움직임이 동시에 일어난 행남자기
최근 행남자기는 국내 도자기 제품의 입지가 좁아진데 따른 실적 부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주주 지분 매각과 전망이 극히 불확실한 신사업 추진 등으로 업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에 놓였다.
최대주주 일가가 지분 20%를 전격적으로 매각하면서 “경영권을 매각하려는 수순 아니냐”라는 이야기가 퍼지더니 곧바로 유상증자에 나서자 “수상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지난 6월 26일 행남자기는 9억9,999만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신주가격을 주당 6640원으로 전격적으로 확정했다. 발행 대상은 김정주 씨와 (주)미리미 등 네 명이며 납입일은 7월 4일, 상장일은 7월 25일로 예정되어 있다. 이는 원래 예정했던 47억9,999만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두 번으로 나눈 형태다.

앞서 행남자기는 지난 6월 24일에 총 47억9,999만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증자를 결정한 바 있다.이 때 행남자기 측은 운영자금과 타법인 증권 취득 자금을 목적으로 하는 유상증자 소식을 공시했다. 행남자기는 김정선 외 4인을 대상으로 38억 원, 김정주 외 4인을 대상으로 10억 원 규모의 제3자 유상증자 배정을 실시했다. 이러한 행남자기의 상황에 대해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원래 10억 원 미만의 소액공모 증자의 경우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며 이와 동시에 보호예수도 설정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 때문에 행남자기 유상증자와 관련하여 해당 투자자들은 증자 직후 차익 실현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차액이 발생할 것을 의도한 단순 투자일 확률이 높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업계에서는 이번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행남자기에 대한 투자에 나서고 있는 (주)미리미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주)미리미의 대표이사는 유명 중견 탤런트 A씨의 남편으로 유명한 B씨다. B씨는 지난 2011년 회사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이것이 원인이 되어 B씨가 대표를 맡고 있던 코스닥 상장사는 2010년 상장폐지 되기도 했다 이후 B씨는 두드러진 행보를 보여주지 못하다가 이번 행남자기 유상증자 참여를 계기로 다시 등장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와 더불어 투자자들은 행남자기 오너가의 급작스러운 지분 매각에 대해서도 ‘예사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21일 김용주 행남자기 회장의 모친 김재임 씨 등 오너가 네 명은 경영컨설팅업체 이엘글로벌 및 개인투자자 여덟 명과 주식매도 계약을 맺고 지분 20.62%를 37억 원에 넘긴 바 있다.
경영권 분쟁 새 국면 접어든 신일산업
한편 행남자기 측은 이처럼 세간에서 불거진 의혹들에 대해 “몹시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행남자기 관계자는 “유상증자는 신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경영권 매각과는 관계가 없다”고 일축했다. 투자자들과 관련된 시장의 말들 역시 억측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그렇지만 업계에서는 행남자기가 진출를 모색하고 있는 신사업에 대해서도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미 신사업 분야에 진출한 적이 있지만 만족할 만한 결실을 맺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반응이다. 행남자기는 지난 2003년 김 사업을 새롭게 시작한 후 2004년 사업목적에 식품 제조 및 판매를 추가했으며 같은 해 베이커리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사업 다각화를 위한 행남자기의 노력에 대해 업계에서는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라는 평가를 내린다.
김 사업은 비교적 선방했다는 반응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행남자기는 식탁용 김 브랜드 ‘김 한 장의 행복’을 통해 ▲지난 2011년 67억 원 ▲2012년 74억 원 ▲2013년 6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에 비해 베이커리 사업의 경우 ‘크리스피 앤 크리스피'란 브랜드로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했지만 수익을 내는 데는 실패, 결국 2009년 사업을 철수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행남자기가 머지않아 다시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 신사업은 그만큼 회사의 운명이 달린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행남자기 외에도 경영권과 관련해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는 기업이 또 있으니 바로 선풍기 제조업체 신일산업이다. 올해 내내 경영권 분쟁에 시달리고 있는 신일산업은 최근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신일산업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을 선언한 노무사 황귀남 씨가 지난 7월 2일 임시주총 소집 소송에서 부분 승소한 것이다. 황 씨는 감사 선임의 기회는 잡았지만 경영권 분쟁의 주요 쟁점인 이사 선임 안건은 기각되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7월 2일 수원지방법원은 황 씨가 제기한 임시주총 허가 소송에 대해 임시의장 선임 등 5개 안건에 대한 주총 소집을 허가했다. 이 판결이 최종 확정될 경우 신일산업은 임시주총 일정을 잡아야 한다.
