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과 롯데그룹의 형제간 지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당사자들은 이 같은 지분 매입이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라고 강조하지만 업계에서는 “후계 구도와 관련한 경쟁”이라는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자칫 이른바 ‘형제의 난’이 벌어지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효성 형제간 지분 싸움 ‘과열’ 양상으로 치달아
후계는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 경쟁으로
롯데가, 신동주 부회장 ‘승계’로 가닥이 잡힐까?
공교롭게도 거의 같은 시기에 효성그룹과 롯데그룹의 형제간 지분 경쟁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데 대해 여러 해석을 내놓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후계 구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경쟁”이라는 분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치열한 지분 경쟁 벌이는 효성 가 두 형제
무엇보다 지분 경쟁이 가히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기업은 단연 효성그룹이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79)의 장남인 조현준 (주)효성 사장(46)과 3남인 조현상 (주)효성 부사장(43) 사이의 지분 경쟁은 그룹 내부 분위기를 뒤흔들 정도로 가열차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렇게 조현준·조현상 형제 사이의 지분 경쟁이 굉장히 치열한 양상을 보이는 주된 이유로는 “무엇보다 총수인 조석래 회장의 앞날이 극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차적으로 최근 조석래 회장은 건강이 상당히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석래 회장은 79세의 고령인데다 지난 2010년 담낭암 말기 판정을 받아 절제 수술을 받은 바 있다. 여기에 올해 초에는 전립선암까지 발견되어 호르몬 및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아울러 현재 서울중앙지법은 8,000억 원 규모의 탈세·배임·횡령 혐의로 기소된 조석래 회장에 대한 공판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분식회계 혐의가 가장 큰 사안인데, 이에 대해 조 회장 측은 공판에서 분식 사실은 인정했지만 “경영을 위한 피치 못할 조치였으며 사적 이익을 추구하지는 않았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그런데 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정부기관인 증권선물위원회가 조석래 회장과 이상운 부회장에 대해 해임을 권고하고 나섰다. 물론 어디까지나 ‘권고’이기 때문에 강제성은 없지만 정부기관에서 공식적으로 나온 내용인 만큼 조석래 회장의 위상은 그만큼 타격을 입게 됐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머지않아 비워질지도 모를 아버지의 자리를 두고 아들 삼형제 사이의 후계 다툼이 치열해지는 형국이다. 일단 현재는 장남 조현준 사장이 기선을 제압하고 나선 상황으로 보인다. 지난 7월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효성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주)효성은 지난 2일 최대주주가 조석래 회장에서 조현준 사장으로 바뀌었다고 공시해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현준 사장은 지난 7월 1일 (주)효성의 주식 3,500주를 사들인 바 있다. 이에 따라 조현준 사장의 지분율은 10.33%까지 올랐다. 이는 조석래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인 10.32%을 앞선 수치다.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도 여전히 ‘변수’
원래 효성 가 3형제는 각자 7% 수준의 (주)효성 지분을 보유한 상태에서 후계자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 바 있다. 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결국 조현문 전 부사장이 경영 일선을 떠나게 되자 후계 구도는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의 경쟁으로 좁혀졌다. 사실 이후 두 사람은 그동안 경쟁적으로 지분율을 높여왔다. 지난 2011년 9월부터 2013년 7월 2일 공시 때까지는 조 부사장이 조 사장보다 지분율이 높았다. 하지만 지난해 9월 2일 공시 때는 조 사장이 9.14%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동생을 앞지르게 됐다. 조 사장은 지난 2일 조 회장의 지분율까지 넘어섰다.
하지만 조현상 부사장도 이에 굴하지 않고 지난해 3월 이후부터 마치 형과 경쟁을 펼치듯 주식 매입을 활발히 진행하여, 최근에는 지분율을 10.05%까지 끌어올렸다. 조 부사장이 이렇게 보유 지분을 높일 수 있었던 것은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회사를 떠나게 되면서 지분을 매각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이처럼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이 함께 지속적으로 지분을 매입함에 따라 재계 일각에서는 두 사람이 경영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해석을 하기도 했다. 조 회장이 분식회계를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고 건강 문제도 최근 불거져 경영권 승계 작업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일선에서 물러난 것으로 보였던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여전히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최근 형과 동생이 각각 지분율 80%의 최대주주로 있는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 (주)신동진에서 “횡령·배임이 발생했다”며 두 회사 모두의 대표이사인 최현태 씨를 고발해 재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의 지위는 크게 흔들리게 된다. 심지어 횡령·배임 등의 혐의는 자칫 실형을 피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극히 중대한 사안이다.
