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아시아나항공의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사고에 대해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45일 운항정지 처분을 내린 가운데 선처를 탄원해오던 아시아나항공과 엄정처리를 주문해 온 대한항공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운항정지 처분이 아닌 과징금 처분을 내려주길 요청해왔던 아시아나항공 측은 “국토부의 이번 운항정지 처분은 국익과 해당 노선 이용객들의 불편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반박하며 법적 대응도 불사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년간 한미 양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왔으며 세계 시장에서 국가 브랜드를 선양하면서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왔다”고 밝히고 “해당 노선은 한 해 17만명의 국내외 승객들이 이용하고 있고 외국인 승객 비중이 70%에 달하며 4개 항공사의 해당 노선 탑승률이 85%에 이를 만큼 만성적인 좌석난을 겪고 있는 노선”이라며 운항정지 처분으로 인한 피해를 우려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 측은 운항정지 처분에 대해 “항공편 이용자들에게 심한 불편을 주거나 공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운항정지가 아닌 과징금으로 할 수 있다는 법의 취지가 구현되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미국 NTSB가 ‘의도적인 안전에 대한 배임이나 규정 위반에 의한 사고가 아니다’라고 결론낸 사고조사 결과, 미주 교민 및 항공편 이용자들의 청원, ‘운항정지와 같은 징벌적인 제재는 안전을 증진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IATA CEO 등 항공전문가들의 의견이 고려되지 않았다”고 제반 상황들이 고려되지 않음을 아쉬워 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즉각 이의를 제기할 뜻을 내비치며 “당사는 재심의 과정을 거쳐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출하고 법적 대응도 검토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한편 지속적으로 과징금이 아닌 운항정지 처분이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해온 대한항공 측 역시 운항정지 처분이 45일에 그친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대한항공 측은 “금번 행정처분은 법에서 정하고 있는 최대한의 감경폭을 적용한 것으로서 ‘아시아나항공 봐주기’의 일환”이라며 납득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아시아나항공은 샌프란시스코공항 사고의 인명피해와 재산피해에 대해 각각 60일과 30일간 운항을 정지당할 수 있어, 운항정지 기간은 최대 90일이까지 가능했으나 이 기간을 국토부가 최대 50% 줄이거나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최소 45일에서 최대 135일까지의 운항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는 상태였다. 이번에 적용된 45일간의 운항정지 처분은 가능 범위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운항정지 처분이 아닌 과징금 처분이 내려질 경우는 7억 5천만원에서 22억 5천만원의 범위 내에서 내려지게 돼 있었다.
대한항공 측은 “현행 항공법 자체가 아시아나항공의 주장이 반영된 ‘아시아나 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대한항공 측은 “과거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까지 해가며 최대 범위로 처벌한 반면, 이번 아시아나항공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범위에서 처벌의 흉내만 낸 것은 법의 일관성과 형평성을 무시한 조치”라며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항공 홍보팀 관계자는 “현행 항공법은 아시아나 법”이라는 언급에 대해 14일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1990년대 말 대한항공 여객기 사고 등의 여파로 제정된 현행 항공법에 당시 아시아나의 주장이 많이 반영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는 1997년 8월 대한항공 801편이 괌 아가냐 남쪽 밀림에 추락해 254명 중 229명이 사망했던 대한항공의 괌 여객기 추락 사고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이 사고로 운항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았다. 이어 대한항공이 연달아 5건의 사고를 더 내자 정부는 1999년 11월 대한항공의 괌 사고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사고로 인한 사망자 발생시 ‘사고 항공사에 대한 노선배분 및 면허 등 제한 방침’을 마련, 사고조사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도 운수배분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방침 마련 이전의 사건들을 소급 적용, 1년간 대한항공을 노선배분 대상에서 제외하고 2년간 해당노선 면허발급을 금지한 바 있다. 이 당시의 아픈 기억 때문에 대한항공 측은 이번 아시아나항공의 샌프란시스고 사고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같은 기준을 적용해 엄정히 처리해 줄 것을 당국에 주문해 왔다.
이어 대한항공 홍보팀 관계자는 “당시 아시아나항공이 사고 항공사에 대한 엄정 처벌, 무사고 항공사에 대한 인센티브 등을 강력히 주장해 현행 항공법 제정에 많은 영향을 끼쳤는데 사고 관련 처벌 규정에 대한 첫 적용 사례가 자신들이 될 상황에 놓이자 예외 규정을 거론하는 등 이중적인 행태를 보여 왔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난해 7월 샌프란시스코 사고 후 미주 한인협회 등의 선처 요구, 대한항공 노조의 강력한 처벌요구, 국내외 항공사들의 선처 탄원에 이은 대한항공의 엄벌 요청, IATA(국제항공운송협회)의 선처 탄원,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엄벌 요구 등 양측은 사고 이후 처벌 수위에 대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파급효과가 워낙 큰 사안이라 처분 수위 결정에 1년 4개월이나 걸릴 만큼 국토부도 많은 고심을 해온 것으로 보이지만 이날 내려진 처분은 양 측 모두에 불만을 가져오며 지속되온 갈등에 더욱 불을 끼얹은 것으로 보인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