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대권 플랜' 본격 가동되나?
김문수 ‘대권 플랜' 본격 가동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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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여의도 컴백, 김무성 대표와 ‘경쟁 구도’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새누리당 보수혁신특위 위원장에 임명됐다. 이를 통해 김 전 지사는 그동안의 부진을 딛고 대권 경쟁에 뛰어들 준비를 것으로 보여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울러 김 전 지사는 대구에서 택시를 몰며 현장 민심을 집중적으로 듣는 등 대권 행보를 착실히 다지고 있다.

▲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8년 만에 여의도 중앙정치 무대에 복귀하게 됐다. 새누리당 보수혁신특위 위원장을 맡게 됐고, 그는 ‘보수 혁신’이라는 가치를 통해 대권 플랜을 가동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뉴시스

지난 9월 15일 오후 새누리당은 보수혁신위원장으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전격적으로 내정했다. 이로써 김 전 지사는 8년 만에 극적으로 중앙 정치 무대에 컴백하는 모양새를 갖추게 되어 정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 혁신위원장으로 ‘중앙정치 복귀’

이날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한 브리핑을 통해 “김무성 대표는 보수혁신위원장으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내정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굳이 ‘김무성 대표가 내정했다’고 확실하게 표현한 데 대해 그 배경을 두고 정계 안팎에서 여러 해석이 오가기도 했다. 김무성 대표가 ‘위’라는 의미를 분명하게 박아놓은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김문수 전 지사를 보수혁신위원장으로 내정한 배경에 대해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김 전 지사는 두 번의 도지사 경험과 3선이라는 국회의원 경력을 지니고 있다”며 “여기에 평생을 살아오며 보여준 개혁에 대한 진정성과 성실함을 김무성 대표가 높이 평가했으며, 김 전 지사가 새누리당 혁신안을 만들기에는 상당히 적합한 인물이라는 판단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같은 내정 사실에 대해 당사자인 김문수 전 지사는 흔쾌히 수락하는 반응을 보여 김무성 대표 및 새누리당과 사전에 보수혁신위원장을 둘러싼 ‘교감’이 충분히 있었음을 은연중 내비쳤다.

정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9월 15일 김문수 전 지사는 자신이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장을 수락한 배경에 대해 “국민의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며 “죄인이 된 심정으로 보수혁신위원장 직을 수락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김문수 전 지사는 “(잘잘못을 두고)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내 탓이란 자세로 임하겠다”며 “우선 저부터, 새누리당부터 거듭나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단단한 각오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한편 김문수 전 지사가 보수혁신위원장 직을 수락한 배경에는 김무성 대표가 상당한 공을 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무성 대표는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김 전 지사를 만나 보수혁신위원장 직을 맡도록 간곡히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무성 대표와 김문수 전 지사는 당시 신한국당 소속 15대 국회의원으로 나란히 국회에 입성한 각별한 인연이 있다. 또한 이들은 평소에는 서로 말을 놓을 정도로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어, 이번 영입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는 게 정계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보수혁신특위 위원장을 맡게 된 데는 김무성 대표가 공을 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절친이자 대권 경쟁상대인 김 전 지사에게 활로를 열어줌으로써, 선의의 경쟁구도를 만들어 당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뉴시스

◆ ‘적당한 긴장’ 불어넣으려는 김무성
이렇게 김문수 전 지사가 보수혁신위원장을 수락한 상황을 놓고 정가에서는 이런저런 말이 많다. 한때 보수혁신위원장으로 3선의 유승민 의원이 강력하게 물망에 올랐지만, 현재 원외에 있는 김문수 전 지사가 전격 발탁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김무성 대표가 여러 수를 내다보고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평소 냉철한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유승민 의원이 같이 위원장 후보군에 오른 정병국·나경원 의원보다 사실 보수혁신위원장 자리에는 제 격이기는 하다”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그런데 유승민 의원의 경우 한때 ‘친박’ 핵심이었다가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민주화 공약 이행을 둘러싼 견해 차이로 현재는 ‘탈박’을 한 상황”이라며 “이렇게 청와대와 척을 지고 있는 유승민 의원을 전격적으로 보수혁신위원장으로 내정하자니, 김무성 대표의 입장에서는 당-청 관계 면에서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평론가는 “이에 비해 김문수 전 지사의 경우는 일단 한때 유력한 국무총리 후보로 거론됐을 만큼 청와대와의 관계가 나쁘지 않기 때문에 김무성 대표의 부담이 그만큼 덜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평론가는 “또한 이명박 전 대통령 임기 내내 경기도지사를 역임했기 때문에 당내 친박-비박 계파 갈등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며 “이것이야말로 김 전 지사가 비슷한 포지션의 이재오 의원과 차별화될 수 있는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또한 김문수 전 지사 특유의 개성 있는 화술도 김무성 대표가 보수혁신위원장에 적합하다고 판단한 이유 중 하나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김 전 지사가 ‘혁신’을 담보하는 쓴 소리를 자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비박’계 의원들과는 달리 절묘하게 청와대의 심기를 잘 건드리지 않는 ‘조절 능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평론가는 “이러한 여러 요소로 인해, 김문수 전 지사가 현 상황에서는 보수혁신위원장으로 더할 나위 없는 적임자라는 결론에 이르렀을 것”이라며 “여기에 김 전 지사가 원외 인사라는 점도 김무성 대표 입장에서는 ‘부담’을 덜 수 있는 매력 포인트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런 시각과 더불어, 김문수 전 지사가 김무성 대표와 더불어 새누리당 내 차기대권 주자로 꼽히고 있다는 점도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이 때문에 정계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김 전 지사의 영입으로 선의의 경쟁 관계 구도를 만들어냄으로써, 당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 한 시사평론가는 “현재 새누리당은 사실상 김무성 대표 일인 독주 체제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 평론가는 “강력한 라이벌로 꼽히는 정몽준 전 의원은 지난 6·4지방선거에서의 참패 이후 존재감을 크게 잃었으며, 또 한 명의 잠재주자로 꼽히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말 그대로 ‘미지수’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이렇게 김무성 대표가 홀로 여당 내 유력 주자 위치를 유지하는 상황에는 장점 못지않게 단점도 존재한다”며 “우선 총선 및 대선이 한창 남은 현재 시점에서 ‘나 홀로 독주’를 장기간 유지하게 되면 그만큼 예기치 않은 돌발변수에 시달릴 가능성 또한 정비례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이 때문에 ‘라이벌’로 간주될 수 있는 인물을 부각시키는 것이 김무성 대표 입장에서는 오히려 일인 독주 상황보다 훨씬 득이 된다는 판단이 섰을 것”이라며 “더구나 보수혁신특위는 활동 기한이 최장 6개월로 시한부이기 때문에 더더욱 부담이 없는 편”이라고 분석했다.

