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盧의 분노, 제3신당설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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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연합 창당 7개월여 만에 또 ‘친노 패권주의’ 논란

새정치민주연합이 또 다시 분당설에 휩싸였다. 안철수 신당과 통합을 이뤄 창당된 지 불과 7개월여 만에 또 분열적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에 새롭게 합류했던 안철수 세력이 당내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함으로써, 분열적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비대위로 구성된 당 지도부를 친노 세력이 장악하면서 그동안 끊임없이 친노와 갈등을 겪어온 비노-비주류 세력이 움찔거리고 있는 것이다.

▲ 새정치민주연합이 창당 7개월여 만에 또 다시 분당설에 휘말렸다. 당 지도부가 친노 일색이라는 이유에서 비노 인사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노 인사들을 중심으로 최근 신당 창당 모색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뉴시스

친노가 장악한 당의 미래는 없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하지만, 친노는 ‘어차피 총선과 대선은 차기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차기 지도부를 중심으로 치르게 되기 때문에 비노의 공세는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비노 인사들은 친노 일색의 현 비대위는 결국 차기 전당대회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으며, 비대위에 유력한 차기 당권-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문재인 의원이 포함된 것만 보더라도 이를 방증한다며 맞서고 있다. 그러면서 이들 비노세력은 새 길을 모색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친노만 남겨두고 모두 나와 제3지대에서 정통민주당을 복원하자는 플랜이다.

지난달 말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적으로는 온건-중도, 비노 성향의 전·현직 의원 20여명이 결속해 ‘친노 패권주의 배격’을 기치로 내건 ‘구당구국(救黨救國) 모임’을 결성했다. 이 모임에는 정대철, 이부영, 정동영, 천정배, 추미애, 강창일, 이종걸, 주승용, 이상민, 노웅래, 문병호, 조배숙, 문학진, 장세환, 최규식 등 당내 비노 성향 전·현직 의원들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향후 당내 뜻을 같이 하는 초재선 의원들도 영입해 세를 확장시킬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신당 창당론이 바로 이들 ‘구당구국’ 모임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구당구국 모임, ‘신당’ 압박
앞서 이 모임 좌장격인 정대철 상임고문은 지난 3일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모임 결성 배경과 관련해 “당의 좌클릭을 걱정하는 원내외 목소리가 많았다”며 “원로부터 초재선 의원까지 다양한 층에서 우려가 나왔다. 당의 몰락을 막기 위해 중도 노선을 강화하는 결사체가 시급하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고문은 이 모임이 신당을 추진할 가능성에 대해 “새정치연합이 스스로 개혁해 신당으로 거듭날 수 있으면 가장 바람직하다”면서도 “현재 지도부가 개혁에 소극적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압박하겠지만, 변화의 의지가 없다고 판단되면 외부에서 깃발을 들 수도 있다”고 부인하지 않았다. 특히, 정 고문은 “이대로 가면 앞으로 모든 선거에서 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념적 스펙트럼을 중도와 우파로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들은 앞서 문희상 비대위원장에게 비대위에 정동영 고문과 추미애 의원 등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이기에 지난 9일 치러진 원내대표 경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지 않을 수 없었다. 원내대표마저 친노로 선출돼서는 안 된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또 다시 범친노 성향의 우윤근 의원이 선출됐고, 이를 계기로 비노 인사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를 듯 치솟아 올랐다. 그러면서 분당설이 분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14일 정대철 고문은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당을 끝까지 고치려고 노력하다가 안 되면 신당창당의 모습을 띤 개혁을 해야 한다”고 ‘신당 창당’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나서기까지 했다. 정 고문은 “마이너스적으로 신당을 만들면 둘로 갈라지고 좋지 않다. 신당적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고, 다시 뜻을 규합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신당 창당 시기에 대해서는 “최대한 노력을 하다가 안 되면 신당 창당의 모습으로 할 수도 있다는 뜻”이라며 “미리부터 신당 창당을 이야기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그러면서 거듭 “당이 신뢰를 잃었다. 당 지도부가 국민적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 근인”이라며 “당이 지금 이 모습을 가지고는 쉽게 정권을 창출하거나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데에서 시작되지 않았나 본다”고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또, “국민적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어져야 한다”며 “뿐만 아니라 장년층, 노년층에 방점을 찍는 정당으로 가지 않으면 제대로 된 모습을 가지고 국민적 지지를 끌어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 고문은 새정치민주연합의 폐해로 “예전 운동권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조금 있는데, 그들이 도덕적 우월성에 파묻혀 있어 강경론으로 나오고 우리만이 잘난 사람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보여진다는 것”이라며 “안정적인 리더들이 나오지 않는 것” 등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정 고문은 이에, “정통야당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운동권적 강경파가 당을 좌지우지하며 끌고 가는 게 문제”라면서 “한명숙 이해찬 당 대표 시절 영입한 사람 대부분 운동권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로, 균형이 맞아야 하는데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운동권적 시각을 가진 강경파가 계속 주류로 남아 있다면 총선-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지금 이 모습을 가지고는 쉽게 정권을 창출하거나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 고문은 아울러,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낙향해 토굴생활을 하고 있는 손학규 전 상임고문의 복귀 문제와 관련해 “개인적으로 전화도 한두 번씩 하고 그러는데 ‘아이고 정 선배, 너무 끌어들이지 마세요’라고 하더라”며 “그러나 앞으로 정당을 잘 만들어가면서 필요에 의해 징발할 수도 있다고 생각은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비노 인사들은 최근 구당구국 모임을 만들어 정계은퇴를 선언한 손학규 전 상임고문에게까지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제대로 된 당 혁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신당 창당까지 고려할 수 있다며 공공연히 친노 비대위를 압박하고 있다. ⓒ뉴시스

◆정동영, 손학규에 정계복귀 러브콜
그런 가운데, 지난달 30일 정동영 상임고문이 여야가 세월호특별법에 합의한 직후 팽목항을 찾았다가 상경 길에 예고 없이 손학규 전 고문이 생활하고 있는 전남 강진의 토굴을 방문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다. 손 전 고문이 휴대전화를 놓고 산책 중이었던 이유 때문이었다.

