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SDS 상장을 통해 이재용 등 삼남매가 챙긴 차익이 투자액의 280배 5조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1999년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321만 주를 헐값에 발행해 삼성일가 3세들이 사들여 부당 이득을 취한 것으로, 이학수법이 발의돼 이를 국고로 환수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9일 삼성바로잡기운동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삼성SDS가 상장하면서 첫날 공모가 1.5배를 넘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오너일가 3세는 투자액의 280배에 해당하는 차익을 거뒀다. 문제는 삼성 오너일가 3세들이 단순히 엄청난 차익을 거뒀다는데 있는게 아니라 이 주식 취득이 정당치 못했다는데 있다.
삼성바로잡기운동본부는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발의한 ‘특정재산범죄수익 등의 환수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 이른바 ‘이학수법’에 대해 적극 환영하며 성명을 발표했다.
◆삼성, 총수일가 경영권 불법세습·사회 정의 근간 훼손
지난 2월 17일 104명의 여야 국회의원이 ‘특정범죄수익 등의 환수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다. 운동본부는 이 법을 이른바 이재용 특별법이라고 부른다.
운동본부는 “삼성 총수일가가 얻은 천문학적인 범죄수익을 그대로 용인한다면 재산과 경영권의 불법 세습이라는 재벌의 고질을 용인하는 것이고, 이는 사회 정의와 경제 질서의 근간을 훼손하기 때문”이라며 법 도입 필요성을 밝혔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1999년 삼성SDS로 하여금 주식과 교환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라는 증권을 발행케 하고,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이용해 BW를 우선적으로 배정받을 권리가 있는 삼성의 주요 계열사들이 BW 인수를 포기하게 했다.
운동본부는 “이재용 삼남매 등 제3자에게 전량 배정하기 위해서다”라며 “이재용 삼남매와 이학수, 김인주 등은 당시 장외에서 1주당 5만 원대에 거래되던 삼성SDS의 BW를 7150원이라는 헐값에 배정받아 2014년 11월 삼성SDS 상장일 기준으로 배당과 시세차익을 합쳐 5조 원이 훌쩍 넘어서는 이득을 챙겼다”고 했다.
운동본부는 “지난 2009년 삼성 특검에 의해 법원은 이건희, 이학수, 김인주에 대해서는 배임의 유죄를 확정하고, 이재용 삼남매에 대해서는 범죄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고 밝혔다.
운동본부는 “놀라운 것은 이 같은 행위가 범죄행위라고 판단하면서도 그 범죄의 목적이었던 천문학적인 재산 이득은 제대로 건드리지 않는, 문명국가에서는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난 것”이라며, “이재용 특별법은 삼성의 하수인 노릇을 해온 사법에 대한 준엄한 비판이며, 파괴된 사회 정의를 이제라도 바로잡자는 최소의 노력”이라고 밝혔다.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경영권 승계 프로그램?

1999년 삼성SDS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이서현 사장과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삼성의 금고지기로 통했던 김인주 삼성선물 사장에 평균 주당 1200원대~2000원대로 수 백만 주씩 총 230억 원어치를 발행했고, 이중 당시 삼성SDS 이사이던 이학수 전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은 2009년 삼성 특검 당시 이건희 회장과 함께 유죄 판결을 받았다.
신주인수권부사채란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일정한 가격으로 발행사의 일정 수의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을 말한다. ‘1매당 신주인수권 2주, 군리행사가격 5000원’인 BW 10매를 보유한 주주는 기업이 증자시 발행물량이나 시가와 상관없이 신주 20주를 주당 5000원에 인수가 가능하다.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은 870만4312주, 이부진·이서현 사장은 301만9959주를 헐값에 취득했고 이학수 부회장도 320만 여주, 김인주 사장은 132만 여주를 취득했다. 상장 당일 종가 기준으로 각 지분의 가치는 이재용 부회장이 2조8506억 원, 이부진·이서현 사장이 9886억 원으로 삼남매의 지분가치가 4조8280억 원에 달했고 이학수 부회장은 1조480억 원, 김인주 사장은 4330억 원이었다.
하지만 삼성SDS의 BW 헐값 발행행위가 유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이러한 천문학적 규모의 불법 차익을 국고로 환수할 방법이 없어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이를 환수할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었다.
◆박영선 의원, “장물은 국고로 환수해야” ‘이학수법’ 발의

그러나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 추징을 위한 특별법 등이 마련되는 분위기 속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와병 중에 삼성SDS가 상장되면서 이재용 등 3남매가 5조 원에 이르는 이득을 챙기게 돼 세습 기반이 마련된다. 이러한 삼성 재벌 세습이 정치권에도 영향을 미쳤다.
