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조원대의 허위 매출로 수천억원을 사기 대출 받은 가전업체 모뉴엘에 대해 법원이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파산을 선고했다.
수원지방법원 파산2부(부장판사 오석준)는 9일 오전 모뉴엘 관계자와 파산관재인 등을 불러 모뉴엘에 대해 파산선고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장부상 가액에서 지난 9월까지 파악된 허위 가공매출채권을 배제할 경우 모뉴엘의 자산은 2390억여원, 부채는 7302억여원으로 부채가 자산을 초과해 파산원인사실이 있으므로 파산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어 “모뉴엘의 가공매출 규모는 2008년 이후 2조7397억여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90%에 이르는 점이 드러났고 운영자금 부족으로 신규 영업활동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으며 핵심인력 다수가 빠져나가 조직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파산에 이르게 된 이유로는 로봇개발 사업 등에 대한 투자가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옥 건립, 기업인수 등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자금 압박을 받게 되는 등 방만한 경영과 이를 은폐할 목적으로 발생시킨 거액의 허위 매출채권을 들었다.
한편 모뉴엘의 파산이 확정됨에 따라 시중은행들과 무역보험공사(이하 무보)의 공방이 앞으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10개 은행이 모뉴엘에 대출해 준 금액 6768억원 중 담보대출은 3860억원이며 이 중 무역보험공사가 보증한 금액은 3265억원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모뉴엘에 돈을 빌려준 대부분의 은행들은 무보에 보험금을 청구했고, 무보는 보상심사 TFT를 통해 보상 여부를 가리고 있다. 은행 측은 무보가 보험금 지급을 회피할 경우 소송까지 불사할 것으로 알려져 향후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은행들이 무보의 보상금 결정에 만족하지 않고 이의신청을 할 경우, 무보에서 외부전문가들로 구성된 이의신청협의회를 통해 조정을 받을 수 있으며, 계속 의견이 갈릴 경우 소송까지 가게 된다. 다만 무보 측은 “보상심사를 너무 보수적으로 할 경우 중소기업 지원이 위축될 우려가 있어 보상심사에 적극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담보대출을 제외한 신용대출 2900억원은 전액 손실처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모뉴엘에서 회수할 수 있는 자산이 거의 없다”며 “사실상 신용대출은 전액 손실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법원의 파산선고에 따라 재판부가 선임한 파산관재인이 모든 관리처분권을 행사하게 되며 모뉴엘이 보유한 자산을 채권자에게 분배하는 절차가 진행된다. 이를 위한 채권신고기간은 내년 2월 27일까지이며 제1회 채권자집회기일은 내년 3월 18일에 열린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