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현진 박사의 『코리안 드림』을 읽고
문현진 박사의 『코리안 드림』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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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철학에 대한 근본적인 관심 촉구

국제적 평화운동을 펼치고 있는 ‘글로벌피스재단’의 창설자인 문현진 박사가 쓴 『코리안 드림』은 이 책의 추천사를 기고한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의 말처럼 통일 방법론보다는 통일 철학의 필요성에 주목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통일대박론’이나 ‘드레스덴 구상’의 내용을 실제적으로 보충하는 하나의 가능성을 ‘코리안 드림’이란 말로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한국인들은 올해 세월호 문제나 군대 내 관심병사 문제 등 숨 쉴 틈 없이 터져 나온 사회 문제들로 인해 홍역을 앓았다. 대립과 분열이 해소되기는커녕 더 벌어지고 심화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는 이제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4년 4월 16일, 단원고 학생 250명을 포함해 총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침몰 사건은 우리 국민에게 커다란 상처와 충격을 안겨주었다. 납득할 수 없는 사고 원인과 정부의 무능한 대응에 온 나라가 분노했다. 세월호 참사는 일그러진 대한민국의 자상화를 그대로 마주하게 했으며 전 국민이 스스로 반성하는 시간을 갖게 했다.”(296쪽)

그런데 우리는 세월호 이후 진지한 반성을 통해 더 높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인식에 도달했는가? 절망의 시절일수록 당면한 현실 과제에만 근시안적으로 매몰될 위험성이 있다. 그러나 통일은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대적 과제의 하나로 느끼고 있다.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슈에 둘러 쌓인 채 분열 상태에서 대립을 반복하고 있지만 한국인의 의식과 무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힘은 통일에 대한 소망이다.

그러나 겉보매 통일에 대한 열기는 확실히 식었다. 현재 남북한의 고착상태는 통일을 바라는 한국인에게 걸림돌처럼 작용하고 있다. 주변 국가들도 우리의 통일에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그러나 상황이 좋지 않을 때일수록 우리는 이 사회, 이 민족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한다. 기회는 역경을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통일은 하나됨이다. 하나가 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동상이몽(同床異夢)을 하고 있다면, 자신의 이익만 맹목적으로 추구한다면 분열의 계기가 하나 더 늘어날 뿐 하나가 되기는 힘들다. 같은 곳을 바라보고 함께 걸어갈 수 있는 마음의 바탕이 공유되지 않으면 하나가 돼 기적 같은 힘을 발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통일 철학이 정파나 집단, 계급, 또는 지역과 성의 차이를 하나로 아우르지 못하게 될 때 이는 또 다른 분열과 대립의 씨앗이 되어 고통의 원인으로 커질 수 있다. 자칫하다간 통일이라는 행복을 추구하려다 도리어 불행해지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높다.

문 박사는 이를 피하려면 여러 이해 집단의 분열과 대립을 초월한 커다란 비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 비전을 한국의 전통 사상이자 이념인 홍익인간에서 찾았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것은 초등학생들도 알고 있는 말이지만 실생활에서 실천하기는 ‘개인이 사로잡힌 속세간의 덫’에 구속돼 있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진정 ‘홍익인간’의 정신을 구현하려는 사람은 문 박사가 말한 대로 마하트마 간디나 마틴 루터 킹 같은 ‘영적 지도자’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영적 지도자는 종교적 리더십과 다르다. 우리는 언론 보도를 통해서 수많은 종교 지도자를 만난다. 그러나 그들이 모두 영적 지도자라고 할 수만은 없다. 종교 지도자들 중에서 분열과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는 자들이 실제로 많이 있기 때문이다. 자기 종교의 우수성만 강변하지 않으면서 각 종교간 공존과 공동 번영을 모색하자고 주장하는 이들이야말로 영향력의 규모와 상관없이 영적인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영적 지도자는 박세일 명예교수의 말에 따르면 ‘선비’라고 불릴 수도 있다.

통일을 얘기하면서 왜 종교를 말하는가? 우리가 종교 간의 분열을 극복할 수 있다면 현재 한국사회의 모든 첨예한 갈등들을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영성’이라는 보편적인 가치에 우리가 눈을 뜰 수 있다면 이 세상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자신을 보호했던 울타리가 편견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 편견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 통일의 가능성이 있다. 통일 철학은 현재적이면서도 미래적인 가치를 가져야 한다. 통일의 실천은 숱한 잔인한 싸움과 테러와 범죄들 속에서 도사리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열린 태도로 접근하려는 노력 속에 있다. 그것이 통일 철학의 현재적 실용성이다.

문 박사는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294쪽)는 김구 선생의 말을 인용한 데 이어 “내가 지금까지 기술한 코리안 드림에는 그러한 선생의 소망이 담겨 있다. 나는 코리안 드림을 통해서 한민족의 건국 이념에 충실한 나라를 위한 비전과 현대 사회가 필요로 하는 비전을 제시하고자 했으며, 동서양의 진수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연결되는 우리 고유 문화의 유산 속에 융화시키려 했다”고 말했다.

문 박사의 말대로 “지금 한국은 역사적인 선택의 길목에 서 있다.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전쟁의 가능성을 알고 있는 현재의 분단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대로 살 수도 있으며, 아니면 운명을 자각해 통일 조국을 창조하고, 나아가 ‘모든 인류를 이롭게 하기’ 위한 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우리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홍익인간 이념에 기초한 새로운 국가를 만드는 일이다. 이 외에 다른 길은 없다”고 했다(336쪽).

홍익인간이라는 이념에 동조하든 하지 않든 지금 필요한 것은 통일 철학 담론의 활성화를 통한 통일에 대한 관심의 환기가 절실하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 경제, 철학을 종횡으로 누비며 한국의 새로운 위상을 찾기 위한 지적·실천적 노력의 산물인 『코리안 드림-통일한국을 위한 비전』은 세계의 급변하는 문명 과정에서 한국 통일의 의미를 조망할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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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명 2014-12-09 11:03:04
훌륭한 책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