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간 업체들이 관계 당국의 감독 태만을 틈타 국가 보조금을 빼돌려 임의로 사용한 사례들을 무더기로 적발했다고 감사원이 4일 밝혔다.
감사원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지방자치단체, 문화체육관광부, 안전행정부 등을 상대로 벌인 ‘국고보조금 등 회계취약분야 비리점검’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전남 영광군청 공무원 A씨는 지난 2012년 4월 수도권에서 군내 산업단지로 이전하려는 B민간업체에게 수십억원의 보조금을 부당 지원했다. A씨는 이 업체 사장이 입지매입비 보조금을 신청하면서 근저당 설정으로 담보 가치가 없는 공장을 담보로 봐달라는 청탁을 받고 5억 7천만원을 부당 교부했다. 또 이듬해 B업체가 시설투자 보조금을 신청하면서 역시 근저당 설정으로 담보가치가 없는 임야 담보물에 대해 제대로 된 감정평가를 하지 않고 15억원을 내준 것으로 드러났다.
결재과정에서 A씨가 속한 부서의 과장 등은 적절한 서류 검토 없이 담보물은 문제 없다는 A씨의 말만 믿고 총 20억7천만원의 지원금을 교부했다고 감사원이 지적했다. B업체 대표는 이 국고보조금을 기존 공장 직원들의 임금을 지불하거나 원자재를 구입하는 데 전용하는 등 청구 목적과 다르게 사용했다.
감사원은 A씨와 B업체 대표에 대해 지난 1월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고 A씨 등 영광군 공무원 6명에 대해 징계를 요청했다.
또 민간 문화산업 재단인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은 2012년 문체부에서 10억원을 받아 C업체와 ‘삼바축제 용역계약’을 체결하면서 실제 경비 내역을 확인하지 않고 7억원을 내주었다. 이 과정에서 C업체 D실장은 51명에 불과한 행사 출국 인원을 68명에 해당하는 허위 항공료 증명서를 제출하는 방법으로 2억1천만원을 과다 청구했다.
감사원은 D실장을 사기 혐의로 고발하고 과다 지급된 2억1천만원을 문화산업교류재단이 회수하도록 문체부에 알렸다.
또 E업체의 연구책임자 F씨가 2010∼2011년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글로벌 프로젝트 기술 개발사업’ 명목으로 3억4천만원의 보조금을 참여도 하지 않은 유령 직원의 인건비 명목 등으로 총 2억4천만원을 가로챈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됐다.
2009년 방영된 유명 첩보드라마의 시각 특수효과를 담당한 G제작사 대표는 배우 지망생 명의의 통장을 개설해 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인건비 명목으로 1천600만원을 횡령한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 밖에도 안전행정부가 민간 봉사협회에 준 보조금을 부실 감독해 협회 간부가 하지도 않은 소방공사 명목으로 1천500만원을 부당 사용한 경우를 포함해 총 35건을 적발해내고 이 중 민간업자 등 8명을 고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