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키나파소 대통령사퇴 후 “내가 과도정부 수장” 경쟁자 등장
부르키나파소 대통령사퇴 후 “내가 과도정부 수장” 경쟁자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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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 ‘장기집권 콩파오레 사퇴, 인접국 정치에 영향 미칠 것’
▲ 바레네 호노레 트라오레 육군참모총장은 30일(현지시각) 기자회견을 갖고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다”며 “12개월 내에 헌법 질서가 회복될 때까지 과도 정부가 세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알자지라화면 캡처

부루키나 파소의 블레즈 콩파오레 대통령이 5선(選)을 앞두고 성난 시민들의 저항으로 권좌에 물러난 지 하루 만에 과도 정부를 자기가 책임지겠다고 나선 군인 두 명이 거의 동시에 출현해 사태가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앞서 바레네 호노레 트라오레 육군참모총장은 30일(현지시각) 기자회견을 갖고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다”며 “12개월 내에 헌법 질서가 회복될 때까지 과도 정부가 세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라오레 육군참모총장은 사실상 나라의 전권을 장악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야쿠바 지다 대령이 1일 오전 국영TV방송의 웹사이트에 올린 녹음 연설을 통해 자신이 이 정치적 공백기에 나라의 수장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콩파오레 지지자였던 트라오레 육군참모총장이 같은 내용의 선언을 한 지 불과 몇 시간 후에 나온 것이다. 콩파오레는 사임할 때 90일 안에 대통령 선거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으나 지다 대령은 “과도 정부의 집권 기한과 구성은 나중에 결정될 것이다”고 말해 긴장이 일고 있다.

미국 국무부의 옌 사키 대변인은 31일 오후 성명서를 통해 브루키나 파소에 민주적인 선거를 요구하며 “비헌법적인 이득을 얻으려 현 상황을 이용하려는 군부나 다른 정파의 그 어떤 시도도 미국은 규탄하며 민주적 절차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존중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콩파오레(63) 전 대통령은 의회가 자신의 5선(選)을 허용하는 헌법 개정안에 대한 표결을 앞둔 상황에서 27년 장기집권에 분노한 시민들이 국회의사당으로 몰려가 의회의 표결을 저지하는 등 시위가 격렬해지자 1일 사퇴했다.

시위 과정에서 일부 시민은 방화를 저질렀고 의사당 내 물품을 약탈해갔다. 또 시위대는 국영TV 방송국까지 점거하면서 방송이 중단됐다. 치안부대는 시위대가 대통령궁까지 몰려오자 실탄과 최루탄을 발사해 3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콩파오레는 시민들의 격렬 시위에 대담해진 야당도 대통령 사퇴 외에는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배수진을 치고 나오자 권좌에서 물러나지 않을 수 없었다. 콩파오레는 성명을 통해 “대통령직을 떠날 것을 선언한다”며 “나는 내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서북부 나라들 정치지형에 영향 미칠 것

콩파오레는 국제무대에서는 존경을 받았지만 비평가들은 그의 반(半)권위주의적 치하에서 대략 1천7백~8백만 명으로 추산되는 국민들은 가난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는 점을 주목햇다.

아이보리코스트, 말리, 니제르, 베닌, 토고, 가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육지로만 둘러싸인 부루키나 파소의 경제는 금․면화 가격에 따라 부침이 심하며 가뭄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콩파오레의 사퇴는 아프리카 북서부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이 지역의 많은 지도자들은 국민의 뜻에 반해 집권 연장을 위한 헌법 개정을 밀어붙였거나 시도 중이라고 알자지라가 서아프리카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1일 전망했다.

전략․국제관계연구소 소속의 이 전문가는 “이번 일이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31일 수천 명의 시민들은 수도 와가두구의 한 광장에 모여 휴대용 라디오를 통해 대통령이 사퇴 성명을 들으며 환호성을 질렀다.

한 시민은 알자지라에 “이것은 새로운 혁명이다”며 “적어도 내일 우리는 같은 대통령의 같은 얼굴과 함께 눈을 뜨진 않을 것이다”고 전했다.

부르키나 파소는 서아프리카의 이슬람 무장세력과의 전투에서 미국․프랑스와 주요 동맹 관계를 맺고 있다. 인구의 거의 절반의 하루 생활비가 1달러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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