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號 KT 첫 해, 변화는 언제쯤?
황창규號 KT 첫 해, 변화는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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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으로 바꾸라”던 황 회장의 KT 얼마나 바뀌었나
▲ 지난 1월 KT 임시 주주총회에서 황창규 회장의 선임 건이 통과돼 황 회장이 공식적으로 KT 회장으로서의 임기를 시작했다. ⓒ뉴시스

지난 1월 “대한민국의 통신 대표 기업 ‘1등 KT’를 만들겠다”며 야심차게 취임한 황창규 회장이 임기 2년차를 앞두고 연말이 가까워지는 12월까지도 달라진 게 없다는 쓴소리를 듣고 있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황 회장은 소위 ‘황의 법칙’으로 세계적인 유명세를 탄 인물이다. 2002년 국제반도체회로학술회의에서 황창규 사장은 반도체의 집적도가 2배로 증가하는 시간이 1년으로 단축되었으며 반도체 메모리의 용량이 1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이론을 제시하고 자신의 성을 따 ‘황의 법칙’이라는 이론을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이후 6년여간 ‘황의 법칙’을 실제로 입증했다. 황 회장은 지난 10월 “비용을 낮춰 시장을 리드하는 통신판 황의 법칙을 만들어 보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또한 내정자 시절인 지난해 12월 첫 메세지를 통해 KT의 방만 경영을 끝마치겠다는 메시지를 임원에게 보낸 바 있다. 여기에 지난 1월 27일 주주총회에서 정식으로 회장으로 취임을 하면서도 “우리의 태도와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같은 황 회장의 의지가 얼마나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황 회장이 취임한 올해, KT는 일년 내내 각종 사건에 시달렸고 대응 방식도 많은 비판을 받았다.

▲ 올해 초 수천억원대의 사기대출에 휘말린 KT ENS 사태에서 KT는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예상치 못한 행보를 보여 꼬리자르기 식 대처라는 비판을 한 몸에 받았다. ⓒ뉴시스

◆KT ENS 사기 대출에 ‘셀프 부도’ 빈축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황 회장이 취임하자마자 불거진 KT의 자회사인 KT ENS의 사기대출 건을 들 수 있다. KT ENS는 KT그룹 내 엔지니어링 전문기업으로 네트워크 설계부터 컨설팅, 구축, 운용, 유지보수까지의 토털 NI(네트워크통합) 서비스와 건물 내 기업고객 대상의 ‘IP 기반 In-Building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외에 소프트웨어 개발, IT 관련 아웃 소싱 등의 업무도 병행하고 있다.

올해 초 KT ENS 직원과 협력업체 대표, 임직원 등이 2008년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6년여 동안 휴대전화 발주서, 물품 납품확인서, 세금 계산서, 매출채권양도승낙서 등 각종 서류를 위조해 하나은행, 국민은행, 농협은행과 13개 저축은행 등 16곳으로부터 463회에 걸쳐 모두 1조8000억원이 넘는 대출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큰 파문이 일었다.

이 과정에서 김 모 부장은 29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가로채 은행권은 이 금액을 회수하지 못했다. 김 모 부장은 징역 17년에 추징금 2억 600만원을 선고받았고 주범으로 지목된 통신기기업체 중앙티앤씨 대표 서모 씨는 징역 20년을 선고받는 등 기소된 협력업체 대표들에게 대부분 중형이 내려졌다.

당시 KT ENS 사태에 대처하는 KT의 자세는 큰 비판을 받았다. 모기업인 KT가 책임지기는 커녕 사건이 불거진 지 한 달여 만에 KT ENS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이다. KT ENS는 대출 사기 사건으로 인해 신용도가 급격히 하락하자 유동자금 부족 발생 등을 이유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지난 8월 법원은 KT ENS의 책임을 15%로 한정했지만 결과적으로 KT가 회사를 부도 처리해 금융권에 85%인 2400억원대의 피해를 떠넘긴 셈이 됐다. KT ENS도 회사와는 상관없는 직원의 개인행위라며 선을 그었다.

