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 ‘저축은행 인수’ 가속화 되나
대부업체 ‘저축은행 인수’ 가속화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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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 대출 상품 출시, 추가 인수 불가피해

▲ 최근 러시앤캐시와 웰컴 등 대부업체들이 저축은행을 계속 인수하면서 대부업과 저축은행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뉴시스

최근 러시앤캐시와 웰컴 등 대부업체들이 저축은행을 계속 인수하면서 대부업과 저축은행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정상 저축은행 인수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주목을 모으고 있다.

대부업계, 저축은행 영업 본격 시작돼 관심 집중
OK저축은행 출범하자마자 ‘대약진’ 보이고 있어
소액신용대출 노하우와 광고 마케팅 전략 ‘탄탄’

아프로서비스그룹(브랜드명 러시앤캐시)과 웰컴크레디라인대부(브랜드명 웰컴론)를 주축으로 한 대부업계의 저축은행 영업이 본격화되기 시작함에 따라 이들의 행보를 두고 저축은행 업계 및 대부업계의 관심이 온통 쏠리고 있다.

저축은행 인수 통해 공격적 행보 이어가

이들 기업은 그동안 대부업을 통해 오랜 기간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보다 공격적인 영업을 펼쳐나가고 있기 때문에, 저축은행 업계는 긴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계 일각에서는 “대부업과 저축은행 사이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업계 일각에서는 “이들 업체가 제도권 금융에 들어온 뒤에도 기존의 대부업 이미지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며 “이는 업계 관행으로 보아도 적절치 않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아프로서비스그룹의 경우 웰컴저축은행에 이어 대부업체로는 두 번째로 예나래·예주저축은행을 전격적으로 인수해 OK저축은행을 출범시켰다. OK저축은행은 최윤 아프로서비스그룹회장이 지분율 100%를 보유한 국내 법인인 아프로서비스그룹이 98%의 지분을, 러시앤캐시 브랜드로 유명한 에이앤파이낸셜대부가 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윤 회장은 OK저축은행 대표를 겸임하며 “기존 저축은행의 영업방식을 능가하는 관계형 영업을 선보이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밝혔다. 이를 반영하듯 OK저축은행은 공격적인 행보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7월 7일 공식 출범된 OK저축은행은 개점을 기념하여 500억 원 한정으로 ‘오픈 특판 OK정기예금’을 출시해 돌풍을 일으켰다. 이 특판은 최소 가입금액이 10만 원인 정기예금으로 1인당 가입한도는 없다. 또한 연 2.8%(12개월 기준)의 기본 금리에 0.4%의 우대금리가 제공되어 3.2%의 높은 금리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이는 저축은행 업계로서는 최고 수준의 금리로 꼽힌다.이 때문에 ‘오픈 특판 OK정기예금’은 판매 첫날에만 150억 원의 특판 정기예금이 들어왔으며사흘 만에 판매가 끝났다. OK저축은행 관계자들도 미처 예상치 못했던 결과다.

이처럼 돌풍이 일어나자 OK저축은행은 지난 7월 23일 최고 연 4.3%의 금리를 주는 ‘OK 끼리끼리 정기적금’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기본 금리가 연 3.8%, 가입기간은 12개월, 가입액 월 10만~100만 원 조건의 1인 1계좌 상품이다.  이 상품은 가족이나 친구 다섯 명 이상이 영업점에 방문해 동시에 상품 가입하면 0.5%포인트의 우대금리가 적용된다. 연인의 경우 함께 상품 가입 시 0.3%포인트의 우대금리가 제공된다. OK저축은행과 OK2저축은행 각 영업점에서 가입이 가능하다.

이처럼 OK저축은행이 출범하자마자 대약진을 보이는 데 대해, 금융당국은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OK저축은행이 영업 시작부터 3%금리 예금상품 판매로 고객들에게 인기를 끈 것은 업계에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호의적인 견해를 밝혔다.

대부업 개념을 저축은행 상품에 도입

또한 해솔·예신저축은행을 인수한 대부업체 웰컴크레디라인대부는 지난 5월 웰컴저축은행을 출범시켰으며, 이와 아울러 충남 서일저축은행 추가로 인수하여 전국구 영업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를 계기로 웰컴크레디라인대부는 수도권과 영남권에 이어 충청 지역까지 영업권역을 넓히게 됐으며 오랜 대부업 경력을 토대로 쌓은 인지도로 고객층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마련했다. 지난 7월 14일 웰컴저축은행은 첫 번째 신용대출 상품인 ‘날쌘대출’을 출시했다. ‘날쌘대출’은 휴대전화로 본인인증만 거치면 즉시 대출 가능 여부와 대출금액이 확정되는 파격적인 상품이다. ‘날쌘대출’은 만 24세 이상 소득증빙이 가능한 고객이면 누구든 대출신청이 가능하다. 대출금리 연 29.9%로 대출한도는 100만~200만 원 이하다. 대출기간은 일 년이며 이자 납입 방법은 매월 후취 방식이다.

