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2기 내각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마자, 여야 정치권을 겨냥한 검찰의 사정 칼날이 매서워지고 있다. 이미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현역 국회의원만도 여야를 아울러 수 명이고,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른 대상은 20명에 육박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검찰發 사정 태풍이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이 같은 사정에 대해 유병언 수사에서 구겨진 체면을 다시 세우기 위한 것 아니냐고 풀이하기도 한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박근혜정부 2기 내각이 국가혁신과 경제살리기를 중점과제로 삼은 만큼 정치권에 대한 대대적 사정을 통해 공직사회 기강 잡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무엇이 원인이 됐든, 중요한 것은 검찰은 지금 작정하고 칼을 휘두르는 모습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도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사실, 정치권을 향한 검찰의 사정이 처음부터 작정한 모습은 아니었다. 지난 6월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부터 시작됐고, 검찰이 먼저 박 의원의 비리를 포착하고 시작된 수사도 아니었다. 박 의원의 비서가 차량에 있던 현금 수천만원을 해운업계 비리를 수사하고 있던 검찰 수사팀에 전달하면서 불거진 문제였다. 이후 검찰 해운 비리 특별수사팀은 박 의원의 아들 집을 압수수색했고, 이곳에서 수억 원의 뭉칫돈을 발견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에 대한 갖가지 비리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1일, 같은 당 조현룡 의원도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2008~2011년 사이는 물론이고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도 콘크리트궤도 납품업체인 삼표이앤씨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정황이 포착돼 수사를 받게 됐다. 이른바 ‘철피아’(철도 마피아) 수사 대상에 현역 국회의원이 포함된 것으로, 조 의원을 계기로 정치권에 ‘철피아’ 수사가 확산되는 것은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이처럼 박상은 의원과 조현룡 의원 모두 개인적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두 의원이 모두 새누리당 소속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졌다. 7.30재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새누리당이었지만, 선거가 끝나자마자 비리 의혹으로 2명이나 검찰 수사를 받는다는 것은 국민적 정서를 감안했을 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곧바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현역 중진 의원들도 입법로비 의혹으로 검찰의 소환조사 대상에 올랐다. 신계륜-김재윤-신학용 의원 등으로 당사자들은 물론, 야당에서는 검찰이 박상은-조현룡 의원 수사에 대한 물 타기를 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정치권을 향한 검찰의 수사는 개인비리 차원이 아닌 대대적 사정 차원으로 전환되는 분위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야당 겨누는 입법로비 수사
특히, 검찰은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 의원에 대해서는 신계륜-김재윤 의원 등과 달리 문제가 된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입법 과정에서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은 아니었다는 이유에서 불구속 대상으로 분류했었다. 하지만,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외에 또 다른 입법 로비 의혹이 추가로 드러난 것. 검찰은 신 의원이 ‘한국유치원총연합회’로부터도 금품을 받아 특혜성 법안을 발의해준 정황을 파악하고 수사에 들어갔다.

검찰 등에 따르면, 신 의원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을 지냈던 지난해 9월 출판기념회 등을 통해 한유총 관계자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검찰은 이미 신 의원의 전 보좌관 자택에서 출판기념회 회계장부 사본 등 입법로비를 뒷받침하는 증거물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과연 출판기념회를 통해 들어온 수익금을 불법 로비 자금으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출판기념회는 지금껏 정치인들에게 공공연히 허용된 정치자금 모금 통로였고, 빡빡한 정치자금법도 출판기념회를 통해 모금되는 수익금에 대해서는 그동안 규제대상에서 제외해 왔기 때문이다. 검찰은 입법로비를 위한 금품이 출판기념회를 통해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고, 신 의원은 뇌물이 아닌 축하금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 의원 측은 이와 관련, 지난 14일 입장자료를 내고 “출판기념회를 통해 개별적으로 들어온 책 구매비용 명목의 축하금만으로 과연 뇌물죄 성립이 가능한지, 법률적 판단이 남아 있다”며 “그럼에도 이를 대대적인 입법로비 의혹이라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문제는 박상은 의원 또한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발견된 현금에 대해 출판기념회 수익금이라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는데 있다. 검찰은 신학용 의원과 박상은 의원 모두 출판기념회 수익금을 방패막이로 삼고 있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검찰이 두 의원의 자금을 순수한 출판기념회 축하금으로 보지 않고 로비자금으로 본다면 정치권에 불어닥칠 파장은 가히 상상 이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금껏 대부분 국회의원들이 출판기념회를 공공연히 허용된 정치자금 모금 창구로 활용해 왔었기 때문이다. 신학용-박상은 의원發 출판기념회 수사가 정치권 전반으로 번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입법로비 의혹은 이들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18일,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은 양승조 의원을 비롯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 12명과 전직 의원 1명이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주는 대가로 치과협회로부터 1인당 1000만원~3000만원까지 소위 ‘쪼개기 후원금’을 받았다며 검찰에 고발장을 냈다.
