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유진룡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을 청와대 집무실로 불러 수첩을 꺼내 특정 공무원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라고 말했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와 파문을 이어가고 있다.
4일, <한겨레>는 이 같이 보도하면서 “대통령이 직접 일개 부처 공무원의 이름을 불러가며 ‘나쁜 사람’이라고 지칭했다면, 이는 인사권을 가진 주무 장관에게 사실상 경질 또는 좌천 인사를 지시한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신문에 따르면, 박 대통령으로부터 ‘나쁜 사람’이라고 지칭된 문체부 노 국장과 진 과장은 청와대 하명으로 승마협회에 대해 과거 전례 없었던 조사를 진행했고 관련 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당시는 승마 선수인 정윤회 씨 딸의 국가대표 선발전 등을 둘러싸고 특혜 시비가 불거지는 등 정윤회 씨 부부가 승마협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을 때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 보고서는 정윤회 씨 쪽과 반대쪽 모두 문제가 많다는 식으로 작성됐고, 이 보고서 내용에 대해 정윤회 씨 쪽이 반발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같은 보도 내용에 대해 야당에서는 청와대를 향해 “이 보도가 사실인지 여부를 밝혀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이날 오전 현안브리핑을 통해 이 같이 요구하며 “사실이라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두 공무원을 지목한 이유는 무엇이며, 누구로부터 이들이 나쁜 사람이라는 말을 들은 것인지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만약 청와대가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우리는 이 보도가 전적으로 사실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다”며 “그리고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없는 사실’, ‘근거 없는 루머’라고 규정한 박근혜 대통령의 말이야말로 다 알고도 국민을 속인 게 될 것”이라고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김 대변인은 “국회 운영위원회가 하루빨리 열려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며 “김기춘 비서실장과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 등은 국회에 나와서 이런 의혹들에 대해 해명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유진룡 전 장관에 대해서도 “과연 이런 지시를 받은 적이 있는지, 받았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지시를 받았는지 말해주길 기대한다”며 “유 전 장관은 지난 7월 후임 장관이 내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례적으로 면직돼 갖가지 추측이 제기된 바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 대변인은 “이례적이었던 당시 면직 사태에도 이른바 비선 실세들의 개입이 있었던 게 아닌지 유진룡 전 장관의 말을 듣고 싶다”며 “우리는 유진룡 전 장관이 지난 2006년 청와대의 인사 청탁을 거부해 문체부 차관에서 물러나게 됐다면서 모 청와대 비서관으로부터 ‘배째드리죠’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한 그 유명한 일화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유 전 장관이 진실을 밝혀줄 것을 거듭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