제도권 금융기관인 저축은행에서 이 같은 대부업체 스타일의 상품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첫 번째 사례로 꼽힌다. 웰컴저축은행 측은 “저축은행업계에서도 대출금액을 즉시 확정해 편리하게 송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자부했다. 이에 대해 한 웰컴저축은행 관계자는 “’날쌘대출’의 장점은 쉽고 간편하다는 점”이라며 “기존 간편대출이 30% 이상 고금리로 운용되는 반면 ‘날쌘대출’은 20%대 금리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법에 규정된 몇 가지 서류만 확인이 되면 고객 통장으로 대출금이 즉시 입금되는 등 아주 간편한 방식이다”라며 “그동안 저축은행업계에서 시도하지 않던 새로운 방식의 대출서비스로 고객의 만족과 편의를 높이고자 했다”고 밝혔다.

▲ 대부업체 웰컴크레디라인대부는 지난 5월 웰컴저축은행을 출범시켰으며, 이와 아울러 충남 서일저축은행 추가로 인수하여 전국구 영업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웰컴론

그런데 ‘날쌘대출’은 신속하고 빠른 대출을 강조한다는 면에서 웰컴크레디라인의 대부업 브랜드인 웰컴론의 대표상품으로 꼽히는 ‘단박론’과 상당히 비슷하다. 이에 대해 웰컴저축은행 측도 유사성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 웰컴저축은행 관계자는 “빠르고 신속하게 대출을 실행한다는 개념을 저축은행에 도입했다”고 말했다. 요약하면, 대부업의 신속함과 편리성을 추구하는 ‘단박대출’에 담긴 기본 개념을 저축은행 신용대출인 ‘날쌘대출’에서도 고스란히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물론 웰컴저축은행 측에서는 “이들 두 대출 상품 사이에는 엄연히 차이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 관계자는 “날쌘대출과 단박대출은 무엇보다 고객군 특성 및 타깃계층에 차이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단박대출’은 대부업을 찾는 고객의 특성과 니즈를 분석해 대출을 실행하며, ‘날쌘대출’은 저축은행 고객의 특성에 대한 분석 작업을 통해 심사기준을 정해 심사를 진행하는 상품이라는 설명이다. 금리도 연 29.9% 이내로 맞추었다.

“향후 대폭적인 재편 가능성 높다”

한편 이 같은 흐름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 업권으로 진출한 대부업계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지만 많은 중소형 저축은행들보다 자금력도 있고 인지도도 더 높은 게 사실”이라며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 관계자는 “더욱이 대부업을 통해 소액신용대출 노하우와 광고 마케팅 전략도 탄탄하게 구축한 편”이라며 “이들 업체가 다른 저축은행들보다 유리한 금리를 제공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어 업계 분위기의 변화가 기대되는 만큼, 이들의 행보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렇지만 이러한 흐름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 저축은행이 브랜드 명뿐만 아니라, 신용대출 금리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는 면에서도 여전히 대부업의 분위기를 방불케 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를 허용하는 전제 조건으로 15~20%대의 중금리 대출상품 출시를 내걸었지만, 막상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평균 30% 초·중반대로 알려졌다. 이는 기존 대부업체와 상당히 비슷한 금리다. 아울러 수신 기반이 없는 대부업체가 저축은행을 인수해 운영하다 보니 자금 조달금리가 10%대로 여전히 높다. 이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부실화 우려가 강한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 중금리 대출을 출시할 여력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처럼 이들 저축은행이 대부업 분위기에서 못 벗어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금융계에서는 “영업력을 개선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저축은행 부실 사태를 겪으면서 고객이 대량으로 빠져나갔으며 더욱이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사건 이후 대출모집인 제도가 대폭 줄어들면서 영업력이 대폭 축소된 현실을 반영하려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대부업과 저축은행의 고객군은 신용등급 5~7등급으로 서로 겹친다”면서 “이렇게 한정된 고객을 놓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온 대책으로 사료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런 상황으로 인해 기존 대부업체도 적지 않은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 22일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18일 현재 등록 대부업체 수는 8,857곳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말에는 9,363곳임을 감안하면 6개월 만에 500곳 이상이 폐업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 대부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을 인수한 대부업체가 기존 우수 이용고객을 저축은행으로 끌어가면 남는 것은 리스크가 큰 9~10등급 이상의 저신용자 뿐”이라며 “이로 인한 타격이 상당한 것이 사실”이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 금융당국은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를 허용하는 전제 조건으로 15~20%대의 중금리 대출상품 출시를 내걸었지만, 막상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평균 30% 초·중반대로 알려졌다. ⓒ뉴시스

금융당국도 대부업계의 통폐합과 구조조정은 어쩔 수 없는 흐름으로 진단하고 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국 입장에서 금리 상한을 다시 높여 대부업의 활성화를 추진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어수선한 가운데, 앞으로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 대상이 정상 저축은행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파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4일 금융위원회는 저축은행 구조조정 성과 평가 및 향후 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대부업체가 기존 대부업을 완전히 폐쇄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할 경우 정상 저축은행 인수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근에도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일본계 그룹과 국내 대형 대부업체 등이 저축은행 인수를 마무리하고 영업을 개시한 만큼 이들을 중심으로 업계의 대폭적인 재편 가능성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 시장에 진출한 대부업체 입장에서는 기존 대부업 자산을 축소해야하기 때문에 저축은행 분야에서 사이즈를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저축은행 추가 인수에 공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시사포커스 / 하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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