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 관계, 올해는 어떨까?
현대차 노사 관계, 올해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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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단협 ‘암초’ 걷어냈나…비정규직·통상임금 합의는 ‘불투명’
▲ 지난해 현대차 노사가 임단협을 확정지었지만, 비정규직 문제와 통상임금 판결 문제가 남아있어 올해 현대차 노조의 행보를 짐작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뉴시스

1987년 노조 출범 이후 거의 매년 파업을 벌여온 현대차 노조가 올해 3대 기조를 발표한 가운데,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안’과 맞물려 연초부터 올해 노사 관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7일 현대차 노조는 올해 3대 기조를 내세우면서 ‘조합원고용’, ‘복지’, ‘삶의 질 향상’을 꼽았다. 노조 측은 이를 위해 주간 연속 2교대를 8시간+8시간(현행 8시간 + 9시간) 근무로 바꾸고 모든 조합원의 월급제 시행을 추진하기로 했고 새로운 임금 정의, 건강권 확보 등에 앞장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노조는 3대 사업기조와 별도로 올해 3대 과제를 제시하며 임단협 교섭, 노동법 개악 저지, 통상임금 문제 해결 등을 꼽았다. 이 가운데 특히 노조 측이 내세운 ‘노동법 개악 저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노조 측이 ‘노동법 개악 저지’를 올해 3대 과제 중 하나로 꼽은 것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최우선적인 과제로 노동시장 개혁을 내세우고 고용노동부가 노사정위에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을 내놓는 등 전반적인 노동계 개혁의 움직임에 대한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따라서 매년 되풀이된 현대차 노조의 ‘강경 투쟁’이 올해도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된다.

◆현대차 노사, 태풍속의 고요?
지난해 임단협이 타결된 이후 노조 측과 사측은 큰 반목 없이 ‘훈훈’한 모양새를 취해온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10월 1일 현대차 노조는 전체 조합원 4만7000명을 대상으로 ‘2014 임금단체협상(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실시해 2만2499명(51.3%)의 찬성을 이끌어 내면서 122일만에 임단협을 마무리 지었고, 이후 노사가 공동과제에 대해 논하기도 하는 등 친목을 다지는 듯 한 모양새를 취했다.
 
당시 확정된 임단협 확정 합의안에는 임금 9만8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300% + 500만원, 품질목표 달성 격려금 150%, 사업목표 달성 장려금 370만원 지급,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만 60세 정년 보장 등의 내용이 포합됐다. 

또 품질개선을 위한 노사 공동노력, 생산성 향상을 위한 작업환경 개선 및 설비투자, 잔업 없는 8시간 + 8시간 근무의 주간연속 2교대제 조기 시행 노력 등에도 합의했다. 손해배상 소송 및 가압류 철회 요구와 관련해서는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노사마찰 해소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노사는 최대 쟁점이던 통상임금 확대 문제와 관련해서는 법적 소송결과에 따르되 노사 자율로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현대차 노조는 절반 이상의 찬성을 이끌어내 임단협 합의를 도출하고 사측과의 관계도 일정 부분 회복했지만,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비정규직 종합 대책안’과 임단협의 핵심 쟁점이었던 통상임금 판결이 당시 나오지 않은 점 등을 미뤄 일각에서는 현대차 노조의 현 상태를 ‘태풍의 눈’으로 규정짓기도 했다. 

◆ 비정규직 문제 놓고 충돌 예고
이같은 우려는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안 제시로 인해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2월 29일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을 마련하고 노사정위에 공식 논의를 요청했다. 정부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통해 정규·비정규직 근로자 간 격차를 해소하고 기업의 정규직 채용 문화 확산, 정규직 전환 기회 확대 등 고용안정성을 높여 근로자들이 정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책안 중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비정규직 사용 기간을 현행 2년에서 근로자가 계약 기간을 연장 신청 할 경우, 계약을 2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해 총 4년으로 늘리도록 한 부분이다. 정부는 연장 기간을 포함하여 총 4년이 지났을 때, 회사가 정규직 전환을 거부하면 근로자에게 이직수당을 주는 방안을 내놓았다. 정부는 이 방안에 대해 “사업자가 정규직 전환을 피하고 계약 기간 연장을 남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에도 정부안을 놓고 세간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취업준비생 등 구직자들은 입을 모아 “비정규직을 더욱 양산하는 방안”이라고 비판했고, 경총 등 경영자들은 “부담이 지나치다”고 난색을 표했다.

