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은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를 대부분 상환해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오는 9월 대출 상환을 앞두고 있어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이처럼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동부그룹의 현황을 들여다본다.
만기 도래 회사채 대부분 상환해 급한 불을 꺼
대출 후 ‘동부팜한농’ 주식 매입해 회사채 상환
일각에서 붉어진 동부대우전자 ‘재매각설’ 확산
지난 7월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동부그룹은 자사 계열사의 올해 하반기 회사채 만기 도래 물량 4,244억 원 가운데 61.3%에 해당하는 금액인 2,600억 원을 자체적으로 마련한 자금으로 상환하거나 채권단 공동관리 체제에서 차환이 이뤄지는 자율 협약 방식으로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9월 김준기 회장 ‘개인 파산’ 가능성도 제기돼
7월 초 동부CNI에 몰린 500억 원에 이르는 자금 압박 상황은, 회사가 보유한 동부팜한농 주식 2,267만여 주를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장남 김남호 씨와 장녀 김주원 씨에게 635억 원에 매각하는 방법을 통해 해결했다. 이와 더불어 동부팜한농 회사채 700억 원과 동부메탈 회사채 300억 원도 이달 7월 초 만기가 도래했지만 모두 자금을 마련해 상환하는 데 성공했다. 김준기 회장 일가가 동부화재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뒤 동부팜한농 주식을 매입하는 방법으로 회사채를 상환한 것이다.
또한 7월 초 동부제철에 돌아온 회사채 700억 원은 자율협약 개시와 더불어 채권단은 동부제철에 대해 운영자금 1,6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해 결국 차환 발행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 금액은 애초 동부제철이 요청한 매출채권 자산유동화 자금 3,500억 원 가운데 절반 수준이다. 이렇게 하여 동부그룹 계열사의 회사채 가운데 올해 연말까지 만기가 남은 금액의 규모는 약 1,644억 원으로 알려졌다. 상세 내역을 보면 ▲동부건설 844억 원 ▲동부CNI 200억 원 ▲동부팜한농 300억 원 ▲동부메탈 300억 원 등이다.
동부그룹 측은 이러한 금액 가운데 절반가량은 현재 경쟁 입찰에 들어가 있는 동부발전당진 매각 대금이 나오는 대로 갚는다는 계획이다. 동부발전당진의 경우 원래는 이른바 ‘패키지 딜’의 일부였지만, 현재는 경쟁 입찰을 통한 개별매각으로 방향을 바꿔 인수의향서를 받아놓은 상황이다. 또한 동부그룹 측은 나머지 동부CNI·동부팜한농·동부메탈 등에 돌아오는 회사채에 대해서는 계열사 자체에서 충당한 자금을 통해 상환을 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더욱이 현재 김준기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동부인베스트먼트의 담보 여력 회복 문제가 시급한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원래 동부인베스트먼트는 동부하이텍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설립된 계열사다. 그런데 동부인베스트먼트는 동부팜한농·동부메탈 등 계열사의 경영권 문제와 깊숙이 얽혀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김준기 회장 측은 부족한 담보 여력을 다른 방법을 통해 확보해야 할 상황에 놓여있다.
인수전 활발하게 진행되는 동부발전당진
이렇게 동부그룹은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 상환에 성공하여 일단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절대 아니다. 오는 9월에 두 번째이자 결정적인 고비가 도래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지난 7월 17일 채권단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오는 9월 만기가 돌아오는 동부그룹 회사채는 동부건설 500억 원·동부CNI 200억 원 등 총 700억 원이다. 금액 자체가 아주 크지는 않아 해결에 문제는 없으리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동부건설 회사채의 경우 동부발전당진 매각대금으로 충당할 수 있으며 동부CNI 또한 만기 물량이 크지 않아 무난히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오는 9월 29일 경 만기가 돌아와 상환해야 할 자산담보부대출(ABL) 금액이 무려 3,100억 원 규모나 된다는 것이다. 특히 이 대출의 경우 김준기 회장이 개인자격으로 연대보증을 서있는 상황이라서 최악의 경우 김 회장은 개인 파산까지 이를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당시 김준기 회장은 2009년 동부하이텍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동부화재 지분 매각대금 932억 원과 매입한 동부메탈 지분을 담보로 1,900억여 원을 대출해 자금을 마련했다. 이 대출은 지난 2013년 3월 만기가 돌아왔는데, 당시 동부그룹은 메탈 주식가격이 떨어져 담보가치가 하락했다.

