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담긴 문건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5일 조응천(52)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조 전 비서관은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 근무할 때 직속상관이었다.
이날 오전 9시58분께 검찰청사에 홀로 모습을 드러낸 조 전 비서관은 문건 작성을 지시했는지 묻는 취재진에 “주어진 소임에 성실하게 수행했을 뿐 함께 일했던 부하 직원들에게 불법적인 일을 지시하지 않았다”면서 “검찰 조사에서 내가 알고 있는 진실을 성실하게 전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박관천 경정과 사전에 연락을 하고 왔느냐’는 질문에 “연락하지 않았다. 내 통화기록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조 전 비서관은 청와대가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형사1부에서, 문건 유출과 관련해 특수2부에서 각각 조사를 받게 된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을 상대로 박 경정이 문건을 작성한 경위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문건이 유출된 의혹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그는 청와대에서 나오기 전인 올 1월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정씨가 이재만 총무비서관 등 청와대 핵심 비서관들과 매월 정기적인 모임을 하며 국정에 개입한다는 취지로 구두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조 전 비서관은 최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정윤회씨가 올 4월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연락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재만 비서관은 올 7월 국회 운영위에서 “2003년인가, 2004년 정씨를 마지막으로 만났다”며 정씨와 연락하지 않는 것처럼 말했지만 조 전 비서관의 폭로로 둘 사이에 실제 전화통화가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확산됐다.
조 전 비서관은 또 박 경정이 작성한 문건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인 점을 내세워 “(신빙성은)6할 이상이라고 본다. 나는 워치도그(감시견)다. (첩보가 맞을 가능성이) 6~7할쯤 되면 상부 보고 대상이 된다”며 ‘정윤회 문건’의 신빙성과 관련해 ‘근거없는 찌라시’라는 청와대와 정씨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정윤회씨가 박 경정으로부터 문건과 관련해 ‘위에서 시키는 대로 타이핑만했다’는 답을 들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검찰은 조 전 비서관에게 정씨 동향을 파악하도록 지시했는지, 사실관계 등을 확인했는지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조 전 비서관이 문건 유출 논란과 관련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자체 조사에서 박 경정이 아닌 다른 제3의 인물을 지목한 보고가 있었다”고 주장, 검찰은 문건 유출에 가담한 청와대 관계자와 유출 경로 등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비서관은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안봉근 비서관 등 핵심 3인과 갈등을 겪던 와중에 박 경정이 경찰로 원대복귀한 지 2개월만인 올 4월 물러났다.
검찰은 이날 조 전 비서관을 밤 늦게까지 조사한 뒤 일단 집으로 돌려보낼 방침이며 진술내용을 검토해보고 재소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4일 오전 9시18분부터 이날 새벽 4시40분까지 박 경정을 상대로 19시간 넘게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