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수직계열화, 업계 ‘독’ 되나?
현대차 수직계열화, 업계 ‘독’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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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계열사 성장 동력 해치나

 

▲ 현대자동차의 ‘수직계열화’ 노선이 오히려 현대차 계열사의 ‘부익부 빈익빈’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와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뉴시스

현대글로비스의 일감몰아주기, 현대제철의 고가인수 논란과 일감몰아주기 논란 등으로 이미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또 다시 여론의 눈총을 받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수직계열화’ 노선이 오히려 부품 납품업체의 성장 가능성을 해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것. 현대차 계열사의 평균 이익률이 비 계열사보다 3배 정도 높은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협력업체를 키우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미래 성장 동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수직계열화를 통해 이미 만족할만한 성과를 냈다는 점,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 역시 밝다는 점 등을 이유로 현대차가 해당 노선을 변경하지 않을 것이란 시선이 지배적이다.

2014년 12월 30일, 한 매체는 산업연구원(KIET) 보고서를 인용해 현대차에 납품하는 부품회사 가운데 현대차 계열사의 평균 영업이익률(9.3%)이 비(非)계열사(3.3%)보다 3배 정도 높다고 밝혔다. 영업이익률은 영업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이 물건을 내다팔아 얼마나 건실하게 이익을 남기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다.

이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대기업(현대차) 계열사의 부품사에 견줘 그렇지 못한 부품사들의 수익성이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현대차 계열·비계열 부품사의 영업이익률 격차는 2010년 이명박 정부가 동반성장 정책 드라이브를 걸었을 당시 4%포인트까지 좁혀진 바 있다. 그러나 이후로 계속 벌어져 6%포인트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이 완성차에서 부품까지 수직계열화를 가속화하고 조달 부품 가격 결정을 주도하면서 계열사와 비계열사 간 영업이익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항구 KIET연구위원은 “특히 부품업체의 수익성 저하는 국내 자동차산업의 공급망 불안을 유발할 수 있다. 지난해 평균 3% 초반에 머물렀던 국내 부품업체의 영업 이익률은 통상임금 범위 확정 등에 따라 1%대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같은 수직계열화는 현대차가 자동차 생산원가를 절감해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보탬을 줬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현대차와 계열 부품사로만 이익이 집중되는 또 다른 효과도 낳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특히 세계 자동차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 수직계열화 전략은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항구 KIET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가 정해준 대로 생산하다 보면 결국 부품 업체들이 경쟁력을 잃게 된다”며 “실력 있는 부품업체들이 도태되면 현대차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박심수 고려대 교수는 ”수직계열화가 강화되면 자동차 수요가 떨어지는 등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그룹 자체가 흔들리기 쉽다. 계열사들이 전부 현대차 납품밖에 안 하니까, 리콜 문제라도 발생하면 피해가 막심해진다“고 말했다.

아울러 ”폴크스바겐그룹 영업이익률이 현대차그룹보다 낮은 5% 안팎인 것은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1등을 하기 위해 R&D 투자를 계속 늘리기 때문“이라며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협력업체를 키우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미래 성장 동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현대자동차의 수직계열화 노선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엔저와 국내에서의 고전 등으로 주춤하긴 했지만, 해외 시장 판도가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뉴시스

◆배경은 치열한 경쟁 탓?
최근 3~4년간 국내외 자동차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현대차·기아차의 영업이익률이 하락세로 접어든 것도 배경이다. 현대차의 경우 엔저에 시달리면서 올 3분기 영업이익률이 7.7%로 전년 동기 대비 2%포인트 떨어졌다.

불과 3~4년 전 80엔 대로 떨어졌던 엔-달러 환율은 12월 한때 120엔을 돌파하기도 했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경쟁사인 일본 제조사는 가격 경쟁에서 현대·기아차보다 훨씬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실제로 2014년 10월 미국 시장의 현대차 점유율은 3%대로 떨어졌다. 현대차의 점유율이 4% 밑으로 하락한 것은 2010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현대·기아차의 점유율 합계도 8월 7%대로 떨어진 이후 계속 하락세다. 판매량은 2013년 동기보다 1.6% 늘었는데도 불구하고 점유율이 낮아진 것은 일본 등 다른 차가 더 많이 팔렸다는 것을 뜻한다.

2015년에도 엔화 약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 빅3인 도요타·닛산·혼다가 엔저를 등에 업고 약진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대차로서는 고전이 불가피하다. 앞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원화 약세를 발판으로 현대차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린 바 있다.

내수 부진 역시 배경이다. 2013년 9월 68.5%였던 현대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67.3%로 떨어졌다. 한때 80%에 육박했던 점유율이 4~5년째 계속 하락하고 있다. 반면 수입차의 점유율은 14%에 올라설 전망이다.

10월까지 누적된 판매 대수(16만2280대)만으로 이미 2013년 수입차 전체 판매 대수(15만6497대)를 넘어섰다. 2년 내로 수입차 점유율이 20%대에 올라설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수익성이 좋은 중형 및 고급 세단의 점유율 하락 속도가 더 빠르다는 점이 부담을 키운다. 2013년 11월 현대차의 대형차(그랜저·제네시스·에쿠스) 판매량은 1만4623대였지만 2014년 11월엔 1만1770대로 전년보다 19.5% 줄었다. 2011년(1만7040대), 2012년(1만5673대) 이후 꾸준한 감소세다.

