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반도체 라인에서 근무하다 질병에 걸린 근로자들의 보상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제안서에 따르면 회사는 기존 백혈병을 비롯해 비호지킨림프종, 재생불량성빈혈, 다발성골수종, 골수이형성증후군 등 혈액암 5종에 추가로 뇌종양과 유방암 발생자까지 포함해 보상한다.
16일 삼성전자는 서울 미금동 법무법인 지평에서 열린 조정위원회 2차 조정기일에 참석해 피해보상 범위, 보상금액, 예방대책 등 3가지 부문에 대한 회사 측 입장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사업장 근무자가 재직기간이나 퇴직 후 해당 7개 질병에 걸릴 경우 담당직무와 발병시기 등 최소한의 조건을 충족하면 별도의 인과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보상하겠다”고 말했다.
또 삼성전자는 “퇴직 후 10년 이내 발병한 경우 다른 조건이 충족되면 퇴직 후 어떤 일을 했는지 무관하게 보상하며 기존 산재 신청자 뿐 아니라 기준에 부합하는 모든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보상할 계획”이라면서 “타당한 근거가 제시되면 다른 발병자에 대해서도 보상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회사 발전에 기여한 것에 대한 보상이기 때문에 별도 산업재해나 손해배상 신청에도 제한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상금액과 관련해 삼성전자는 “산업재해나 손해배상처럼 객관적 기준이 있지 않아 금액 책정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기존 산재보상 제도나 다른 기업, 특히 중소기업들의 입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합리적 수준에서 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보상 금액 산정 근거로 현재 국립암센터가 암발병에 따른 사회 경제적 부담을 약 7000만원이라고 산정하고 있는 점, 서울중앙지법 산재손해배상 전담 재판부의 위자료 산정 기준표가 본인 과실이 전혀 없는 교통사고 사망 피해의 경우 위로금을 8000만원으로 삼고 있는 점, 기존 산재 승인 보상금이 1억2000~1억3000만원 선인 점 등을 제시했다.
예방 대책과 관련해 삼성전자는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등이 주장하는 ‘성분을 알 수 없는 공급사 영업비밀 물질’에 대해 수시로 샘플링 조사를 실시해 유해성분 포함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현재 법정 유해물질은 영업비밀에 포함할 수 없도록 관련 법이 규정하고 있어 특수 물질 도입시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보증서를 받아 서면으로만 검증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서면이 아닌 수시 샘플링 조사로 유해성을 검증하기로 한 것이다.
아울러 안전 및 보건과 관련한 자료는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이 규정한 보존 기간보다 2배 늘리기로 했다. 2년짜리 자료는 4년, 3년 자료는 6년, 5년 자료는 10년으로 늘리고 최대 30년 이내로 보존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반올림과 함께 활동해온 백도명 서울대 교수는 지난해 4월 논문을 통해 반도체 사업장과 관련해 발병 위험이 있는 질병으로 백혈병, 비호지킨림프종, 뇌종양, 유방암 등 4종을 적시한 바 있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