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이성적 접근 필요하다
남북관계, 이성적 접근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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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취임 후 처음으로 유엔총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한국어로 15분간에 걸쳐 이뤄진 기조연설에서 박 대통령은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며 북한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북핵문제 해결의 필요성은 물론이고, 인권문제, 그리고 한반도 통일의 당위성 등 박 대통령은 유엔 회원국들을 상대로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국제사회의 협력을 호소했다. 통일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확고한 의지와 위상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호평 받을 만한 일이었다.

특히, 박 대통령은 “북한은 스스로 핵을 포기하고 개혁과 개방을 선택한 여러 나라들처럼 경제발전과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변화의 길로 나와야 할 것”이라며 “그럴 경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경제발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북핵 문제만 해결된다면,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 등 다양한 남북교류협력 사업이 다시 재개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그런데 북한의 핵을 포기시키고자 ‘경제지원’ 등의 당근을 제시했음에도 북한이 이처럼 여전히 핵을 가지고 협상하려는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핵은 어떤 경우에도 협상의 대상이 되어서도 안 되고, 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북한 스스로는 그 어떤 변화나 조치도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대착오적인 대결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관광 재개 등을 거듭 우리 정부에 요구해오고 있다. 핵 문제 해결은 뒤로 놓고서라도, 천안함 폭침에 대한 공개적 사과 한 마디 없이 자신들의 요구만 관철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요구조건을 관철시키기 위한 협상이나 대화의 기본조차 안 돼 있는 것 아닌가. 1차적 잘못은 누가 뭐라고 하든 북한에 있고, 북한이 달라져야 함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도 조금은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다. 이명박 정권에서부터 수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교류단절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 것인지, 우리가 진정한 ‘형’이라면 한번쯤은 생각해봐야 할 시기가 됐다. 북한이 저렇게 막무가내 고집을 피우며 딴소리만 하고 있다고 이렇게 계속 대화조차 되지 않는 단절된 상황을 이어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 점은 통일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또 이명박 정권과 차별을 강조하는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서도 중요한 문제이지 않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은 막힌 것을 뚫어내기만 하더라도 충분히 업적을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며, 역사에도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의 문제가 남는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내에서조차 5.24조치는 이미 시효가 다 된 대북정책이라며 해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강경보수진영에서는 이런 여당 내 5.24해제 주장에 대해 또 다시 ‘퍼주기 정책 10년’으로 돌아가 북한에 끌려 다니기 하겠다는 것이냐며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기도 하지만, 우리도 무엇인가 더 큰 것을 얻기 위해서는 하나쯤 접어주고 갈 필요도 있다.

물론, 아무런 조건도 없고 명분도 없이 우리가 백기투항 하듯 양보를 할 필요는 없다. 대화와 교류의 전제조건을 사과보다는 ‘재발방지 대책’에 맞춘다면 얘기는 또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형제끼리 다퉜을 때도 생각해보면, 서로 간에 화해를 하고 다시 우애를 쌓아 잘 지내다보면 ‘그때 그랬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미안했어’ 충분히 사과를 하고 관용을 베풀 수 있는 일 아닌가.

정부는 북한 문제에 있어서 사과를 받는 일과 징벌을 하는 일이 더 중요한 것인지, 아니면 화해와 평화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일이 더 중요한 일인지 판단해야 할 때가 됐다. 사과부터 해야만 대화를 하겠다는 태도는 우리 정부 역시 아직까지 북한을 감정적으로 대하고 있다는 뜻이 될 수 있다. 감정적 태도로는 어린애처럼 떼 부리는 북한을 상대로 그 어떤 해답도 찾아낼 수 없을 것이다. 확실한 재발방지 대책부터 우선 마련한 뒤 화해와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사과는 그때 가서 받아도 늦지 않을 것이다. 그런 화해의 분위기 속에서 받는 사과가 천안함 유가족과 그리고 우리 국민들에 대해 오히려 더 진정성 가진 사과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이제 감정적 접근이 아닌, 이성적 접근이 필요할 때다. 

박강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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