◆ 김문수, 거절할 수 없는 제안?

또한 김문수 전 지사의 입장에서도 보수혁신위원장 자리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으로 다가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우선 김 전 지사는 청와대의 국무총리 물망에 올랐었지만 실현되지 않았고, 7·30재보선 당시 새누리당의 동작을 출마 요구까지 거부한 전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이 때문에 향후 김 전 지사의 앞날은 상당히 막혀 있던 상황이나 다름없었다”며 “원내에 진출하자니 재보선이나 총선이 까마득히 멀었으며, 청와대 요직을 맡자니 대권을 향한 본인의 야심과는 다소 어긋날 확률이 높았다”고 분석했다.

이 평론가는 “이렇게 정치인으로서는 치명적인 ‘자칫 잊힐’ 수도 있는 딜레마 및 현실적 압박에 놓인 찰나, 김무성 대표로부터 날아든 보수혁신위원장 제안은 김 전 지사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희망으로 보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평론가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후보 시절 ‘혁신’의 기치를 내세워 상당한 효과를 보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김문수 전 지사 역시 중앙 정치의 한복판에서 본인의 존재감을 만방에 과시할 절호의 기회로 받아들일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9월 18일 새누리당은 보수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임명했다. 이와 더불어 당내 위원 열 명을 위원에 선임하며 보수혁신특위를 본격적으로 구성했다.
이날 권은희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새누리당은 당 혁신을 통해 새로운 새누리당을 건설하고 개혁을 위해 보수혁신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자 한다”며 최고위원회에서 의결된 인선내용을 발표했다.

이날 선정된 보수혁신특위 위원은 김영우·김용태·강석훈·조해진·민병주·민현주·서용교·황영철·하태경 의원과 안형환 전 의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김문수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 대부분이 비주류이며 상당수가 구 친이계로 분류된다. 이에 비해 친박계는 비교적 비중이 크지 않다.

권은희 대변인은 “보수혁신특위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위원장으로 하고 당내 의원·당외 전문가를 포함해 모두 스무 명 이내로 구성하고자 한다”며 “이 가운데 위원장과 당내 인사 10명을 먼저 구성했으며 당외 인사 등 9명을 추후 임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수혁신특위는 최장 6개월 동안 활동한다. 보수혁신특위는 운영 기본 방향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정치제도와 정치문화 ▲정당의 본질적 목표인 정권창출에 기여하는 혁신안 ▲현실정치에 바로 적용 가능한 실천적 대안 제시 등을 설정했다.

이와 아울러 보수혁신특위는 ▲상향식 공천제 정착 ▲정당 민주화 ▲국회의원 기득권 내려놓기 ▲고비용 정치구조 개선 등을 주요 과제로 삼고 당내 혁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이날 김무성 대표는 보수혁신특위 인선안 발표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보수혁신특위가 친박을 배제한 비주류 중심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지역이나 계파를 배려하지 않았으며, 스스로 의지를 갖고 개혁에 나서는 주축 멤버를 모두 넣어 위원장 및 당내 인사 열한 명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무성 대표는 “나머지 아홉 명은 외부 인사를 영입할 것이며 전체 위원 중 30%는 여성으로 할 것”이라며 “다만 혁신 활동을 너무 길게 가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활동 기한을 최장 6개월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시사포커스 / 문충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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