현대차 노조도 비정규직 사용 기간 연장 문제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정부가 ‘정규직 과보호 해소’라는 명분 아래 해고 요건을 완화하고 임금피크제 확산과 직무‧능력‧성과 중심의 임금구조로 개편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일은 더 많이 하고, 임금은 낮추며, 해고는 더 쉽게 하려는 것이 핵심”이라며 “노동계가 그 어느 때보다 단결해서 돌파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등 대항 의지를 밝혔다.

올해는 특히 현대차와의 협상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에 대항할 의지를 밝혔다는 점에서 향후 현대차 노사관계의 향방도 오리무중인 형국이다. 지난해에도 파업과 환율 영향으로 실적 악화를 겪었던 현대차로서는 올해 현대·기아차 글로벌 판매량 목표 820만대를 달성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노사 관계의 파국을 막아야 하는 입장이다.

이는 노조가 한 번 파업을 단행하게 되면 생산량과 매출에 엄청난 출혈이 따르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임협 과정에서 모두 6차례 2∼4시간씩 부분파업을 진행했는데 현대차는 그 여파로 차량 1만6500여 대를 생산하지 못해 3300억원의 매출차질(잔업과 특근 거부를 포함하면 차량 4만2200여 대 손실에 9100억원 매출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현대차는 두 해 전 임단협 과정에서는 9월 20·21·23·26·28·30일과 10월 2·3·4·5일 등 10일간 각 2∼4시간동안 발생한 부분파업으로 인해 총 5만191대, 1조225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2012년에는 생산차질 8만2088대와 1조7048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여기에 갈등의 골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 현대차 노조 내의 노-노 갈등도 잠재적인 불씨로 남아 있다. 이경훈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장은 현대차 노조를 ’정치판‘에 비유하기도 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에는 중도 실리노선, 강성파, 중도 성향에 3개 정도의 군소 계파까지 총 10여개의 계파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 조직은 2년마다 실시되는 지부장 선거에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각 조직들이 상대 집행부 성과를 깎아내리기 위해 임금협상장을 봉쇄하기도 하는 등 갈등과 반목을 거듭해 오고 있어 얽히고설킨 구조의 현대차 노노 갈등이 노사간 갈등보다 더 큰 파장을 일으키는 ‘뇌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오는 16일 나오는 ‘현대차 통상임금 소송’ 선고 결과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국내 최대 단일 사업장인 현대차의 통상임금 판결은 업계에서 새 이정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사진 / 홍금표 기자

◆ 재계, 현대차 통상임금 판결에 ‘뜬 눈’ 
더군다나 조만간 현대차 통상임금을 둘러싼 판결도 내려질 것으로 보여 선고 결과에 따라 현대차 뿐 아니라 재계 및 노동계 전반에 큰 파장이 미칠 가능성도 관측되고 있다. ‘현대차 통상임금 소송’ 선고 결과는 오는 16일로 예정돼 있는데, 그동안 각 업계의 통상임금 판결이 재판부마다 엇갈리고 있어 국내 최대 단일 사업장인 현대차의 통상임금 판결이 업계에 새 이정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노사합의를 통해 선발된 직급별 대표인 현대차 노조원 23명은 상여금과 휴가비 등 6개 항목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달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만약 이들이 승소할 경우, 현대차 조합원 4만7천명에게 같은 효력이 미치게 된다.

업계에서는 법원이 현대차 노조원들의 손을 들어줄 경우 통상임금을 재산정해 현대차가 과거 3년치 소급분까지 지급하게 되면, 현대차 5조원을 비롯해 현대차그룹 전체에서 추가 부담해야 할 인건비가 첫해에만 13조2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핵심은 통상임금 성립의 요건이다. 대법원은 2013년 12월 통상임금 성립 요건으로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 3가지를 제시했는데, 현대차 노사는 이 중 고정성을 놓고 법정 공방을 벌여왔다.
현대차의 상여금 시행세칙에는 근로자들에게 두 달에 한 번씩 정기상여금을 주되, 이 기간에 근무일이 15일 이상이어야 한다는 최소 근무 조건이 있다. 이와 관련해 사측은 통상임금 성립 요건인 고정성이 결여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조는 ‘퇴직자에게 상여금을 일별계산해서 지급한다’는 규정을 들어 고정성이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대법원이 통상임금 요건을 제시한 이후, 하급심 법원은 다양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통상임금 인정 여부를 제각각 판단해왔다. 이 때문에 현재로써는 이번 현대차 통상임금 판결 역시 섣불리 결과를 예상하기 어렵다. 
 
