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 가을 제사 시작일인 17일,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여야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비난을 쏟아냈다.
새누리당 권은희 대변인은 이날 오전 현안 브리핑을 통해 “지금 한일 관계는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악화된 상태”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아베 총리는 지난달 모리 요시로 전 일본 총리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친서까지 보내며 대화를 제안했지만 ‘가을 국제회의가 열리고 있는 시점’에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하는 것은 이중적 행태”라고 맹비난했다.
권 대변인은 “과연 대화를 할 의지가 있는가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라며 “경색된 한일 관계의 책임은 전적으로 일본에게 있다”고 말했다.
권 대변인은 그러면서 “아베 총리는 그동안 한-일, 중-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정상회담을 희망한다는 뜻을 여러 번 밝혔다. 그러나 매번 야스쿠니 신사 참배, 위안부 관련 망언 등으로 동북아 정세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며 “아베 총리는 자신이 말한 한국과 중국과의 우호나 관계 개선 같은 말들을 공허한 수사에 그치지 않게 하기 위해 먼저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 대변인은 아울러, “아베 총리는 전쟁의 책임을 외면하고 침략의 역사를 미화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면서 “잘못을 뉘우치는 성의 있는 조치들과 진정성이 담긴 행보야 말로 한국과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등 동북아 평화의 유일한 길임을 알아야 한다”고 일갈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공물 봉납에 대해 “군국주의 망령에 사로잡힌 과거 퇴행적 행태”라며 “사비를 들여 봉납했다고 하지만 사실상 대리 참배를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박 대변인은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함으로써 동아시아인들을 기만하고 교류와 협력을 통한 인류 문화의 발전을 저해한 것”이라며 “역사왜곡과 독도영유권 망언을 일삼고, 일본 양심의 목소리인 고노담화를 부정하며, 군대 비무장 약속을 버린 채 자위대 부활을 꾀하는 것도 모자라 이번엔 야스쿠니 신사 공물 봉납으로 동북아 국제질서와 평화를 해치는 위험천만한 아베 정권의 만행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특히, 박 대변인 역시 아베 총리의 이중적인 행태를 지적하기도 했다. 박 대변인은 “아베 총리는 16일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이야기 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일본의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말했다”며 “하지만, 하루 만에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함으로써 겉과 속이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박 대변인은 거듭 “일본의 진정성이 의심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일 관계는 정상화될 수 없다”며 “아베 정권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