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위탁받은 정부기금을 운용하면서 1200억원에 달하는 초과 수익을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현대증권에 대해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져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0일 증권가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여의도에 있는 현대증권 본사에 서울국세청 조사국 소속 조사요원들을 파견해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세무조사는 매출액 5천억원 이상의 대형법인에 대해 4년 주기로 진행하는 정기 세무조사라고는 하지만 최근 현대증권에 대한 정부기금 유용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진행되는 세무조사라 증권가에서는 예사롭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현대증권 홍보실 관계자는 이날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2010년 이후 4년만에 이루어지는 정기적인 세무 조사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눈치를 보였다. 이 관계자는 “다른 의혹들과 연관돼 있는 것 아니냐는 언론 보도가 많은데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세무조사일 뿐 다른 의혹들과 관련된 것도 없고 따로 통보받은 바도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최근 각종 의혹에 쌓여있는 현대증권에 대한 조사라는 점에서 단순 세무조사와 비교했을 때 그 파장이 남다를 것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지난달 12일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은 현대증권이 랩어카운트 운용 과정에서 연 3.8~4.2%의 약정 수익률 이상의 초과 수익 1200억원을 정부기관에 알리지 않고 다른 고객의 계좌로 빼돌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현대증권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고용노동부, 우정사업본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4개 기관이 위탁한 정부기금 약 30조원을 랩어카운트(14조원)와 신탁상품(16조원)으로 운영해 왔다.
랩어카운트(Wrap Accout)란 증권사에서 운용하는 종합자산관리 방식의 상품으로 고객의 투자 성향에 따라 금융자산관리사가 적절한 운용 배분과 투자 종목 추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상품이다. 즉, 하나의 계좌로 투자자 기호에 맞는 여러 금융상품을 포장해서 전문가가 운용해주는 자산종합관리계좌를 말한다. 일임형의 경우 자산관리사가 대신 투자를 하고 자산 평가금액에 따라 통상 3% 이하의 수수료를 받게 된다.
김 의원에 따르면 현대증권은 랩어카운트 운용 과정에서 고객수를 늘리고 더 많은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약정한 연 3.8~4.2%의 수익률을 초과한 경우 이 수익으로 다른 고객의 손실을 보전해 주는 방법으로 5년간 1200억원에 달하는 수익금을 빼돌렸고 부당하게 챙긴 수수료도 연간 100억원에 달했다.
현대증권은 “업계의 기금운용방식을 준용하고 있다”고 밝히고 “고객의 수익을 유용한 경우가 없다”고 반박한 바 있으며 해당 직원을 형사고발하고 구상권을 청구했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해당 직원을 조사하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불법거래를 집중조사하고 있는 과정에서 세무조사가 이뤄지게 됨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현대증권의 세금누락 여부와 계열사간 내부거래 적정성도 점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부거래 적정성에 관해서는 사모사채와 지급보증, 환매조건부 채권 등 현대증권과 그룹 계열사 간에 다양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고 특수관계법인에 대한 대여 및 차입금과 지급보증 규모가 2~3년 사이 급증했기 때문에 국세청의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밖에 증권사가 고객들의 주식이나 선물옵션 매매 등 자사 거래시 징수하는 수수료율보다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협의수수료도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국세청이 이 부분도 조사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