비록 만남이 성사되지는 못했지만, 정 고문이 손 전 고문을 찾았다는 것만으로도 주요 뉴스가 됐다. 두 사람 모두 비노 성향이면서, 최근 구당구국모임의 움직임과 연결 지어 해석되어졌기 때문이다. 손 전 고문을 만나지 못한 정 고문은 1시간가량 기다리다가 “정동영 다녀갑니다.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라는 메모만 남긴 채 발길을 돌렸다.

손 전 고문은 이후 정 고문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했고, 정 고문은 통화에서 “손 고문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며 “귀양 중 여생을 마친 다산 정약용 선생과 달리 현실에서도 승리하길 원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고문은 또, 언론과 통화에서 손 전 고문의 7.30재보선 패배 원인은 당에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하루빨리 돌아와서 같이 협력하고 경쟁해야 한다”고 정계복귀를 거듭 주문했다. 특히, 정 고문은 “눈이 올 무렵 다시 강진을 찾을 생각”이라는 뜻도 덧붙여 밝혔다. 올 겨울, 차기 전당대회를 앞둔 시기 손 고문을 다시 찾아 삼고초려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정치전문가들 “분당 가능성 충분하다”
한편, 정치 전문가들은 새정치민주연합의 분당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분당 가능성과 관련해 정치평론가 박상병 박사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지금 당장은 아니다”면서 “당장 탈당이나 분당의 명분이나 타이밍이 없다”고 말했다.

박상병 박사는 지난 13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 정치 현안 토론에서 이 같이 전망하며 “새로운 정당을 만들 때 가장 큰 힘은 국민들의 지지인데, 지금 국민들은 관심이 없다”면서 “나가든 말든 그러면 나가서 뭐하나, 밖에 나가면 돈도 없고, 세도 안 모이고, 나갔다고 하는 정치적인 상처도 크다. 그래서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다”고 분석했다.

박 박사는 이어, “지금 당내 갈등의 핵심이 공천 아닌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친노 핵심 인사들이 다음 총선에 출마할 것이냐 이 문제”라며 “그들이 공천권을 잡고 있는 한 새로운 인물들이 들어갈 수가 없다. 새 지도부가 (친노) 그 사람들을 껴안고 간다면 깨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지 않고 끝까지 전격적으로 혁신을 통해 내려놓는다면 같이 가는 것”이라며 “그래서 새 지도부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고, 만약 국민적 공감을 받지 못하는 혁신이 나온다면 깨진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박상병 박사의 이 같은 전망에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은 “분당이 현실화 되려면 총선이 임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신율 교수가 “총선 임박해서 나오면 사실 공천 못 받은 떨거지들의 이미지를 가질 소지가 있기 때문에, 상황을 봐서 지나치게 총선 가까울 때는 시기가 안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하자, 박상병 박사는 “내년 말 정도가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차기 총선 공천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는 내년 말이 분당의 타이밍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황태순 위원은 이에 대해 “내년 1월, 3월에 문재인 당 대표가 장악한다고 가정하고 한 4~5개월이 지났는데 비전이 없다고 내부에서 티격태격 싸우다가 결국 깨자고 (할 수 있다)”면서 “정대철, 이부영 같이 바람잡아주는 외곽의 병풍, 안에서 손학규, 정동영, 안철수 이런 분들이 중심이 된다면 일단 원내교섭단체만 충족되면 일단 기본적인 정당운영은 된다. 그럼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야당이 또 분열할 경우 총선에서 완패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박상병 박사는 “야권이 똘똘 뭉쳐도 못이기는 판국인데 더 완패하는 것”이라며 “야당이 둘로 나눠지면 어디서도 1등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비난을 감수하고 대선에 올인 할 것인가, 아니면 이것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는 많은 숙제가 남아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가시화 될 측면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제가 볼 때는 내년 지도부가 상당한 혁신을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혁신’ 얘기에 신율 교수는 다시 “혁신이라는 것은 자신을 버리는 것이 혁신이다. 그런데 특정 계파가 주도권을 잡아버리고 혁신하자고 이야기한다면, 그건 혁신이 아니다”고 문제의식을 던졌다. 그러자, 박 박사는 “그 이야기를 문재인 의원이 한 것이다. ‘지금 놓쳐버리면 우리는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마지막이다.’ 이렇게 얘기했다. 그 분도 알고는 있다”고 말했다.

이에, 신율 교수는 또 “알고는 있지만, 몸이 잘 안 움직이시는 것 같더라”고 반박했고, 박 박사는 “다른 사람은 할 수 없어도, 그나마 문재인 의원이 할 수 있다”고 문 의원에 거듭 ‘당 혁신’에 대한 기대를 걸었다. 황태순 위원은 “그런데 최근 문재인 의원이 보여준 모습은 본인의 의지는 그럴지 모르겠으나, 강경파 초선들이 너무 많다”며 “꽉 붙들고 있으니까, 마음은 그렇게 가는데 몸이 안 따라 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박상병 박사는 “그렇게 되면 문재인 의원도 탈당해 신당에 합류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대해서는 황태순 위원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호응했다. 결국,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은 문재인 의원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것이 정치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인 셈이다. 아울러, 문 의원을 흔들고 있는 강경파 초선들을 어떻게 제어시키느냐 하는 문제가 새정치민주연합 분당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논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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