한편 조현문 전 부사장은 지난 해 3월 (주)효성의 지분 240만주를 약 1,250억 원에 매각했다. 재계에서는 이를 통해 최소 1,000억 원대의 현금을 확보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때문에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의 신상에 변수가 생긴다면 ‘반격’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효성 측에서는 이러한 형제간의 치열한 지분 경쟁 양상에 대해 “확대 해석”이라며 적극 항변하고 있다. 한 효성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2월 조현문 전 부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 형제가 지분매입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렇기 때문에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분 매입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재계에서 한창 말이 나오고 있는 형제간 지분 매입 경쟁설에 대해서도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이 엄연히 협의 아래 지분을 사들이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현재 경영 능력이 다소 우위에 있는 것으로 검증된 장남 조현준 사장이 일단 경영 승계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향후 조현상 부사장은 효성그룹의 일부 계열사나 사업을 할당받고 독립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조현준 사장이 부친인 조석래 회장과 함께 탈세·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상태이기 때문에 재판 결과에 따라 경영권 승계에 돌발 변수가 있을 수도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롯데에서도 미묘한 주식 매입 신경전이?
한편 신격호 명예회장의 두 아들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형 신동주 일본 롯데 부회장의 롯데제과 지분 매입 경쟁도 상당히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어 그 배경을 놓고 재계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현재 롯데그룹은 신격호 명예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일본 롯데 부회장이 일본의 계열사를,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한국의 기업을 맡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신동주 부회장이 주요 계열사인 롯데제과 지분을 계속 사들이는 등 후계구도에 복잡한 기류가 흐르고 있기도 하다.
신 부회장은 지난해 롯데제과의 지분을 꾸준히 사들였다. 이를 통해 신동빈 회장 지분율과의 격차를 차츰 줄여나가고 있다. 이에 질세라 최근 신동주 부회장은 롯데제과 주식을 추가로 매입해(529주(0.04%)), 지분율을 3.89%까지 확장시켰다. 롯데제과는 무엇보다 롯데그룹의 모태가 되는 회사라는 상징성이 있다. 여기에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알미늄→롯데제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의 핵심 역할을 하는 기업이라 상당히 중요하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두 사람이 경영권을 놓고 본격적으로 지분 경쟁을 벌이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신격호 총괄회장의 롯데제과 지분율은 6.83%다. 신 회장은 지난해 6월 롯데쇼핑이 보유한 롯데제과 주식 6,500주를 매수한 뒤 현재까지 추가 매입은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한국 롯데그룹의 최대 계열사로 꼽히는 롯데쇼핑의 경우, 신동빈 회장이 13.46%, 신동주 부회장이 13.45%를 각각 갖고 있다. 두 형제의 지분율이 거의 차이가 없어, 역시 ‘장악력’은 롯데제과 주식 보유 비율에 따라 판가름 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또한 재계 일각에서는 “현재 신동빈 회장의 리더십이 당초 기대보다는 다소 낮은 것으로 나타나는 상황이라, 신동주 부회장의 주식 매입 움직임에 대해 그만큼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라고 보고 있기도 하다. 최근 롯데그룹은 롯데 계열사 관련 비리의혹이 연달아 불거지며 어수선한 분위기인데다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LIG손해보험 인수까지 불발돼 악재가 그치지 않고 있다. ‘후계’ 면에서 적지않은 치명타를 입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롯데그룹의 경우 일본롯데와 한국롯데 계열사 간 지분 분리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롯데그룹의 후계구도는 여전히 애매모호한 상황에 놓여있다. 경우에 따라 신동주 부회장이 ‘치고 나갈’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상황에 대해 롯데그룹 측 역시 확대 해석을 부쩍 경계하는 눈치다. 한 롯데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신동빈 회장이 롯데제과 주식을 매입한 것은 롯데미도파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상호출자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며 “또한 신동주 부회장의 지분 매입은 어디가지나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진 투자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재계 일각에서는 “어디까지나 한국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일본롯데는 신동주 부회장이 승계하는 것으로 가닥이 분명히 잡혀있는 만큼 확대 해석은 곤란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시사포커스 / 하준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