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택배사업 시동 거나…협회 “업계 공멸할 것”
농협, 택배사업 시동 거나…협회 “업계 공멸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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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농수산물 배송 시급” VS 택배협회 “농수산물은 전체 물량의 1%”
▲ 농협의 택배사업 진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택배업체들이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강하게 반발했다.ⓒ한국통합물류협회

농협이 택배사업 진출을 올해 주요 사업으로 계획하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중소업체 인수합병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나서자 18개 택배업체들이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강하게 반발했다.

20일 한국통합물류협회는 농협의 택배사업 진출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물류업계 대표 20여명과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뜻을 같이 했다.

이날 협회는 “농협은 자회사가 44개에 달하는 거대 조직”이라면서 “농협이 택배업계에 진출하면 업계가 공멸할게 뻔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거대한 자본을 무기로 영세한 중소 택배업체들을 흡수해 그동안 (우리가) 쌓아온 인프라를 아무 대가없이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통합물류협회 배명순 사무국장은 “기존 택배업체들의 경우 오랜 기간 동안 구축한 노하우가 있는데, (농협은) 잘 훈련된 택배기사들을 빼가는 형식으로 이익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업계가 황폐해지는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농협의 택배사업 진출은 가시화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농협은 택배업 진출을 위해 사내TF를 꾸리고 인수합병 작업을 진행중이며, 1월말께 최종 연구용역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농협은 이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최종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농협은 주말에 농수산물 배송이 불가해 농민들이 불편을 호소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농수산물 직배송을 위한 택배업에 관심을 보여왔다. 이와 관련해 한국통합물류협회 배 국장은 “말이 안된다. 농협이 말하는 (농수산물)물량은 전체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미세한 물량”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농협은 대한통운과 로젠택배 인수를 시도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당시 정부가 농협 택배사업 진출에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농협의 택배 시장 진출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하는 등 긍정적인 뉘앙스를 풍겼다. 이에 지난해 10월 23일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은 국회 농림축산식품 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농협이 토‧일요일 없이 상시로 하는 택배사업을 검토중”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농협중앙회 이상욱 농업경제대표는 “농협이 택배사업에 진출하는 것이 농가이익 증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재무분석 결과 3년 정도 하면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체국이 주5일 근무에 따라 주말배송을 중단해 신선농산물의 유지, 판매가 필요해졌다”며 “마침 정부도 적극 찬성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택배사업 진출은 농협의 오랜 꿈이었다. 8년 전부터 택배사업 진출을 시도했으나 민간 택배사들의 반발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해 7월 우체국 택배가 주말배송을 중단하면서 농협의 택배사업 진출은 힘을 얻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택배시장은 포화상태”라며 “농협까지 가세한다면 단가는 현재 마지노선인 2200원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지난 2004년 1건당 3140원이던 택배 단가가 2013년부터 2303원으로 떨어졌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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