박영선 의원은 지난 2월 1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불법으로 취득한 재산을 국고로 환수할 수 있도록 한 ‘특정재산범죄수익 등의 환수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을 야당 의원 70여명과 일부 여당 의원과 함께 발의한다고 밝혔다. 박영선 의원은 15년여 전 MBC 경제부 기자 시절 삼성SDS의 BW 헐값 발행 행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보도를 최초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삼성 특검 당시 불법행위를 직접 저지르지 않아 유죄판결을 받지 않았던 이재용 삼남매의 재산도 포함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면서 일각에서는 박영선 의원이 이들 삼남매는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으나 결국 포함시킬 수 있다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보인다.
박영선 의원은 지난 1월 <한겨레21>과 인터뷰에서 “전두환 특별법, 유병언 특별법도 통과시켰다”며 “범죄로 인한 불법 이익을 국가가 환수해가는 건 똑같은데 전두환과 유병언은 되고 삼성은 안 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이재용 삼남매도 포함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박 의원은 “민사적 몰수 차원에서 보면 충분히 포함시킬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경제전문가, 재벌 세습 바람하지 않아 56%
이러한 이학수법 발의 속 국내 경제전문가들은 현재 한국의 재벌의 경영문화에 대부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개혁연구소와 <KBS>‘시사기획 창’이 공동으로 기획한 재벌 3·4세 경영능력 평가 설문조사한 결과 현재와 같은 경영권 승계에 대해서 거의 모든 전문가(대학교수, 민간 연구소 전문가, 자본시장 펀드매니저, 증권분석가 등 50명)가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분석과 평가 대상은 삼성그룹 이재용씨,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씨, 롯데그룹 신동빈씨, 한진그룹 조원태씨, 두산그룹 박정원씨, 신세계그룹 정용진씨, 효성그룹 조원준씨, 현대그룹 정지이씨, OCI의 이우현씨, 금호그룹 박세창씨, 대림그룹 이해욱씨 등 모두 11인으로 한정됐다.
설문 조사결과 ▲자녀에 대한 경영권 승계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바람직하지 않다 56.0% vs. 바람직하다 14.0%), ▲자녀에 대한 경영권 승계는 기업 가치를 훼손시킬 수 있고 (부정적 58.0% vs. 긍정 6.0%), ▲경영능력 부재(36.7%)와 불법·편법적인 부의 상속(30.8%)이 경영권 승계의 가장 큰 문제점이며, ▲소유권 승계과정 중에 발생한 문제가 향후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을 훼손시키고 (90.0%), ▲총수일가 개인이 저지른 경제사건 (횡령, 배임 등)이 그룹의 경영권 승계 여부를 결정하는데 중요(86.0%)하며, ▲총수일가 개인의 도덕성이 그룹의 경영권 승계 여부를 결정하는데 중요하고 (중요 73.5% vs. 그렇지 않다 8.2%), ▲마지막으로 경영능력(47.3%)과 소유권 승계과정의 적법성(31.2%)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요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11인에 대해 소유권 승계를 위한 부의 이전과정 및 재산축적 과정의 정당성을 평가한 결과 평균 2.74점(10점 만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점은 신동빈씨(롯데그룹) 4.44점, 가장 낮은 사람은 이재용씨(삼성그룹)로서 1.60점에 불과. 그리고 박정원씨 3.67점(두산), 정지이씨 3.05점(현대), 이우현씨 2.90점(OCI), 박세창씨 2.86점(금호), 이해욱씨 2.80점(대림), 정용진씨 2.75점(신세계), 정의선씨 2.50점(현대자동차), 조원태씨 1.84점(한진), 조현준씨 1.70점(효성) 순으로 평가됐다.
이 보고서는 “경영권세습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정법 내에서 정당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 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진행될 때 재벌에 대한 일반인들의 부정적인 평가는 최소화될 수 있고, 이와 같은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될 때 비로소 경영권 승계 이후 실질적으로 리더십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어 “각 그룹은 합리적인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을 마련함으로써 재벌그룹의 지배구조리스크를 최소화 할 수 있을 것과 이때 후계자 선정은 혈연 중심이 아니라 그룹 또는 회사 내외의 모든 인적자원을 그 대상으로 해 치열하고 공정한 경쟁에 따라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 시사포커스 / 박효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