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삼성SDS의 주가가 연일 신저가를 경신하고 있어 시장의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21일 오후 1시 45분 장중 현재 삼성SDS 주가는 전날보다 1만9500원(7.83%) 하락한 22만9500원을 기록하고 있따. 최근의 흐름을 봤을 때 장 마감까지 가면 상장 이후 최저 수준의 종가가 다시 한 번 기록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군다나 삼성SDS는 이날 장중 한때 22만7000원에 거래되는 등 신저가를 또 한번 경신했다. 상장 초기 4위에까지 올랐던 시가총액 순위도 13위로 급락한 상태다.
특히 20만원대가 붕괴될 경우 공모가가 19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해보면 공모주를 청약받았던 투자가들은 차익 실현은커녕 조만간 손해를 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증권가는 삼성생명의 악몽이 다시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 2010년 상장되면서 청약 증거금만 20조원 가까이 몰리는 등 큰 화제를 모았으나 상장 이후 주가가 약세를 나타내면서 4거래일만에 공모가인 11만원 밑으로 하락하는 등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19일 종가 기준 삼성생명 주가는 11만4000원으로 공모가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삼성SDS는 상장 직후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인 38만원에 형성되며 초반에 40만원대 초반까지 오르는 등 고공 행진을 이어갔으나 곧 급락세로 돌아서 30만원대 초반에서 공방을 벌여 왔다.
여기에 최근에는 오는 3월 코스피200지수 등 각종 지수에 특례 편입된다는 소식에 잠시 반등하기도 했다.
◆글로비스 블록딜 무산, ‘불똥’ 튀었나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부자의 현대글로비스 블록딜이 무산됐던 지난 13일을 기점으로 삼성SDS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블록딜 무산 소식이 전해지기 전날 28만9000원이었던 주가는 무산된 당일 무려 2만5천원(8.65%)이나 하락했고 지난 15일 3500원(1.33%) 상승으로 잠시 반등한 뒤 내리 하락하고 있다.
이같은 삼성SDS 주가의 급락은 현대차그룹의 블록딜 무산으로 인해 지배구조 관련주들에 대한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면서 촉발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애초에 삼성SDS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실탄을 마련하는 현금창구로 활용될 것으로 예측돼 왔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현금의 규모를 늘리기 위해서는 기업 가치를 키워 나갈 것이라는 기대감에 투자자들은 삼성SDS에 기꺼이 투자했다.
하지만 이번 정몽구·정의선 부자의 현대글로비스 블록딜 무산처럼 실제로 대규모의 지분을 현금화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투자자들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여기에 삼성SDS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으로 얻은 막대한 차익에 대해서도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고, 환수를 위한 특별법 제정까지 거론되는 등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어 실제 지분을 매각할 경우 사회적인 파급 효과는 짐작키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한 현금화 가능성 뿐 아니라 현대글로비스 블록딜 무산으로 인해 지배구조 관련주들에 대한 지나친 프리미엄이 걷히는 분위기다. 시장의 예측이 언제든지 빗나갈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간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합병설이 유력히 제기돼 왔지만 정몽구·정의선 부자는 돌연 1조5000억원대에 달하는 지분을 매각 대상으로 내놔 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현대글로비스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은 블록딜 무산 이후 일제히 약세로 돌아섰다. 블록딜 이전 30만원이던 현대글로비스의 주가는 일주일여 만에 20일 종가 기준으로 22만8000원까지 급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S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며 시장의 우려를 표현했다.
◆삼성SDS, 반등할 수 있을까

한편 삼성SDS의 주가가 향후 반등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밸류에이션이 지나치지만 삼성SDS의 실적이나 사업 전망 자체를 놓고 봐도 반등 모멘텀은 충분하다는 분석이 반등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반면 현재 지배구조 거품이 지나치게 낀 만큼 앞으로도 하락세를 면키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삼성SDS는 어떤 방식으로든 처분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주식에 ‘지배구조 프리미엄’을 줄 수 없다는 분석이다. 지나치게 삼성전자에 의존하고 있는 수익구조도 한계로 지적된다.
현재 삼성SDS는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삼성전자홀딩스와의 합병방안이나 상속세 납부시 물납 재원으로 활용되는 방안의 주역으로 거론되고 있다. 또한 제일모직과 합병되는 방식으로 지주사에 흡수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삼성SDS의 의무보호예수기간은 6개월로 오는 5월 마무리돼 5월 이후의 일어날 일에 대해 투자자들이 너무 빠른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의무보호예수는 신규 상장되거나 인수·합병·유상증자가 이뤄진 기업의 주식에 대해 소액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최대주주 등이 일정기간 보유 지분을 매매하지 못하도록 한 제도다.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가 삼남매의 지분 합계는 19.05%에 달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현재 삼성SDS 지분 11.25%를 보유하고 있다.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 사장은 각각 3.90%를 갖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