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론’, 미래권력의 새판짜기?
‘개헌론’, 미래권력의 새판짜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與 비주류 중심 개헌 군불 때기, 세월호 다음 이슈 주목

▲ 새누리당 내 김무성 대표를 비롯해 비주류 진영을 중심으로 개헌론이 불붙고 있다.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의 수많은 폐단을 해소하기 위해 개헌은 불가피하고 지금이 시기적으로 적기라는 것인데,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개헌 추진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충돌이 예상된다. ⓒ뉴시스

새누리당 내 비주류 진영에서 개헌 추진에 다시 불붙이기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월호 문제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 탄력이 붙기는 힘든 상황이지만, 정국 상황만 호전되는 대로 개헌 논의가 불붙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무성 대표부터 이미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세월호 정국 종식과 함께 개헌 추진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개헌 추진은 당내 비주류 또는 비박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개헌에 반대적 입장을 가진 친박 인사들과 향후 갈등을 예고하기도 한다. 개헌은 그 특성상 블랙홀과 같아 사회 모든 이슈들을 빨아들이게 될 것이며, 이는 나아가 안정적으로 국정운영을 추진하고자 하는 정권에 큰 부담을 줄 것이 자명한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 또한 올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헌 추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었다. 결국 새누리당 내 개헌 논의는 현재권력과 미래권력 간의 싸움이 될 것이며, 그 결과에 따라 정치권의 질서는 요동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권력 vs 미래권력 충돌지점
여권 내에서 현재 살아 있는 권력인 박근혜 대통령과 맞설 수 있는 인사를 꼽는다면, 단연 김무성 대표가 될 수 있다. 여당 당대표라는 이유에서가 아닌, 여권 내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평가받고 있는 이유에서다. 즉, 김무성 대표가 현재로서는 여권 내에서 미래권력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 있기 때문에 살아 있는 권력을 견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사실 지난 전당대회부터 서청원 후보 등 친박 진영에서 김무성 후보를 견제했던 이유도 이 때문으로 풀이됐었다. 당내 비주류-비박으로 분류되면서 차기 대권에 관심을 두고 있는 김무성 의원이 당권을 잡게 되면, 살아 있는 권력과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친박 좌장인 서청원 후보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합동연설회를 통해 김무성 후보를 겨냥, “지금 대권을 노리는 사람이 당 대표를 맡으면 인사권과 당권을 모두 장악하게 된다”며 “여당 대권후보가 나오는 것은 불공정 경선 아니냐”고 강하게 성토하기도 했다.

또, “김무성 후보에게 ‘대권을 포기하면 중대한 결단을 하겠다’고 얘기했다”며 노골적으로 대권의 뜻을 접든지, 당권을 포기하든지 선택하라는 주문을 했었다. 사실상 비박성향의 김무성 후보가 당권을 잡게 됨으로써, 차기 대권을 바라보는 ‘미래권력’으로 자라나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김무성 대표도 당권만 잡는다고 해서 대권가도가 탄탄대로 열린 것은 아니었다. YS-DJ나 이명박-박근혜처럼 절대적인 지지층을 가진 카리스마 리더십의 시대가 종식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야 누구를 막론하고 채 20%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고만고만한’ 시대에 김무성 대표 또한 ‘나 홀로’ 플랜은 생각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야당의 손학규-안철수 등 차기 주자들이 한국 정치의 미래비전으로 추진하려 했던 연립정부 형태의 ‘연정’을 김무성 대표도 고심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를 통해 고질적인 지역구도를 깨고 여야의 극단적 대립과 갈등을 해소하는, 그야말로 ‘새정치’를 실현하고자 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김무성 대표 입장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개헌이 필요했을 것이고, 미래권력의 새 판짜기에 휘둘리지 않고자 하는 현재권력인 박근혜 대통령과 충돌이 생길 가능성이 컸던 것이다.

◆미래권력 다가선 김무성의 ‘개헌론’
그런 이유에서 김무성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개헌’의 필요성을 거듭 언급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8월, 김 대표는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세월호 정국이 마무리된 이후 개헌 추진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던 바 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그동안 국민들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했는데 결론은 5년 단임제가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무능한 대통령에게 5년은 길고, 유능한 대통령에게는 짧다. (개헌)논의가 시작할 때가 됐고, 세월호법이 해결되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아울러,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하며 “우리나라 제1의 망국병이 동서간 지역감정이다. 선거제도 개선을 통해 지역감정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중대선거구 등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지 지역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방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 4일에도 <중앙SUNDAY>와 인터뷰를 통해 “5년 단임제로 집권했던 역대 대통령 6명 중 4명이 자기 당에서 쫓겨났다”며 “또 5년은 유능한 대통령에겐 너무 짧고 무능한 대통령에겐 너무 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대통령보다 강한 제왕적 권력과 승자독식 게임구조, 총선·대선 주기 불일치도 문제다. 결국 개헌으로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며 “내 소신은 뚜렷하다. 미국식 4년 중임제 정·부통령제나 대통령·총리가 외교·내치를 나눠 갖는 오스트리아 방식 등이 다 연구돼 있다. 논의만 시작하면 금방 (개헌)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개혁에 집중하는 집권 초반기엔 개헌을 논의하지 못했던 게 현실”이라며 “하지만 다음 선거(2016년 20대 총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지금이 적기다. 내년 초부터 (개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미 컨센서스는 형성돼 있다고 본다”며 “박 대통령도 개헌해야 한다고 공인으로서 공식적으로 밝혔지 않냐”고 덧붙여 말했다.

