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힌 삼성SDS가 각종 기록을 경신하며 유가증권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날 삼성SDS는 시작부터 공모가 19만원의 2배인 38만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시초가의 형성 가능범위는 90~200%로 정해져 있는데 시작하자마자 최상단인 200%로 형성된 것이다. 시작하자마자 매수 호가가 6% 이상 뛰어오르자 거래소는 2분간 호가 접수만 받고 거래를 중단시키는 ‘VI’를 발동했다. ‘VI’는 가격이 급변동할 때 투자자들의 환기 시간을 주기 위한 것으로 거래소는 올해 VI를 도입했는데 상장 첫 날, 그것도 출발과 동시에 VI가 걸린 것은 삼성SDS가 처음이다. 그만큼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거웠던 것이다. 삼성SDS는 2분간 쌓인 호가와 그 전 호가를 맞춰 거래를 재개했다.
삼성SDS는 상장 첫 날 거래대금 부문에서도 신기록을 작성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코스피 거래대금 5조원 가운데 삼성SDS물량이 약 1조 3400억원으로 코스피의 약 27%를 차지했다”며 “과거 삼성생명이 증시에 상장됐을 때 기록했던 1조 1000억원보다 더 많았다”고 설명했다. 1조 1000억원은 삼성생명이 2011년 11월 14일 상장되면서 기록했던 거래 대금이다. 참고로 역대 일별 거래 최대대금 기록은 KB금융지주가 2011년 7월 8일 기록한 2조 1600억원이다.
삼성SDS의 14일 거래량은 약 380만주로 기록됐다. 장 개시 초반 30분동안에는 같은 시간 시총 1,2위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거래량이 각각 3만주와 7만주에 그쳤던 것에 비해 삼성SDS는 160만주가 넘는 거래량을 기록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삼성SDS는 이날 하한가 32만 3000원에 근접한 32만 7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장 개시 초반에는 시총 4위권까지 진입했으나 이후 차익매물 실현 등의 요소들로 하락세로 돌아서 최종적으로는 6위를 기록했다. 삼성SDS(25조3412억원)의 상장으로 네이버(25조846억원)는 순위가 7위로 내려갔고 현대모비스, 신한지주 등도 한 단계씩 내려갔다. 5위는 포스코(약 25조7천억원)가 자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은 시총 10위권에 삼성전자(1위), 삼성SDS(6위), 삼성생명(8위) 등 3개 기업을 위치시키게 됐다. 여기에 내달 제일모직까지 상장할 경우 10위권 내 삼성그룹 계열사가 더 늘어날 여지도 남아 있다.
삼성SDS의 상장은 코스피 지수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낳기도 했다. 단숨에 시총 5~6위권에 진입한 삼성SDS를 포트폴리오에 담기 위해 기관과 외국인이 다른 종목을 대거 매도하면서 코스피가 하락한 것이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0.78%(15.37포인트) 떨어진 1,945.14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SDS는 이날 종가를 기준으로 다음 거래일부터 코스피 지수에 반영된다.
한편 삼성SDS 상장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오너일가 3세들은 280배에 달하는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상장으로 이 부회장(46)은 재계 4위 주식부자로 뛰어올랐다. 종가기준으로 이 부회장의 삼성SDS 보유지분(11.25%, 870만 4312주) 가치는 2조 8506억 원에 달한다. 3.9%(301만 9959주)씩을 각각 보유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44),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41)도 각각 9886억원을 얻게 됐다. 이들 3남매의 총 지분가치는 4조 8천280억원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김인주 삼성물산 사장(132만 2189주)과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320만여주)의 지분가치도 각각 4330억 1000만원, 1조 480억원에 이르게 됐다.
삼성SDS 등에 빠르면 이 부회장의 삼성SDS 주식 평균 매입가격은 1218원, 이부진·이서현 사장은 1628원이었다. 따라서 최근 들어 다시 거론되고 있는 1999년 삼성SDS의 BW(신주인수권부사채)의 헐값발행 행위가 또 한 번 화두에 오를 전망이다. 2009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및 이 전 부회장, 김 사장 등은 특검 재판을 통해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으나 이들의 이익은 환수할 방법이 없는 상태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불법 시세차익을 환수해야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고 박영선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일명 ‘이학수 특별법’(불법이익환수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삼성SDS는 하한가에 근접한 가격으로 장을 마감하긴 했지만 이는 차익실현 매물들이 쏟아져 나온 탓으로 풀이되고 있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삼성SDS가 탄탄한 사업성을 지니고 있고 또 지배구조 이슈에도 연관돼 있어 장기적으로 주가가 무리 없이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증권사들이 제시하고 있는 목표 주가인 평균 40만원대 초중반을 달성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