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성폭행 피해 주장 여성 사형 집행
이란, 성폭행 피해 주장 여성 사형 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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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단체 재심 요구…유가족 “고의 살인”

이란 당국이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고 주장한 남자를 죽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내린 여인에게 사형을 집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자바리(Reyhaneh Jabbari, 26)는 25일(현지시각) 새벽에 교수대에서 처형됐다고 이란국영통신사인 IRNA가 검찰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자바리는 2007년 전 이란 정보부 직원이었던 사르반디(Morteza Abdolali Sarbandi)를 죽인 혐의로 체포됐다.

자바리는 자신이 그 남자의 등에 칼을 찌른 사실은 인정했으나 그 남자가 자신에게 성폭행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그 남자를 죽인 사람은 당시 사건현장인 집 안에 있었던 또 다른 남자였다고 주장했으나 당국은 이 주장에 대해 제대로 된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국제사면위원회 앰네스티가 말했다.

자바리는 2009년에 이란 형사법정에서 사형을 언도받았다. 앰네스티는 이 사건에 대해 “흠집투성이의 수사와 재판”이라고 평했다.

국제연합 인권감시팀 역시 자바리는 성폭행하려는 상대에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칼을 찔렀고, 2009년의 공판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자바리를 구하자는 활동을 펼쳤던 페이스북 홈페이지에는 이제 “영면하소서”라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고 알자지라가 전했다. 이란의 배우들을 비롯해 유명 인사들이 사형 집행 중단 요구는 서양에서도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자바리의 어머니는 집행 전날인 24일 한 시간 동안 딸과 면회했다고 국제사면위원회 앰네스티가 말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처형 전날 가족과의 한 시간 면회 허용은 이란의 관행이다.

앰네스티 중동 담당 관계자는 “자바리 씨가 처형됐다는 충격적인 보도를 접하고 무척이나 실망스러웠다. 이것은 이란의 인권 기록에 남을 또 하나의 핏자국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극적이게도 이런 사건은 너무 흔하다. 또 다시 이란은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심각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형제도 적용을 고집한 것이다”고 말했다.

유엔과 국제 인권단체들은 자바리의 자백은 이란 검찰의 강압과 위협에서 나온 것이라며 다시 재판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죽은 남자의 유가족은 그 살인은 미리 계획한 범죄라고 주장하며 자바리가 사건 2일 전에 그 칼을 샀다고 인정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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