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실 폐지’ 오리온그룹 속사정은?
‘회장실 폐지’ 오리온그룹 속사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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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진 타개 위한 고육책

▲ 오리온은 (주)오리온의 일부 조직도 함께 개편해 생산 부문에 ‘글로벌 전략 구매팀’을 신설했으며 영업부문 내 부서를 통합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지난 8월 8일 오리온그룹은 회장실 폐지를 골자로 한 조직개편을 단행해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는 최근 담철곤 회장의 횡령 혐의로 인해 쓰게 된 오명은 물론 최근 두드러진 실적 부진을 적극 타개하기 위한 특단의 방편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회장실 폐지는 부진 탈피위한 ‘특단의 방편’
부서 슬림화하고 동시에 책임과 권한 명확히
기획관리 부문 및 인사부문으로 각각 ‘통합’

지난 8월 8일 오리온그룹은 “회장실 폐지를 골자로 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고 밝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오리온그룹에 따르면 회장실 내 전략 부문과 법무 부문은 모기업인 (주)오리온의 기획관리 부문 및 인사부문으로 각각 통합된다.

과감한 행보의 담철곤 회장

이와 아울러 감사부문과 홍보 부문은 (주)오리온 감사실과 홍보실로 변경됐다. 이와 동시에 오리온은 (주)오리온의 일부 조직도 함께 개편해 생산 부문에 ‘글로벌 전략 구매팀’을 신설했으며 영업부문 내 부서를 통합했다. 그동안 오리온그룹 회장실은 전략·법무·감사·홍보 등 4개 부문으로 이뤄졌었으며, 모기업인 (주)오리온을 비롯한 국내·외 계열사의 통합 관리·지원 업무를 수행해 왔다. 회장실은 지난 2012년 1월 담철곤 회장이 300억 원대의 횡령 혐의에 대한 재판에서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직후인 2012년 중순 출범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출범한 만큼 오리온그룹 회장실은 그동안 ‘오너 리스크’를 관리하는 중책을 맡아왔지만, 현재 새로운 국면 및 상황을 맞이하여 회장실을 폐지하는 과감한 행보를 딛게 된 것이다.  회장실 해체는 갑작스럽게 돌출된 건은 아니다. 이미 담 회장이 지난해 11월 (주)오리온 대표이사와 등기임원 자리에서 물러나고 동시에 담 회장의 부인인 이화경 부회장도 등기임원 직을 사임하면서 회장실 해체는 널리 예측되어 왔다. 현재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은 오리온그룹의 미등기 임원으로 등재되어 있다.

또한 이러한 상황에서 회장실 폐지뿐만이 아닌 조직 개편도 예고되어 왔다. 지난해 11월 오리온은 담철곤 대표이사가 사임함에 따라 기존 강원기·담철곤 각자 대표이사 체제에서 강원기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했다.  이와 같은 변경 과정에서 임원진의 대대적인 물갈이도 단행됐으며 조직 개편도 꾸준하게 진행되어 왔다. 아울러 이미 오리온은 지난 2012년부터 꾸준하게 주요 임원진을 교체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조직개편을 단행해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는 최근 담철곤 회장의 횡령 혐의로 인해 쓰게 된 오명은 물론 최근 두드러진 실적 부진을 적극 타개하기 위한 특단의 방편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오리온

즉 부사장 중 가장 영향력 있는 마케팅 총괄 부사장을 교체한 데 이어, 그룹 내 신성장 브랜드를 상징하는 닥터유 총괄 부사장도 교체했다. 이 자리에는 주로 제일모직과 제일기획 등 삼성그룹 출신 인재들을 뽑아 채어왔다. 또한 그동안 인사총무 및 재무 업무를 담당하던 상무급 임원도 현재는 재무 업무만 담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신임 임원이 인사총무를 담당하는 등 그룹 내 임원진 변동도 상당히 많아졌다. 이처럼 회장실 폐지를 주요 골자로 하는 조직 개편을 두고 한 오리온그룹 관계자는 “이번에 개편하게 된 가장 중요한 목적은 무엇보다 지원 부서를 슬림화하고 동시에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허인철 부회장이 사실상 경영 실권 장악

