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천 고무통 시신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시신 2구에 대해 각각 남편은 ‘사망원인 불명’, ‘내연남은 살해로 잠정결론 내리고 이 사건을 8일 경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앞서 경찰은 이 사건의 피의자 이아무개(50)씨가 시신 1구에 대한 살인 혐의는 자백했지만 박아무개(51) 시신에 대해선 ‘10년 전 베란다 앞에 쓰러져 있었다’라는 주장을 함에 따라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거짓말탐지기를 동원해서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이 조사에서 이씨와 큰아들(28) 모두 ‘진실에 가까운 반응’이 나와 이씨에 의한 남편 살해의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졌다. 이로써 2004년에 마지막으로 행적이 확인된 남편 박씨의 사인과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는 밝혀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사건은 지난달 29일 밤 경찰 112상황실에 아이(8)가 시끄럽게 우는 소리가 들린다는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온통 쓰레기가 널려 있고 악취가 진동하는 빌라 안 작은 방에서 소금 포대에 눌려 있는 고무통을 발견하면서 알려지게 되었다.
경찰은 최근 보이지 않았다는 이 집주인 이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추적에 나서 지난 1일 오전 검거한 뒤 3일 구속했다.
경찰 조사에서 위에 있던 시신 1구는 옛 직장동료인자 내연남인 A(49)씨, 아래에 있던 시신은 지문 확인을 통해 남편 박씨로 밝혀졌다.
이씨는 이 과정에서 “길 가다 우연히 만난 외국인을 집에 데려와 술을 마시다 다퉜고 목 졸라 살해했다”고 진술했으나 이는 나중에 A씨로 밝혀졌다.
이씨는 또 남편 시신에 대해 “10년 전 베란다에 숨져 있었고 경찰 조사가 무서워 거실에 있던 고무통에 담은 뒤 작은방으로 옮겼다”고 주장했다. 참고인 자격의 이씨의 큰아들도 “10년 전 사망했고 어머니를 도와 시신을 옮겼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씨의 진술의 일관성이 부족하고 10년 전에 죽은 남편 시신을 고무통에 보관했다는 내용 자체에 의심을 품은 경찰이 거짓말탐지기까지 동원해서 조사했으나 모자 모두 ‘진실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수사의 방향을 틀어 박씨의 행적 추적에 나섰지만 경찰은 그가 1995년 차남을 교통사고로 잃은 뒤에 가족과 연락이 끊겼으며 2004년 봄까지 축산농장 관리인으로 일하다 퇴직한 이후의 행적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피의자 모자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공소시효가 7년인 사체은닉죄 혐의가 적용되지 않는다.
경찰은 이씨가 A씨를 살해한 시기와 수법도 확인하지 못했다. 이씨는 ‘A씨와 술을 먹다 다투다 거실에서 스카프로 목 졸라 살해한 뒤 이불을 덮어 방치하다가 부패하자 남편 시신이 있는 고무통에 넣었다’고 진술했지만 살해 시기는 기억하지 못했다.
얼마 후 국과수는 경찰에 시신 2구에서 수면 유도 성분인 독실아민이 검출됐고, A씨의 시신에서는 수면 효과가 큰 졸피뎀이 나왔다고 통보했다는 보도가 알려진 뒤 ‘남편 계획살해설’과 ‘외국인 공범설’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됐지만 사건의 명확한 경위를 전부 밝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구속영장이 만료되더라도 수면제와 공범 여부와 관련해서 계속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신 발견 현장에서 발견된 이씨의 아들은 아동복지시설에 맡겨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