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이 장남 조현준 사장, 삼남 조현상 부사장 등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한 이른바 ‘효성가 형제의 난’ 사건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재배당돼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12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최근 지난해 7월과 10월, 조현문 전 부사장이 형인 조현준 사장을 포함한 그룹 계열사 전·현직 임원 9명을 배임·횡령 혐의로 고발한 ‘형제의 난’ 사건 수사를 특수4부에 재배당했다고 밝혔다.
재계는 이 사건이 특수부에 배당된 것에 대해 검찰이 효성그룹의 비리 전반을 들춰보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 아니겠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고소·고발 사건을 전담으로 하고 있지만, 특수부는 주로 정치인과 대기업의 비리 사정을 전담하는 부서다.
다만 검찰은 “업무 분담 차원에서 넘긴 것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고소·고발 사건이 몰리는 조사부 특성상 업무 과부하를 막기 위해 분담이 이뤄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조사부 수사는 화해·조정이 이뤄지기도 하는 것과 달리 특수부 수사는 대부분 기소를 전제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검찰이 이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즉, 형제간의 다툼이 아니라 그룹 비리에 대한 사정으로 검찰이 입장을 선회했다는 얘기다. 지난 2013년 조석래 회장의 비리 수사 역시 특수2부에서 담당했다.
검찰은 조현문 전 부사장을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고발 배경을 파악하고 관련 증거 자료를 받았으며, 조만간 피고발인들도 소환해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효성가 형제들의 불협화음은 지난 2013년 2월 조현문 전 부사장이 자신의 효성 지분을 가족이 아닌 기관투자가 등에게 처분하고 자신이 이끌던 효성의 중공업PG(프로젝트 그룹)에서 사임하는 등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불거졌다. 이후 사실상 승계 구도에서 밀렸다는 소문이 돌았던 조현문 전 부사장의 폭로에 의해 효성그룹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와 검찰의 수사가 이어졌다.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와 미국 변호사자격증을 따고 미국 유명 법률회사에서 근무한 조현문 전 부사장은 원리원칙을 따지는 스타일로 부친과 형의 경영방식과 충돌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업계에서는 조현문 전 부사장이 회사 내부의 잘못된 관행을 지적하다 회사를 나왔다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이후 조현문 전 부사장은 잇단 민·형사 조치를 통해 효성그룹의 불법행위를 폭로했다. 지난해 7월 1차 고발 당시 조현문 전 부사장은 계열사의 최모 대표를 1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하면서 부당 이익이 형인 조현준 사장과 동생인 조현상 부사장으로 이어졌다고 지목했고, 3개월 뒤 2차 고발에서는 아예 조현준 사장을 고발했다.
2차 고발 직후 조현문 전 부사장은 자신을 찾아온 조석래 회장을 문전박대했다는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는 과정에서 “그룹 내 불법비리들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감사를 추진하다 쫓겨났을 당시와 달라진 것이 없다”며 격앙된 감정을 쏟아내기도 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