이에 동부그룹 측은 동부화재 및 동부생명 주식 등으로 담보를 보강해 3,100억 원 규모의 자산담보부대출을 발행해 갚았다. 이 과정에서 김준기 회장은 개인 자격으로 자산담보부대출에 대해 연대보증을 섰다고 한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오는 9월 말 자산담보부대출의 만기가 도래하게 되면 다시 한 번 동부그룹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여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동부인베스트먼트가 김준기 회장의 개인 회사이며, 동부메탈의 경우는 은행권 대출이 많지 않은 편이라 지원할 명분이 뚜렷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동부인베스트먼트가 3,100억 원의 자산담보부대출을 제때 상환하지 못한다면 연대보증을 선 김준기 회장에게 책임이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김 회장은 이미 사재를 출연해 채권단에 내놓은 상황이기에, 업계에서는 더 이상 빚을 갚기 위해 개인 자금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김준기 회장 개인 파산 우려’가 널리 나오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김준기 회장에게 위기에 닥치면 자녀들이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이처럼 동부그룹이 현재 놓인 상황이 상당히 급박하기 때문에, 그룹 측이 매물로 내놓은 동부발전당진 및 동부하이텍 등 계열사 인수전의 향방에 대해 재계의 관심이 크게 모아지고 있다.
동부그룹은 지난해 말 총 3조 원 규모에 이르는 자금조달 계획을 발표했다. 그렇지만 올해 5월 KTB PE에게 3,100억 원에 매각된 동부익스프레스를 빼놓고는 아직 성사된 계열사 매각 건이 없다. 다만 동부발전당진의 경우 비교적 활발하게 인수전이 진행되고 있는 편이다. 지난 7월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동부발전당진 매각 예비입찰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기업은 GS EPS·LG상사·SK에너지·대우건설·삼탄·대림산업 등 모두 여섯 곳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특히 대림산업과 대우건설은 발전사업자는 물론 EPC(설계·자재·시공) 지분까지 확보할 수 있어 인수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동부대우전자 재매각설’도 확산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건설사 중에서는 사업수행력이나 자금력으로 봤을 때 대림산업보다는 대우건설이 더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상 마지막 민간 발전 사업이라는 점 때문에 SK에너지·삼탄 등 에너지업체와의 경쟁이 극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아울러 동부하이텍은 지난 2일 세무당국을 상대로 낸 778억 원 규모의 법인세 취소 소송에서 승소해 잠재적 손실위험을 덜어냈으며 올해 상반기 흑자 전망으로 매각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내·외 반도체업체와 사모투자펀드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최근 동부그룹 구조조정안이 원래 계획안과는 달리 차질을 빚으면서 동부대우전자 재매각설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지난 7월 14일 투자금융 업계에 따르면 “동부그룹이 아직 대우전자를 팔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매물로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동부그룹이 ‘돈 되는 것은 무엇이든 팔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아무리 어렵게 인수한 동부대우전자라고 해도 예외가 될 순 없을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동부그룹은 지난해 2월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해 ‘동부대우전자’라는 사명으로 새롭게 출범시킨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동부그룹의 구조조정 지연 등으로 결국 동부대우전자도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현재 동부대우전자 주요주주는 동부하이텍(18.3%), 김준기 회장(9.2%), 동부CNI(5.5%) 등과 재무적투자자(FI)로 구성돼 있다. 현재 매각이 진행되고 있는 동부하이텍이 동부대우전자의 실질적인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이러한 매각설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금융권에서는 “동부하이텍 매각 흥행몰이 등을 위해 ‘끼워 팔기’ 식으로 동부대우전자 지분도 매각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상당하다.
이처럼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동부대우전자 매각설에 대해 동부그룹 측은 상당히 곤란해 하고 있는 분위기다. “동부대우전자는 동부그룹 자구계획안에 포함된 매각대상이 아니며, 향후 김준기 회장이 전자계열사의 핵심 축으로 키우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7월 17일 동부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자구계획안 발표당시에도 동부대우전자는 매각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현재 동부하이텍이 보유하고 있는 동부대우전자 지분도 매각 전에 매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동부그룹은 현재 흑자를 내고 있는 전자사업을 포기할 계획이 전혀 없다”며 “동부대우전자는 그룹 전자계열사의 중심축이 될 기업으로 매각대상이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동부대우전자 재매각설은 일부 업계 관계자가 성급하게 내놓은 전망”이라는 설명이다. 이렇게 동부그룹 측이 동부대우전자 매각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일축함에 따라 향후 어떤 계열사가 동부하이텍이 보유한 동부대우전자 지분을 사들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동부그룹 지배구조 전반을 고려하면 제조계열사의 지주회사인 동부CNI가 유력하지만, 동부대우전자가 사들일 가능성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사포커스 / 하준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