현대차 관계자는 “안방이 흔들린 게 하루 이틀 일이 아닌데 마땅한 승부수가 없어 더 곤혹스럽다”고 털어놨다. 그는 “다양한 브랜드가 들어와 선택의 폭이 넓어진데다 가격도 눈높이 맞게 출시되면서 수입차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갈수록 (현대차의) 신차 효과는 크지 않아 걱정”이라면서 “현대· 기아차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은 국내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는 게 시급하지만 쉽지 않은 과제”라고 말했다.

아울러 “협력업체 가운데서도 영업이익률이 현대차 부품계열사보다 높은 곳이 많다”며 “현대차는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을 설립해 협력사들의 품질·기술·경영 육성을 적극 지원하는 등 동반성장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선변경’은 없다?
하지만 현재로선 현대차그룹이 당장 수직계열화 전략을 전향할 가능성은 높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이유는 정몽구 회장이 수직계열화 전략으로 단시간 내에 수십 년 역사를 가진 독일·미국 자동차 기업을 따라잡는 ‘추격’ 전략을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정 회장은 ‘글로벌 톱5’ 목표를 10년 만인 2009년에 달성한 바 있다.

해외 시장 판도도 현대차의 ‘노선 변경’ 계획이 없음을 뒷받침한다. 과거와 달린 미국 이외의 시장이 커진데다 현대차의 해외 생산비중이 높아져서다. 현대·기아차의 2014년 1~10월 글로벌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한 655만 대였다. 중국에서는 1~10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5% 늘어난 142만1650대를 판매했다. 역대 최대치인 170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같은 기간 경쟁자인 도요타는 110만 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인도 시장에서의 강세도 이어졌다. 1~10월 현대차(기아차 제외)는 신형 i20 등 신차 효과로 전년 대비 판매가 8% 증가했다. 인도 평균 판매 증가율(인도자동차공업협회) 1.9%의 4배 이상이다. 브라질에서도 판매량이 7.2% 늘었다.

경기 둔화로 같은 기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이 8.6% 감소한 것에 미루어보면 현대차의 선전이 더욱 두드러진다. 유가 하락에 따라 소비심리가 위축된 러시아에서도 현대·기아차 브랜드는 외국차 판매 1~2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제조사가 올해 엔저에 힘입어 미국에서 좋은 성과를 냈지만 나머지 시장에선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해외 생산비중이 50%로 높아진 덕도 톡톡히 보고 있다. 원화 강세에 따른 피해는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자동차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 현대자동차 본사. ⓒ뉴시스

◆처음 아니다
현대차그룹의 일감몰아주기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물류 일감몰아주기로 급성장한 현대글로비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은 기업집단 내의 물류업무를 통합한다는 명분으로 현대글로비스를 설립해 물류업무를 몰아줬고 현대글로비스의 자산은 2001년 472억원에서 2011년 말 3조 1896억원으로, 매출액은 같은 기간 1984억원에서 7조 5477억원으로 각각 수십배 이상 급등했다. 글로비스 매출에서 현대차그룹과의 내부 거래 비중은 매년 80% 이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감몰아주기로 현대글로비스가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임에 따라 현대글로비스의 대주주인 정의선 부회장은 30억원을 투자해 2011년 말 2조여원의 수익을 거뒀고 정몽구 회장도 20억원을 투자해 3조여원의 수익을 거둬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2011년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차 등 모기업에 63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 현대제철은 최근 ‘고가 인수’와 일감몰아주기로 눈총을 받았다.
2014년 10월 23일 현대제철은 동부특수강 매각 본입찰에서 세아홀딩스보다 높은 가격인 2900억원대를 제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어 현대제철은 현대위아와 현대하이스코와 컨소시엄을 이뤄 산업은행PEF로부터 동부특수강 지분 100%를 취득했다. 지분 인수 비율은 현대제철이 50%, 현대위아 40%, 현대하이스코가 10%다.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동부특수강 지분 100%를 인수할 당시 1100억원을 지불했는데 현대제철은 3배에 조금 못 미치는 금액을 써냈다는 사실 때문에 고가 인수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했다. 당초 업계에서 평가한 동부특수강의 예상 가격은 2000억원대 초반에서 중반 정도였고 세아홀딩스는 2000억원대를 상회하는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사돈지간인 현대차그룹과 삼표그룹이 슬래그를 몰아주며 일감몰아주기를 해오고 있다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아들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은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의 장녀 지선씨와 부부다.

삼표기초소재는 4개 업체로 구성된 슬래그 협의회를 구성했다. 삼표기초소재가 주도한 슬래그 협의회는 지난해 7월 현대제철과 하반기 140만톤에 달하는 슬래그 공급 계약을 맺었는데 삼표기초소재가 가져가는 물량이 나머지 회원사를 다 합친 것보다도 많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표기초소재가 협의회 내에서 확보한 슬래그 물량은 약 200만톤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이번 논란에서 우리는 피해자”라면서 “비회원사가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업체들간 이권다툼에서 현대제철로 불똥이 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협의회에 공급하는 연간 공급량이 250만톤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현대제철 측은 슬래그 협의회 내에서 슬래그가 어떻게 배분되는지 전혀 알지도 못하고 관여하고 있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 시사포커스 / 정주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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