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명 스포츠토토로 불리는 체육진흥투표권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입찰 정보를 몰래 빼내는 등 입찰을 방해한 브로커 일당이 기소돼 1년여를 넘게 끌어 온 스포츠토토 차기 사업자 선정의 진흙탕 싸움이 마무리될 것으로 관측된다.
1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심재철)는 입찰방해 등의 혐의로 입찰전문대행업체 S사 대표 서모 씨(46)와 입찰준비팀 소속 최모 씨(53) 등 2명을 구속 기소하고 입찰준비팀 이모 씨(45)와 김모 씨(60) 등 2명은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한 검찰은 발주처인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용역을 받아 입찰 제안요청서를 작성하는 회계법인 용역팀에서 일하면서 내부 정보를 유출하고 뒷돈을 받은 혐의로 김모 씨(45)를 구속 기소했다.
이들 일당은 현재 사업자선정을 놓고 대법원에 상고한 2위 해피스포츠 측을 대리한 브로커들로, 계약 체결 후에도 마음을 완전히 놓을 수 없는 케이토토 측도 이번 기소를 계기로 굳히기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일당은 서울지방조달청이 진행한 ‘스포츠토토 발행 사업 수탁사업자’ 선정 입찰에 참가한 해피스포츠 컨소시엄을 위해 입찰준비팀을 구성, 제안요청서와 관련된 주요 내부 정보를 빼돌리고 국회와 국민체육진흥공단 등을 상대로 로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사업의 규모는 지난해 기준 총 발생 금액이 3조2813억원, 수익금이 1조825억원에 달한다.
◆브로커와 공단 직원, 역할 분담으로 입찰 정보 빼내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업무 총괄과 정보 유출, 로비, 제안서 작성 실무 등 역할을 분담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인 서 씨는 입찰 준비팀을 구성하고 해피스포츠 컨소시엄의 기술제안서 작성 등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 함께 구속된 최 씨는 제안요청서를 작성하는 회계법인 측과 접촉해 제안요청서 등 입찰 관련 내부 정보를 빼돌렸다.
입찰 준비팀 김 씨는 국회와 국민체육진흥공단 등을 상대로 로비하며 자신들이 유리한 항목의 배점을 높이는 등 제안요청서 내용을 변경을 청탁했고, 같은 팀 이 씨는 기술제안서 초안을 만들고 회의 자료를 정리하는 등 입찰 대행 실무를 담당했다.
서 씨 등은 스포츠토토 본입찰을 4개월 가량 앞둔 지난해 1월 해당 회계법인의 김 씨를 통해 입찰자격·요건·평가기준·배점 등이 포함된 입찰 제안요청서 초안을 불법 취득했다.
이들은 지난해 5월7일 이렇게 만든 해피스포츠 컨소시엄의 기술제안서를 서울지방조달청에 냈다. 하지만 해피스포츠 컨소시엄이 2순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1순위 우선협상대상자인 케이토토 컨소시엄을 상대로 입찰 절차 중지 가처분 소송을 진행하는 등 변호사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이 입찰을 대행하는 대가로 수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사실도 밝혀졌다.
서 씨는 2013년 10월 S사가 입찰을 대행하는 대가로 7억원을 받기로 하는 내용의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1월 24일부터 5월 30일까지 4차례에 걸쳐 5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이 중 총 3억6400만원을 법률사무 수고비 명목으로 나눠 챙겼으며, 서 씨는 1억3300만원, 최 씨는 7300만원, 김 씨는 5400만원, 이 씨는 1억4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제안요청서 관련 내부 정보를 빼 준 해당 회계법인 용역팀 소속 김 씨는 계약금 명목으로 서 씨로부터 960만원 상당을 받았다. 서 씨는 김 씨에게 정보를 빼내주는 조건으로 김 씨에게 컨설팅 비용 5000만원, 성공보수 2억원 등 총 2억5000만원을 주기로 약속했다.

◆지리한 법정 싸움, 마무리 수순?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지난달 6일 스포츠토토 발생 사업 수탁사업자로 케이토토 컨소시엄(웹캐시)을 확정하고 그간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불미스러운 사태를 마무리지었지만, 아직 해피스포츠 측이 대법원에 상고한 상황이라 완벽하게 안심할 수는 없던 상태였다. 하지만 해피스포츠 측의 불법 행위가 적발돼 브로커들이 구속 기소되면서 이제 굳히기에 들어갈 전망이다.
스포츠토토는 야구·축구·농구 등 프로 스포츠의 인기에 힘입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며 수익성 높은 사업으로 꼽힌다. 지난해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며 브로커들이 활개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지난해 입찰 심사에서 1위를 차지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케이토토는 2위를 차지한 해피스포츠 컨소시엄과 법정 공방을 벌였다. 해피스포츠는 케이토토가 ‘허위 기술제안서’를 제출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해피스포츠는 케이토토 측이 기술제안서 발표 당시 위탁 수수료율을 1.9%로 제시, 자금조달액을 3676억원으로 적었지만, 최종적으로 제출한 가격제안서에서는 1.6%로 제시해 3025억원을 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지난해 7월 1심 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받아 들여 “(케이토토 제안서) 하자의 정도가 입찰 절차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현저히 침해할 정도로 중대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국민체육진흥공단과 서울지방조달청이 케이토토 컨소시엄과 계약체결절차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며 “입찰에 관하여 해피스포츠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의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한다”고 판결했다. 2위였던 해피스포츠 측이 1위였던 케이토토를 누른 셈이다.
하지만 지난 3월 서울고등법원은 이 같은 1심 판결을 뒤엎고 케이토토 측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법은 “1심에서 내린 가처분 결정을 취소하고 해피스포츠 측의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2심 법원은 공공입찰 관행상 통상적으로 기술제안서의 이상적인 금액과 실제 ‘딜’을 결정하는 최종 가격제안서 제출의 금액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결국 2심 판결 후 서울지방조달청은 케이토토 측과 차기 사업자 계약을 체결, 오는 7월부터 오리온의 사업권을 케이토토 측에 넘길 예정이다. 하지만 지난달 6일 해피스포츠 측이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해 아직 불씨는 남아 있는 상태다.
다만 조달청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이 남았지만 2심 판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케이토토 측과 계약을 완료했기 때문에 변동 상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