당시 금융권은 KT ENS의 법정관리에 ‘꼬리자르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향후 소송을 통해 사기피해 금액의 일부를 변제해야 할 상황에 놓이자 미리 변제능력이 없다고 주장하는 편법을 쓴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황 회장의 취임 이전에 발생한 사건이니만큼 사건 발생을 황 회장에 책임을 돌리는 시선은 거의 없었지만 황 회장의 꼬리자르기 식의 대처 방식은 큰 비난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 10월 돌연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3조원대의 허위 매출과 수천억원대의 사기 대출 행각이 드러나 전 금융권을 패닉 상태로 몰아넣고 있는 가전업체 모뉴엘의 사기 대출에도 KT ENS가 연루된 의혹이 발견돼 여전히 바뀐 것이 없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KT ENS는 2007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7년여 동안 모뉴엘로부터 홈시어터(HT) PC 등을 구매해 해외 업체에 유통했다. 이 과정에서 모뉴엘은 KT ENS로부터 2000억원대 규모의 수출채권을 발행받아 금융권에 할인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모뉴엘 제품을 납품받은 KT ENS 직원 1명에게도 억대 금품이 흘러들어간 사실이 확인됐다.

관세청은 모뉴엘의 급성장 과정에서 KT ENS가 사실상 모뉴엘의 은행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은 총판업체 KT ENS가 발행해준 수출채권은 안전하다고 믿고 모뉴엘에 자금을 융통해줬다가 또 당한 셈이다. 희대의 사기극에 잇달아 KT ENS가 연루되자 KT의 관리능력 자체가 의심받고 있는 실정이다. 올 초 사기 사건은 직원 개인의 비리로 선을 그었지만 모뉴엘 사기 대출 건은 신규사업인 총판사업에서 발생한 조직적인 것이라 이마저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KT 홍보실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KT ENS는 모뉴엘과 정상적인 거래를 했다”면서 “KT ENS와 사기대출 건과는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앞서 KT ENS도 “모뉴엘의 총판을 맡아 7년간 HT PC 제품 2000억원어치를 정상적으로 팔았을 뿐”이라고 해명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다. 하지만 KT의 자회사가 한 해 동안 연달아 초대형 사기 대출과 관련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반성과 사과는커녕 억울하다는 입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KT의 수장인 황 회장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곱지 않다.

▲ 무려 1000만건이 넘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황 회장은 머리숙여 사과했지만 각종 제재와 배상 판결에 유감과 항소로 일관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뉴시스

◆개인정보 유출은 ‘유감과 항소’
SK커뮤니케이션즈의 네이트와 함께 KT 하면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떠오를 만큼 개인정보 관리 부실 문제도 여전히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강모 씨 등 99명이 KT를 상대로 지난 2012년 2~7월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개인당 10만원씩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지난 2012년 7월 KT 가입자 870만명의 개인정보가 대거 유출된 사건이다. 2004년에도 92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전력이 있다.

재판부는 “KT가 피해자들의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전화번호는 물론 주민번호까지 유출됐고, 유출된 정보가 텔레마케팅 영업 등에 활용돼 당사자들이 스팸 메시지 등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판결 이유를 밝혔다. 법원은 지난 8월에도 피해자 2만 8천여명이 KT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인당 10만원씩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문제는 황 회장이 취임한 이후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터졌다는 것이다. 올해 3월 KT에서 무려 1170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알려져 ‘또 KT’냐는 소리까지 나왔다. 당시 유출된 개인정보 목록에는 주민번호와 전화번호는 물론, 은행계좌번호에 유심카드번호까지 포함돼 거센 비난을 받았다.

당시 KT는 즉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황 회장이 머리 숙여 사과했다. 하지만 그 순간까지도 2012년 사건 직후 밝혔던 재발방지 대책도 당시까지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과연 실행이 되겠느냐는 빈축을 샀다.

