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보험사의 지급결제를 허용할 방침을 밝히자 은행권과 보험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 22일 ‘2015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자금이체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보험사에도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보험사에 지급결제가 허용되면 은행을 통해 보험료를 내는 것이 아니라 보험 계좌에 보험료를 납부하고 바로 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현재 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은 은행 계좌를 통해서만 보험사에 보험료를 내거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보험사에 지급결제 업무가 허용되면 보험 계좌에서 바로 보험료를 내고 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보험 계좌의 돈으로 공과금이나 카드대금 등을 결제하거나 자동입출금기를 통해 현금을 인출할 수도 있게 된다. 인터넷 뱅킹에 익숙치 않은 고령층에게도 요금 납부 및 보험금 수령이 더욱 편해질 수 있다.
증권사의 경우는 개인고객 뿐 아니라 법인고객에게도 자금이체가 가능하도록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는 지난 2009년 자본시장법 제정 당시 개인고객에게만 자금이체 업무가 허용됐지만 법인고객은 제외된 바 있다.
최근 불경기로 ‘보험 다이어트’라는 신조어까지 생기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험업계는 지급결제 허용 방침에 반색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41개 보험사가 은행에 지급한 자금이체 수수료는 지난해에만 1616억원(12억1575만건)이었고 올해는 이보다 늘어난 1695억원(13억1964만건)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반해 은행권은 보험사 지급결제 허용을 은행 고유영역에 대한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이 보험금을 받아 은행에 쌓아두던 돈이 사라지면 은행 유동성 면에서 타격이 되고, 수수료 이익도 줄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증권사에 개인고객 지급결제 기능이 허용됐을 때도 타격이 있었는데 은행 고유영역을 계속 뺏기는 느낌”이라고 하소연했다.
보험사 지급결제 허용 문제는 2010년에도 한 차례 논의됐지만 마찬가지로 은행권이 거세게 반발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 은행권은 “은행의 고유 업무 침해이며 시스템 불안정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일단 금융위는 지급결제 업무 허용범위 등을 논의하기 위해 은행연합회나 생·손보협회 등 관련 협회와 전문가로 구성된 협의체를 만들 예정이다. 협의체 운영 결과에 따라 보험업 관련 법령, 금융결제원 규약 등 관련 규정을 개정해 내년 안에 이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