이 관계자는 “이와 더불어 중국·베트남·러시아 등 해외법인을 비롯한 각 계열사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해외와 국내법인 간에 겹치는 중복업무를 줄이는 차원에서 회장실을 폐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아울러 홍보나 감사도 이제는 부문 단위가 아니라 엄연히 (주)오리온의 감사실·홍보실로 명확하게 정리된 만큼, 앞으로는 책임과 권한을 보다 명확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단행하게 된 조직 개편은 지난 1월 이마트 대표에서 사퇴한 뒤 지난 7월 오리온그룹으로 자리를 옮긴 허인철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재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허인철 부회장은 앞으로 그룹 내에서 총괄부회장 업무를 수행할 것으로 알려져 업계의 커다란 주목을 받고 있다.  허인철 부회장은 1986년 삼성그룹에 입사한 뒤 삼성물산 경리과장을 거쳐 1997년 신세계로 자리를 옮겼다. 허 부회장은 신세계그룹에서는 경영지원실 경리팀장과 재경·관리담당 임원·그룹 경영전략실장을 거치며 커다란 규모의 인수합병을 성사시키는 등 오늘날 신세계그룹이 성장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허인철 부회장은 오리온그룹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한 달 여 동안 특정한 보직을 맡지 않았다. 허 부회장은 당장 특정 업무를 맡기보다 회사 전반의 경영상황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회사 전반을 둘러보면서, 허 부회장은 오리온그룹의 실적 회복을 위한 특단의 방안 마련에 몰두했다.  그 결과 허인철 부회장이 꺼내든 카드는 바로 ‘책임경영’과 ‘조직 슬림화'다. 앞으로 허 부회장은 오리온그룹의 총괄 부회장 업무를 맡으며 경영 전반을 적극적으로 지휘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 오리온그룹 관계자는 “이번 조직 개편을 계기로 향후 오리온그룹은 담 회장과 이 부회장·허인철 부회장의 ‘삼각편대’로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재계에서는 “이번 개편으로 담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한 발 더 뒤로 물러나고 대신 허인철 부회장이 총괄부회장으로 사실상 그룹 경영을 전면적으로 챙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오리온이 지난해와 올해 국내외 사업 실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유통업계 출신의 전문 인재를 부회장직에 앉혀 실적을 만회하는 데 주력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특히 새롭게 자리한 주요 임원진들을 관리할 수장이 필요했기 때문에 허 부회장을 선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오리온그룹이 주로 삼성그룹이나 범삼성그룹 출신을 영입하는 데 공을 들였는데, 허 부회장은 이러한 상황에 ‘화룡점정’ 격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도 “담 회장이 허인철 부회장이 그동안 쌓아온 경력과 실력이 오리온그룹의 새로운 성장에 기인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직접 영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올 하반기 실적 다소 회복” 전망도

아울러 업계에서는 “특히 오리온그룹이 스포츠토토 사업권을 잃은 데다 국내·외 제과사업도 하향세로 돌아선 상황이기 때문에 오리온그룹의 입장에서는 전문 CEO의 활약이 그 무엇보다도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렇게 오리온그룹이 맞이하고 있는 상황은 상당히 절박한 편이다. 실적은 물론 최근 오리온그룹이 역점을 두어온 외식사업부도 매장이 크게 줄어드는 등 만만치 않은 타격을 입고 있는 처지다.

오리온그룹이 심혈을 기울여 운영해 오던 패밀리 레스토랑 ‘마켓오’ 여의도점은 지난 3월 14일에 문을 닫고 말았다. “직장인들의 랜드마크로 우뚝 서겠다”며 자신만만하게 개점한 지 불과 2년 만이다. 이로 인해 마켓오 매장은 현재 도곡점과 압구정점 단 두 곳만 남게 되고 말았다.  한때 오리온그룹은 외식 업계의 미다스 손으로 통하는 등 맹위를 떨친 적도 있다. 오리온그룹은 2000년대 초 패밀리 레스토랑 붐이 일던 당시에 ‘베니건스’를 국내 최초로 전격 오픈해 돌풍을 일으켰다.

당시 베니건스가 지는 브랜드 파워는 전무후무할 정도였으며 한때 1,000억 원이 넘는 연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베니건스는 지난 2010년 문구 회사인 바른손에 매각되고 말았다. 오리온그룹은 베니건스로 거두었던 성공에 힘입어 지난 2004년에는 패밀리 레스토랑 ‘마켓오’를 본격적으로 운영하면서 국내 최초로 ‘유기농 퓨전 레스토랑’이라는 신선한 개념을 선보였다.

▲ 한 KB투자증권 관계자는 “2분기 오리온 연결 기준 영업실적은 매출액이 5,828억 원, 영업이익은 53억 원으로 예상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오리온

그렇지만 마켓오의 수익성이 점차 악화되면서 결국 ‘유기농 식재료만 사용한다’는 콘셉을 부득불 변경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현재는 마켓오 비즈니스룸·하우스웨딩 등 부대 서비스에 역점을 두는 방향으로 눈을 돌렸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오리온그룹이 베니건스의 성공에 도취하는 바람에 후속 사업인 마켓오에 대해서는 정확한 컨셉과 소비자 분석을 덜 한 결과라고 보인다”라며 “결국 마켓오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게 실적 부진의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와 아울러 증권계에서는 오리온그룹에 대한 향후 실적 및 전망에 대해 일제히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오리온그룹 차원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8월 12일 KB투자증권은 오리온그룹에 대해 “영업상황 개선이 미미해 올 2분기 실적이 추정치를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 KB투자증권 관계자는 “2분기 오리온 연결 기준 영업실적은 매출액이 5,828억 원, 영업이익은 53억 원으로 예상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 관계자는 “오리온그룹 내수제과 부문의 경우 가격 인상에 대한 물량 저항이 기존대비 장기화를 보인 바 있으며 지난 4~5월 소비 하락 이슈가 더해진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와 아울러 중국 내 소비침체 또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오리온그룹의 경우 올해 하반기부터는 내수 제과부문 볼륨의 역성장을 마무리하고 이와 동시에 전통적인 중국 채널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며 “중국 채널이 확대될 경우에는 현재 기록하고 있는 낮은 시장 성장률에 대한 타개책으로 작용할 전망”라고 희망적으로 분석했다.
[시사포커스 / 하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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