‘차기 대통령을 새 헌법으로 뽑아야 하냐’는 질문에도 “그렇게 해야 한다”며 “나중에 차기 대권 주자군들이 굳어지는 시점이 되면 또 개헌에 반대하지 않겠나. 그러니 지금부터 내년까지가 논의의 적기”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야당에서도 합리적인 사람들은 다 개헌을 원한다”며 “그리고 수준 높은 정치, 즉 연정을 할 필요가 있다. 중간지대를 만들어 양극화된 정치 구조를 바꿔야 한다. 일례로 의석이 5석인 정의당이 참여할 틈이 있어야 하는데 새정치연합이 막고 있다”고 ‘연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비주류, “개헌 공론화하자”
김 대표의 이 같은 개헌론은 당내 비박 중진인 이재오 의원과 입장이 딱 맞아 떨어진다. 이명박 정부 2인자였던 이재오 의원은 특임장관 시절부터 정치권에 개헌전도사로서의 역할을 해왔고, 지금도 정치권 최대의 개헌론자로 통한다. 그런 이 의원이 24일 다시 ‘개헌론’을 꺼내들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새로 출범한 보수혁신위원회를 언급하며 “보수혁신위원회의 최대 핵심은 개헌”이라고 못 박아 강조했다. 이 의원은 “개헌을 하지 않고 어떻게 보수가 혁신하냐”며 “국회 개헌모임에 새누리당 의원 6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데, 개헌 특위를 구성해 국회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 의원들의 공통적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여야가 정치적 현안이 많았기 때문에 굳이 이 문제를 강조하지 않지만, 국민들이 국회에 청원했고 여야 의원들이 결의에 들어가 있는데 논의조차 안하고 넘어가는 것은 문제”라면서 “여러 가지 혁신 방안이 있겠지만, 보수혁신의 쟁점은 개헌”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의원은 또, “현행 25년간 유지되었던 5년 단임제를 고치지 않고는 보수혁신이 어렵다”면서 “지도부에서 정기국회에 개헌특위를 구성해줄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말을 꺼내자, 김태호 최고위원도 이 자리에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낡은 시스템이 결과적으로 그 나라를 망가지게 하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라며 “지금 우리 한국에 낡은 권력구조, 지금 시대 요구를 반영하고 있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어, “어릴 때 입었던 옷이 아무리 좋아도 몸이 커진 어른이 입을 수는 없다. 아깝지만 버려야 한다”며 “지금 본격적으로 시대요구를 받아내는 개헌이 필요한 시기”라고 개헌 필요성에 호응했다.

이인제 최고위원도 개헌론에 가세해 “박근혜 대통령이나 정부에서는 여러 가지 시급한 현안이 많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개헌을 주도하기는 어렵다”면서 “국회가 주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또, “집권당인 새누리당에서 헌법개정특위를 구성해야 야당도 조직을 만들 것이고, 야당하고도 협의하고 국민적 공감을 얻어야 한다”며 “여야 합의로 개헌특위를 구성해 개헌안을 만들어 발의 가능하면 다음 총선 이전에 국회 통과해서 총선 때 국민투표도 함께하는 절차를 밟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어, “최고위에서도, 의총에서도 논의해서 헌법 개정 절차를 시동 거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국회 정상화되면 정부조직개편 등이 본격화 될 것이기 때문에 지금 헌법 개정 논의를 시작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박근혜 대통령은 올초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개헌 추진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던 바 있다. 개헌 논의로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을 우려한 것인데, 정치권 개헌론자들은 이러다 또 다시 개헌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하고 있다. ⓒ뉴시스

◆개헌 걸림돌, 세월호 정국과 친박
이처럼 여당 비주류 인사들을 중심으로 개헌론이 분출하기 시작했지만, 김무성 대표는 개헌론에 찬성하고 있으면서도 지금 당장 논의가 시작되는데 대해서는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개헌, 폭발성 있는 주제”라며 “현재 권력구조는 7번째 대통령을 지내면서 상당히 문제가 많다는 것을 국민께서 유념하시고 개헌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 지금은 세월호 정국 파행 시점이기 때문에 세월호 파행 정국 문제가 해결된 후에 개헌문제를 말씀해주시길 당대표 입장에서 부탁말씀드린다”며 당분간 개헌 논의 자제를 당부했다.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 역시 앞선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부 혁신위원들이 개헌을 주요 의제로 다루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과 관련해 “개헌 문제를 여기에서 본격적인 주요 의제로 상정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김문수 위원장은 “적어도 개헌이 되려면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국민은 지금 개헌하라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이 바뀌고 정치혁신을 하라는 것”이라며 “정치 혁신의 핵심은 국회를 조금 제대로 바꾸라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한편, 올초 개헌론이 정치권을 강타할 조짐을 보이자 박근혜 대통령부터 개헌은 불가하다는 입장에 쐐기를 박고 나섰던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개헌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올해는 다른 생각 말고 경제회복 불씨를 살려내애할 시점”이라며 “개헌이라는 것은 워낙 큰 이슈기 때문에 블랙홀 같이 모두 빠져들어 이것저것 할 수 없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은 거듭 경제회복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올해는 다른 생각 말고 (경제회복) 이 불씨를 살려내 경제 회복을 시켜 국민 삶을 회복하는 기틀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사실상 쐐기를 박아 개헌 논의 불가 입장을 밝혔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에 친박 핵심 인사들도 ‘개헌 불가론’을 거들었다. 현재 경제부총리를 맡고 있는 최경환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한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국민의 절반 이상인 약 60%가 올해 개헌을 논의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며 “국민은 먹고 사는 문제가 개헌보다 훨씬 시급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개헌으로 허송세월 말고,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게 국민의 절절한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