이 임시주총에서는 송권영 이사 해임, 정윤석 감사 해임, 조성규 감사 선임, 검사인 선임 안건도 주총에서 논의된다. 그렇지만 법원은 경영권 분쟁의 주요 쟁점이라 할 정관 일부 개정 및 정관 개정을 전제로 하는 이사 선임의 건은 기각했다. 이같은 판결에 대해 업계에서는 “비록 이사 해임 건이 통과되더라도 이사 선임은 황 씨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기존 이사회 결정에 따라 이루어지기 때문에 핵심적인 안건은 기각된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보는 분위기다. 다만 황 씨가 임시주총에서 표 대결을 펼쳐 승리할 경우 본인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신일산업 감사로 선임하여 경영진을 감시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이번 판결에 대해 신일산업 측은 입장을 크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신일산업 측은 “법원 판결을 더 파악한 뒤 항소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경영권 노리는 의도인가 주식 차익 목적인가?
황귀남 씨는 지난 3월 28일 개최된 정기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을 포섭해 33%의 의결권을 확보한 상태에서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하다가 실패한 바 있다. 하지만 황 씨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현재 15%이상 지분을 확보, 이후에도 추가적으로 지분율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6월 26일 황귀남 씨는 “신일산업 주식 84만2,107주(1.65%)를 추가로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황 씨 및 특별관계자의 지분은 16.68%로 늘어나게 됐다. 황 씨는 지분신고 보고서에서 보유 목적에 대해 “경영권 참여 및 지배구조의 개선 등을 위해서”라고 밝혔다.
최근 불거진 중견 업체의 경영권 분쟁은 대구백화점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6월 27일 대구백화점은 대백프라자에서 개최된 제45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최대 주주인 구정모 회장 측이 제안한 사내외 이사 후보 세 명이 모두 선임됐다. 2대주주인 CNH리스 측이 제안한 비상임 감사 선임건과 사외이사 및 비상무이사 선임 건은 주주들 표결에서 과반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 또 현금배당안도 최대주주 측이 제안한 1주 당 보통주 600원, 우선주 650원 안이 가결됐다.
현재 CNH 측은 손자회사인 CNH리스(9.92%)와 CNH하스피탤러티(5.12%)를 통해 대구백화점 지분 15.04%를 보유하고 있다. 현 대구백화점 경영진이자 최대주주인 구정모 회장 측의 보유지분은 19.7%다. 최대주주인 구정모 회장 측과 2대 대주주인 CNH 측과의 지분 격차는 4.66%포인트다. CNH 측은 이사회를 견제하고 투명한 회계를 위해 독립된 감사 선임의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주주들의 표결에서 과반을 얻지 못했다. 이번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은 현 경영진인 구정모 회장측의 손을 들어주며 안정적 경영을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거액 개인투자자(일명 ‘슈퍼개미’)가 한올바이오파마에 경영 참여 의사를 밝혀 그 가능성을 두고 업계의 의견이 분분하고 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1973년 설립되어 합성의약품 및 바이오의약품 제조판매를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는 기업이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 김홍철(44) 씨는 부인과 함께 한올바이오파마 주식 213만1,860주(5.1%)를 장내에서 취득했다. 김 씨는 지분 취득 공시를 통해 본인이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사는 회사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 김 씨는 여의도에 사무실을 운영하는 전업 투자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투자 목적에 대해 “경영참여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117억 원을 들여 장내에서 꾸준히 한올바이오파마 주식을 사들였다. 이 중 10억 원은 65만여 주를 담보로 맡기고 동부증권으로부터 차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왜냐하면 이 같은 경영권 분쟁 가능성으로 인해 한올바이오파마 주가는 급등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씨가 한올바이오파마 주식을 매입한 날 한올바이오파마의 주가는 7.71% 상승했다. 올해 들어 7%대 강세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경영권 분쟁으로 최대주주 간 지분 싸움이 진행되면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개인투자자들이 매수 주문을 대거 했기 때문이다. 한편 한올바이오파마 측은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부인했다. 한올바이오파마 관계자는 “김홍철 씨는 약 4~5년 전부터 한올바이오파마 주식을 꾸준히 매입해온 것으로 안다”며 “최근 보유지분이 5%를 넘어가면서 주식대량보유 신고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차익을 노리는 슈퍼개미의 작전”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경영권 분쟁을 일으켜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시사포커스 / 하준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