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한전 부지’ 악몽 재현되나
현대차그룹, ‘한전 부지’ 악몽 재현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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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딜 무산에 관련사 시총 3조 ‘증발’…시장 신뢰 ‘도로아미타불’
▲ 현대차그룹이 지난 정몽구·정의선 부자의 현대글로비스 블록딜 무산 이후 관련 계열사들의 시총이 3조 이상 증발하는 등 후폭풍을 겪고 있다. 사진 / 유용준 기자

현대글로비스 블록딜 실패 후 현대차그룹의 관련 계열사들이 예상과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어 한전 부지 고가 인수 논란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5일 현대차와 기아차는 전날보다 각각 1.69%, 2.05% 하락한 17만4500원과 5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고 현대제철도 1.48% 하락한 6만66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13일과 14일 이틀 동안 24% 넘게 빠진 뒤 저가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소폭(2.59%) 반등했다.

이에 따라 지난 13일 정몽구·정의선 부자의 현대글로비스 블록딜 시도 이후 지배구조와 이해관계가 있는 현대차·기아차·현대글로비스·현대제철의 시가총액이 12일 기준 79조7353억원에서 이날 76조3881억원까지 줄어들어 3조3472억원이나 증발했다.

그동안 현대글로비스와 합병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가가 억눌려 있던 현대모비스만 시총이 23조1678억원에서 25조2120억원으로 늘어났을 뿐이다.

특히 현대글로비스의 약세야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의 약세는 블록딜 무산 당일 증권가가 내놓은 예상과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다.

증권가는 정 회장 부자가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내놓을 수 있는 만큼 현대모비스 지분을 가지고 있는 현대제철, 기아차의 현금 유입 기대로 상승세를 예측한 바 있다. 현대차 역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경우 오너 일가의 지분이 적은 만큼 상승세가 예상됐다.

하지만 이같은 예상은 현재까지는 빗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시장의 예상을 깨고 돌연 1조5천억원 대의 블록딜을 시도하는 등 시장의 신뢰를 한 순간에 무너뜨린 현대차그룹의 계속되는 ‘비상식적인 행보’로 등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풀이되고 있다.

주로 정몽구 회장의 ‘뚝심’에 대해 시장에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도 현대차그룹은 한전 부지를 감정가의 3배가 넘는 10조원의 가격으로 인수해 ‘고가 인수’ 논란을 겪으면서 한때 그룹 전체의 시총이 20% 이상 떨어지는 등 큰 홍역을 앓은 바 있다.

특히 한전 부지 인수 이후 외국인들의 이탈 움직임은 현대차그룹이 자사주 매입, 중간 배당 확대 등 주주친화적 정책을 내놓고 있음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의 이유로 정 회장 부자를 신뢰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업계는 현대차의 설명대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 회피 목적이었다면 정의선 부회장이 아닌 정몽구 회장이 보유한 지분(11.51%) 위주로 매각했어야 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번 블록딜에 정의선 부회장은 320여만주를 내놔 180여만주를 내놓은 정몽구 회장을 크게 앞질렀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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