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나항공이 탑승 직전 항공권을 바꾼 승객 2명을 그대로 태우고 출항했다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회항하는 사건이 벌어져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6일 아시아나항공은 “오후 1시 15분(현지시간) 홍콩을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향하던 OJ722편에서 예약자가 아닌 남성 승객이 탑승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해 홍콩 공항으로 회항했다”고 밝혔다.
이 승객은 해당 항공편이 아닌 오후 1시 55분(현지시간) 홍콩에서 출발할 예정이던 제주항공 7C2102편의 예약자로 확인됐다. 제주항공은 여권과 탑승권의 정보가 다른 승객이 타려고 한 사실을 발견, 탑승을 막고 공항 경찰에 연락하고 아시아나항공에 이 사실을 통보했다.
이 두 승객은 서로 아는 사이였으며 나중에 출발하는 제주항공 항공기를 예약한 승객이 1시간 정도 빨리 가야할 사정이 생겼다는 이유로 먼저 출발하는 아시아나항공 항공권을 예약한 지인과 탑승권을 교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항을 초래한 해당 승객은 “일이 급해 내가 가진 항공권과 40분 정도 빨리 한국으로 출발하는 지인의 항공권을 바꿔 탑승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이미 계획을 짜놓고 짐도 상대방이 예약한 항공편으로 보냈다.
이 소동으로 해당 항공기에 탑승했던 259명의 승객은 예정 시간보다 4시간이나 늦게 한국에 도착해야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회항한 후 오후 6시경(현지시간) 인천공항으로 다시 여객기를 출발시켰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17일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불편을 겪은 승객 1인당 항공권 발급이나 면세점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100달러 상당의 교환권을 지급했다”고 설명하고 “지연으로 인해 차량 등을 요청하는 일부 승객들에게도 모두 지원을 해 드렸다”고 덧붙였다.
해당 승객들은 홍콩공항경찰대에 인계됐다가 조사를 받은 후 지난 밤 훈방조치됐다.

◆아시아나 “대응 검토 안해…재발 방지 만전 기할 것”
이처럼 황당한 회항 사건이 발생하자 아시아나항공의 보안 체계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회항마저도 자체 점검을 통해서가 아니라 제주항공 항공기에 탑승하려던 승객을 적발한 제주항공 측의 통보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저가항공사마저도 탑승권 정보와 여권 확인을 철저히 하고 있는데 아시아나항공은 이를 철저히 검증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불렀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직속 직원들이 아닌 조업사 측의 실수였지만 책임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이날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일반적으로 저희를 포함한 대부분의 외항사들은 현지에서 도와주는 조업사를 통해 탑승권 정보와 여권 정보 등을 체크하고 있고, 제주항공 측 역시 조업사에서 체크를 하는 과정에서 적발한 것”이라며 이번 일이 현지 조업사 측에서 실수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현지 조업사나 회항을 유발한 승객에게 별도로 책임을 묻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써는 조업사나 승객에 책임 소재를 따지는 것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하고 “우리의 책임으로 생각하고 누구에게 책임을 묻기보다 재발 방지에 중점을 두고 다양한 방안을 계획중이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현지에서 체크업무를 담당할 인력을 확충하거나 체크 단계를 강화하는 방안, 취항지의 현지 조업사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회항은 ‘무주수화물’ 규정 때문…처벌 규정은 없어
한편 이날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굳이 회항을 해야 했던 이유에 대해 “정확하게는 ‘무주(無主)수화물’ 규정 때문에 회항하게 된 것”이라며 “다만 무주수화물이 발생하는 경우를 고려해보면 사실상 탑승자가 뒤바뀐 것 때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덧붙였다. 이 규정에 따르면 탑승객의 소유가 아닌 수화물이 발견될 경우 항공사는 테러 등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항공기를 회항해야 한다.
지난 2010년에도 이 ‘무주수화물’ 규정 때문에 인천공항을 출발해 필리핀 세부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 OZ709편 여객기에 ‘주인없는 짐’이 실려 있는 것이 확인돼 이륙 4시간여 만에 제주공항으로 회항해 잘못 실린 짐을 내리는 일이 발생한 적이 있다. 당시 사건은 탑승 예약을 마친 승객 2명이 30분 뒤에 출발한 다른 항공편에 탑승하는 과정에서 수화물 처리 실수로 인해 일어났다.
하지만 이번 소동과 같은 사건이 일어나도 탑승권을 바꿔치기한 승객들을 처벌할 관련 규정은 전무하다시피 한 실정이다. 항공사 측에서 업무방해죄 등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는 있겠지만, 이마저도 항공사 측이 항공권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책임이 더 크다는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아시아나항공 측이 별도의 대응을 고려하지 않는 것도 도의적인 면 외에도 현실적으로 책임을 묻기 힘들다는 점 역시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 역시 해당 승객에 대한 처벌이 가능한지 법리 검토에 나섰지만 항공보안법 23조 ‘승객의 협조의무’ 등에도 명확한 처벌 규정이 없어 형사 처벌은 힘들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