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이’ 또 아베노믹스…국내 영향은?
‘어쩔 수 없이’ 또 아베노믹스…국내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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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가속화에도 내수 정책 변화 여부에 따라 파급효과 달라질 듯
▲ 지난 14일 아베 신조 총리가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하면서 엔저 기조로 대표되는 아베노믹스가 다시 한 번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지난 14일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압승을 거둬 아베노믹스에 다시 한 번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15일 일본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아베 신조 총리의 자민당은 지난 14일 실시된 중의원 선거에서 총 475석 중 291석을 확보했고 연립정권을 구성하고 있는 공명당의 35석과 합하면 총 326석을 확보했다.

자민당과 공명당은 이날 선거로 개헌 가능 의석인 3분의 2(317석)을 장악했고 아베 총리는 앞으로 4년간의 추가 집권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 2018년까지 장기 집권할 수 있게 됐다.

◆다시 선택받은 아베노믹스, 왜?
이번 선거는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인 소위 ‘아베노믹스’에 대한 중간평가 격으로 해석돼 왔다는 점에서 아베 총리의 아베노믹스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국민들이 아베 총리의 손을 들어준 것은 아베노믹스 외에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풀이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시카타가나이’(しかたがない)라는 말로 요약했다. 우리말로 ‘어쩔 수 없다’는 뜻으로 대안이 없어 자민당을 뽑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본 유권자들의 절망감은 이날 투표율이 전후 최저 수준에 그친 데서도 잘 나타난다.

이번 총선은 올해 2분기와 3분기 연속으로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아베노믹스에 회의적인 여론이 거세지자 아베 총리가 아베노믹스에 대한 재신임을 묻기 위해 던진 승부수였다.

아베노믹스는 돈을 풀어 엔화 약세를 유도해 경기 부양을 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엔저를 유도해 수출 기업의 이익을 늘리고 주가를 부양했다는 점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아 왔다. 하지만 수입 물가가 올라 소비가 침체되는 부작용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내수 둔화의 영향으로 세수가 줄어들어 GDP의 240%에 달하는 만성 적자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핵심인 엔저 정책의 효과가 일부 대기업에 편중되는 사이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토요타를 비롯한 수출 대기업은 사상 최대 수익을 냈지만 중소기업은 수입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아베노믹스에 대한 여론은 급격히 나빠져 응답자의 51.8%가 ‘좋게 평가하지 않는다’고 답하기도 했다. 국제 사회의 우려도 여전해 지난 주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일본의 신용등급(A+·5번째 등급)을 낮출 것을 시사했다. 무디스 토머스 번 부사장은 “아베노믹스의 핵심이자 세 번째 화살인 구조 개혁에 따른 성장 전략 이행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성공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아베 정권은 GDP의 2배가 훌쩍 넘는 공공부채 부담을 덜겠다며 지난 4월 소비세율을 5%에서 8%로 인상했고 여파로 일본인들의 소비가 급감하면서 일본 경제는 지난 3분기에 2008년 이후 4번째 경기침체에 들어섰다. 이에 따라 정부 재정을 재건하기 위해 불가피했던 소비세율 인상은 1년 반이나 연기됐고 ‘도미노 효과’로 소비세 인상 연기가 재정 파탄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져, 결국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을 ‘Aa3’에서 ‘A1’으로 한 단계 강등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일본 국민들은 이처럼 아베노믹스의 한계를 느끼고 있으면서도 과거 민주당 시절을 떠올리며 ‘어쩔 수 없이’ 다시 연립 여당에 압승을 던져준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이번 선거를 치르기 전에 엔화 약세의 부작용을 꼬집는 민주당의 지적에 대해 “2009~2012년 달러ㆍ엔 환율이 75엔 수준이었던 전(前)정권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엔화 약세 보다 엔화 강세 부작용이 더 심각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일본 언론들은 일부 대기업에 집중되고 있는 엔저 효과를 가계로 환원시키는 데는 임금인상이 관건이 될 것이라며 내년 봄 노사협상이 아베노믹스의 성공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일본의 실질임금은 지난 10월까지 전년 동월 대비 16개월 연속 감소했다.

◆엔저 가속화, 국내 영향은?
한편 아베 총리가 총선에서 압승함에 따라 일본 정부는 엔저 기조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전문가들은 엔저 가속화가 국내 수출 기업에 대체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으나, 현재 일본의 내수 부진이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에 단순히 엔저 기조만을 밀고나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예측이 어렵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의 소 팀장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아베가 엔저를 더 유도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며 “엔저만 놓고 보면 국내 수출은 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아베 총리 집권 이후 2년간 40%쯤 올랐고 골드만삭스는 향후 1년여 간 달러당 130엔대까지 엔화 약세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규모 금융완화와 재정 동원도 동반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다만, 수출뿐 아니라 내수관련 정책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선거 결과만으로 앞으로 엔저가 가속화해 국내 수출이나 경제에 미치는 파문이 클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언급했다.

대신경제연구소의 홍 연구원은 “엔·달러가 오르면서 원·달러가 동반 상승하고 있어 수출기업 입장에서 영향력은 반반”이라고 말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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