현대차 관계자 역시 “현재로써는 판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1심 판결이 나오더라도 노사 둘 중 한쪽이 이를 수용하지 않고 항소할 가능성이 커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통상임금을 둘러싼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최근 306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벌인 ‘2015년도 노사관계 전망조사’ 결과, 63.1%의 기업이 ‘더 불안해 질 것’이라고 답했다.ⓒ뉴시스

◆ 올해 대다수 기업 노사관계 ‘흐림’ 
한편 현대차를 비롯, 올해 대다수 기업들의 노조-사측 간 거리가 좁혀지지 않을 전망이 제기돼 현대차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혼란스러운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기업들은 임금체계를 둘러싼 법원 판결이나 갈등 때문에 노사관계가 더 불안해 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최근 306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벌인 ‘2015년도 노사관계 전망조사’ 결과, 63.1%의 기업이 ‘더 불안해 질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밝혀졌다. 11.4%는 ‘훨씬 더 불안해질 것', 51.7%는 ’다소 더 불안해 질 것‘이라고 답해 합계 63.1%가 된 것이다. 33.5%정도만 ‘올해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했고 ‘더 안정될 것’이란 대답은 3.4%에 그쳤다. 노사관계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으로는 23.5%가 ‘노사 현안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라고 답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특히 법적 분쟁과 관해 올해 통상임금 판결 뿐 아니라 중요한 판결이 줄줄이 예고돼 있다는 점은 올해 기업들의 노사 관계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법원은 조만간 성남시 환경미화원들이 휴일 근로를 연장근로로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을 조만간 선고할 계획인데, 만약 휴일근로가 연장근로로 확정되면 기업들은 휴일근로 할증률(50%)에 연장근로 할증률(50%)을 중복해 통상임금의 200%를 지급해야 한다.

경총과 중소기업중앙회는 이 경우 기업들이 일시에 부담해야 추가임금이 최소 7조5909억원에 달한다며 대법원에 탄원서를 내기도 하는 등 벌써부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앞서 대법원이 2013년 말 정기 상여금은 통상임금이라고 판결하고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법이 현대자동차 사내 하청근로자를 불법 파견으로 규정함에 따라 재계 및 노동계에 커다란 후폭풍이 일었던 것에 비춰 보면 조만간 내려질 통상임금 판결 등 올해의 판결들이 미칠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기업들은 노사관계 불안 요인으로 ‘임금체계 개편 관련 갈등’(21.4%), ‘노동관련 법·제도 개편’(18.4%)을 꼽았다. 노사관계 불안 분야로는 ‘협력업체·사내하도급’(31.9%), ‘공공 및 공무원’(21.4%), ‘금속’(17.3%) 순으로 답했다.

기업들은 정부가 노사관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점을 둘 사항으로 ‘임금체계의 합리적 개편’(25.0%), ‘근로시간 단축 부담 완화’(19.3%), ‘고용 경직성 해소’(17.6%), ‘규제 위주의 비정규직 정책 개선’(13.2%)을 요구했다.  경총은 기업들이 ‘임금체계의 합리적 개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직무·성과급제 도입, 임금피크제와 연동한 정년 60세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 필요성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절반 이상(54.5%)의 기업들은 내년 3∼4월에 임단협 교섭 요구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고, 임·단협 예상 소요 기간은 ‘3∼4개월’이란 응답이 42.7%를 차지했다. 임금체계 개편을 둘러싼 갈등과 사내 하도급,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 등 다양한 교섭 이슈가 두드러져 교섭기간이 길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임단협의 최대 이슈로는 ‘임금 인상’(38.5%)과 ‘통상임금 범위 확대’(19.5%), ‘복리후생제도 확충’(15.6%) 순으로 대답이 많았다. 이와 관련해 경총은 “조사결과 내년 임단협에서 상대적으로 임금교섭만 진행하는 기업이 다수”라면서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관심사항인 임금, 복리후생 등 요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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