피해자에 대한 보상은 없었고 지난 6월 방송통신위원회는 8500만원의 과징금·과태료만 부과했다. 지난 8월 정보보안단 전담조직을 마련해 개인정보 유출을 막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사건 발생 후 5개월이나 지난 시점이어서 이미 너무 늦었다는 평가가 연달아 나왔다. 소송을 제기한 사람들에게 10만원씩 보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에 유감을 표시하고 항소할 뜻을 밝혀 “반성과 사과의 진정성을 찾아볼 수가 없다”는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잇단 의혹엔 ‘사실 무근’과 ‘반발’
황 회장의 지휘 아래 단행된 지난 4월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명예퇴직으로 내몰린 직원들을 괴롭혔다는 주장도 제기돼 파문이 일었다. 황 회장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지난 4월 8300여명의 명예퇴직을 단행한 바 있다.

지난달 4일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과 인권운동사랑방, KT새노조 등의 단체들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명예퇴직을 거부해 신설조직인 CFT에 배치된 근로자들 중 221명의 절반이 넘는 126명이 업무 배제를 겪었고 절반에 조금 못미치는 105명이 무시·소외를 당하는 등 업무상 불이익을 받았다고 답변했다. 인격적 비난(91명), 고함·고성(80명) 등 직접적인 폭력이나 위협으로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KT 직원들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회식에서 배제되거나 인사를 받지 않는 등의 집단 따돌림, 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다른 곳에서 대기, 모르는 업무를 물어 망신을 주는 행위, 직군과 상관 없이 전신주 구덩이 파기나 전화기 고치는 업무 등 온갖 다양한 방법의 괴롭힘 수단이 동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KT는 즉시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0일 KT 홍보실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도 “직원들에게 불이익을 가했다는 주장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지난달 30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부터 기업메시징 서비스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처분을 받았을 때도 KT는 발끈하며 행정소송까지 거론했다. 공정위는 이통사의 통신망을 이용해 대량의 문자메시지를 전송해주는 기업메시징 서비스 시장에서 KT와 LG유플러스가 통신망을 무료로 이용하는 수법으로 중소업체들보다 낮은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한 것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것이라며 KT에 19억원, LG유플러스에 4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KT는 즉각 입장자료를 내고 공정위의 제재를 강력하게 비판하며 “시장경쟁을 왜곡시키는 과도한 규제이며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행정소송 등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이라는 강력한 반박 입장을 표명했다. 반면 KT보다 더 많은 과징금을 부과받은 LG유플러스는 별도의 자료 없이 “급변하고 있는 시장 현실에 대한 고려가 충분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추후 대응방법을 결정하겠다고 밝혀 대조를 이뤘다.

이밖에도 황 회장은 노조위원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지난달 검찰에 고발당해 수난을 겪고 있는 중이다. 지난달 11일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이 황 회장과 KT 임원 17명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고발장에서 “황 회장 등이 지난 3일 노조 선거 일정 확인차 경기 성남시 KT 본사에 들어가려던 조합원 류모 씨 등 4명의 출입을 3시간 동안 막았다”며 “이런 행위는 조합원의 피선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KT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노조 선거를 방해했다는 주장은 사실 무근이며 노조 선거에 사측이 개입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BIT 사업의 실패로 창사 첫 적자까지 맛 본 황창규호 KT는 올 한해 유독 부침이 많았고 악재가 잇달았다. 취임하자마자 터진 KT ENS 사기 대출 사건에 개인정보 유출, 노조 선거 개입 의혹, 대규모 구조조정의 후유증에 올해 초 미래창조과학부의 영업정지 처분까지 오죽하면 창사 이래 최악의 해였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갖은 악재를 딛고 일어서야 하는 황 회장의 고충 역시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겠지만, 연이어 터지는 사건마다 ‘아니오’와 ‘모르오’로 일관하는 자세는 KT라는 거대 기업의 향후 비전을 어둡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황 회장의 임기는 2017년까지로 벌써 4분의 1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남은 임기 동안 KT의 진정한 변화는 실현될 수 있을지, 또 삼성전자가 입증해낸 ‘황의 법칙’을 KT에서도 재현해 낼 수 있을지, 황창규호 KT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요소는 아직까지 찾기 힘들어 보인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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