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기 위한 국회 본회의에서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이 부결돼 국회가 한 때 패닉에 빠졌다.
여야 원내지도부가 합의한 만큼 예산부수법안과 예산안은 무난하게 처리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이 발목을 잡았다. 여야 원내지도부가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부결된 것이다.
이날 국회는 본회의에서 예산안 부수법안으로 지정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상정해 표결에 부쳤으나, 여야 합의로 마련한 수정안과 정부원안 모두 부결됐다.
표결 결과는 수정동의안의 경우 재석 262명에 찬성 114명, 반대 108명, 기권 40명이었고 정부 원안 표결 결과는 재석 255명에 찬성 94명, 반대 123명, 기권 38명이었다.
이 법안은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 소유주에게 상속세와 증여세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여야는 이날 오전부터 원내대표 회동을 통해 상속·증여세법을 포함한 예산안 부수법안 14건에 대해 일괄 타결을 시도했고 상속·증여세법 수정안(합의안)에서 가업상속 공제 확대와 관련해 정부 원안보다 요건을 다소 엄격하게 하는 수준으로 합의됐다. 이에 따라 ‘사전 경영기간’을 5년에서 7년으로 늘리고 최대주주 지분 비율도 정부안의 25%에서 30%로 상향 조정됐다.
이처럼 여야 원내지도부가 합의했지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것은 2006년 이후 처음이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당론 찬성이 아닌 자유투표로 본회의에 임하기로 했고 당론 반대 입장을 견지한 정의당 소속 박원석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김관영 의원이 반대 토론을 하는 등 비판적인 분위기가 야권 내에 높았던 것이 반영된 결과로 풀의된다.
박 의원은 반대토론에서 “가업상속 공제의 무분별한 확대와 요건 완화는 사실상 세금 한 푼 없이 부의 무상이전을 확대해 조세 형평성에 반한다”고 주장했고 김 의원도 “이 수정안이 시행되면 대한민국 전체 51만 7091개 법인 중에 대기업을 포함해서 단 714개의 기업만이 가업승계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너무 많은 수의 기업이 공제대상에서 포함될 것을 우려했다.
한편 이날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이 표결에서 부결됨에 따라 ‘일사부재의 원칙’에 의거,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에 더 이상 같은 법률안의 심의·표결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예산부수법안 통과를 전제로 짜여진 세입예산안도 수정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국회 최형두 대변인은 이례적인 일이라면서도 “다만 정부로서는 결손이 생기는 것이 아니고 세금을 감면해주는 법안이 부결됐기 때문에 세수가 680억원 더 늘어나는 것이어서 큰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기획재정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간사인 윤호중 의원도 “세수가 많이 확보돼야 할 부수법안이 부결되면 심각해지지만 그런 법은 아니다”라면서 최 대변인과 비슷한 취지로 발언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