어버이연합은 이와 관련, “치협이 의료기관 1인 1개소 개설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 처리에 도움을 준 국회의원들에게 1,000만~3,422만원의 정치후원금을 제공했다”며 “후원금이 치협 간부 여러 명의 개인 명의로 기부돼 마치 500만원 이하의 개인후원인 것처럼 위장했지만, 결과적으로 협회가 입법로비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에, 이 같은 고발에 대해서도 즉각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겨누는 철피아 수사
조현룡 의원으로 시작된 현역 정치인들에 대한 ‘철피아’ 비리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는 분위기다. 18일 검찰은 여당 중진인 송광호 의원에 대해서도 철도 비리에 연루된 정황을 포착하고 소환을 통보한 상태다. 검찰에 따르면, 송 의원은 레일체결장치 납품업체인 AVT로부터 납품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의혹을 사고 있다.

4선 중진인 송 의원의 경우, 지난 2010년~2012년 국회 국토해양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검찰은 AVT 대표 등 철도업계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송 의원이 국토해양위원장 시절 금품을 수수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VT가 앞서 구속된 전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 권영모(55)씨를 통해 송 의원에게 로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권 전 부대변인은 AVT로부터 3억8000여만원을 받고 김광재(사망) 전 철도시설공단 이사장 등에게 로비를 해준 혐의로 지난달 구속됐었다.
검찰은 ‘철피아’ 수사와 관련해 더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조현룡 의원을 비롯해 송광호 의원까지 혐의가 드러나게 될 경우, 정치권에 ‘철피아’ 관련 전방위적인 수사가 불가피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언론 등을 통해서는 거물급 정치인 2~3명의 이름이 추가로 거론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여야, 표적수사 공방
한편, 검찰의 이 같은 전방위적 정치권 사정과 관련해 여야는 표적수사 공방을 펼치고 있다. 19일, 새정치민주연합 임내현 의원은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검찰의 야당 의원들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물타기-표적수사’라고 강하게 문제제기했다.
임 의원은 이와 관련, “(새누리당 의원들에 대한) 수사를 하면서 난데없이 야당 의원 3명의 문제를 제기했다”며 “당연히 해야 될 수사를 하면서 어디서 난데없이 갑자기 거기에 끼워 맞추기식으로 왔다. 그것도 검찰 외에 다른 기관에서 자료가 제시됐다는 의혹도 있다”고 주장했다.
임 의원은 특히, 신학용 의원이 출판기념회를 통해 뇌물을 수수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지금까지 이렇다 할 수사도 된 일도 없고 정당한 대가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데, 갑자기 이런 부분으로 갔다”며 “A라는 목표를 놓고 수사를 했다가 안 되니까 B라는 목표를 갖고 했는데, 그 부분도 확실한 범죄혐의점으로서는 조금 방향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또, “신 의원은 제가 듣기로는 10년 만에 처음 출판기념회를 했다고 한다”며 “형사사건의 적용을 받으려면 하나하나가 대가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개 몇 만원, 10만원, 이런 수준으로 듣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건 한 건이 어떤 입법활동에 대한 대가로 연결할 수 있겠나. 통상의 법률적용으로는 어렵다고 본다”고 검찰 주장에 반박했다.
이어, “현재까지로 봐서 그런 걸로 대가관계가 입증이 갈 수 있는 것인지, 또 그러한 입법에 관련된 부분을 확실한 대가관계 입증 없이 이것저것 수사하게 되면 (물타기 수사) 오해가 있다”며 “정부여당이 검찰을 활용해 입법권에 대해 통제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신학용 의원의 이 같은 출판기념회 의혹과 관련해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회원들 십 수 명을 (출판기념회에) 데려와서 한 사람당 200만~300만원식 책을 사와라 해서 총 3900만원어치 책을 사왔다고 보면 문제가 안 되겠냐”며 “그 단체에서 그 의원에게 돈을 주기 위해 출판기념회를 이용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불법 정치자금 수준을 넘어 대가성이 있으면 뇌물이라고 볼 수도 있을 정도의 심각한 것”이라며 “출판기념회가 적법하냐 아니냐를 따질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밖에 정치권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사정에 대해서는 “검찰이 계획적으로 어떤 배경과 의도를 가지고 정치권 사정을 하는 것은 한 번도 본적이 없다”면서 “검찰에서는 (박상은-조현룡 등 새누리당 의원 사건과) 같이 발표해서 우리가 이렇게 공평하게 다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하는데 굳이 또 그렇게 한날 한시에 발표할 필요도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문제에 대해선 “검찰 입장에서는 조용히 수사해서 결국 나중에 자신 있으면 영장을 청구하거나 재판과정에서 다 밝혀질 텐데, 그걸 미리부터 언론에 풀어서 여론전을 한다는 건 사실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당이 자꾸 피해의식을 가지고 문제를 삼는 것”이라며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