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SDS에 2천억 원 가량을 들여 구축한 국세청의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 ‘홈택스’ 앱이 지난달 23일 서비스를 개시한 이래 한 달여 가까이 ‘먹통’과 전산 장애를 일으켜 원망을 한 몸에 받고 있다.
17일 세무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이 지난달부터 통합운영해 오고 있는 국세청 홈택스 사이트 오류가 제대로 수정되지 않아 전산 장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모바일 앱에서마저 접속 불가, 서버 지연 등의 오류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이용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8개 사이트 시스템의 통합과 개편을 주도한 삼성SDS에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SDS는 지난 2012년 4월부터 발주를 맡아 시스템 개편을 진행, 3년여 만인 지난달 23일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행했다.
통합시스템 홈택스는 기존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하던 기존 홈택스에 더불어 이세로(e-세로)와 연말정산간소화, 현금영수증, 근로장려세제(EITC), 공익법인공시, 국세법령정보, 고객만족센터 등 세금 관련 8개 사이트를 통합한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홈택스를 통해 단 한 번의 로그인으로 세금 신고는 물론 현금 영수증 사용 내역, 전자세금계산서 발행 및 조회 등 국세와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본격적인 서비스 시행을 개시한 이래 한 달여 가까이 먹통과 전산장애가 줄기차게 이어지자 혈세 낭비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용자들은 주로 과거 이세로 시스템 때보다 발급·처리속도가 느리고 사용법도 번거로우며 로그인도 잘 되지 않는다는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시스템 장애가 완전히 고쳐지지 않다 보니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삼성SDS가 구축한 시스템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이 놀랍다는 반응도 나온다. 더구나 PC홈페이지에서 이용이 원활하지 않자 스마트폰 앱을 선택해도 이용 장애에 큰 어려움이 없어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냐”는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한 자영업자는 “정말 세계 일류 기업 삼성이 만든 게 맞느냐”며 “자체 감사라도 진행하라”고 화를 냈고, 다른 한 자영업자는 “홈택스에서 전자세금계산서를 발급받으려다 실패해 관할 세무서를 찾아갔지만 그곳에서도 홈택스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용 장애가 지속되면서 이달 내로 대란이 일어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당장 오는 31일까지 2014년 12월 사업연도가 종료하는 영리법인과 수익사업을 하는 비영리법인은 법인세를 신고·납부해야 한다. 하루 빨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법인들이 신고·납부기한을 지키지 못해 높은 가산세를 부과받을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시스템 구축을 주도한 삼성SDS의 대응에 대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한 이용자는 “삼성SDS가 피해에 대한 사과를 하는 것은 고사하고 오류에 관한 공지나 해결법, 설명 등의 조치도 취하지 않아 더욱 화가 난다”며 삼성SDS의 떠넘기기식 태도를 비판했다.
◆“시스템 안정화 6월까지”…고비 넘고 안착할까

삼성SDS 관계자는 이날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이에 대해 “프로젝트 자체는 3개사와 컨소시엄 형태로 진행한 것”이라면서 “프로젝트 비중에서 삼성SDS 비중은 50% 정도라 타사와도 연결돼 있고, 운영 주체와 문제 담당은 국세청의 사업추진단에서 창구를 일원화하겠다고 해서 주도적으로 우리 쪽에서 답변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그는 “저를 포함해 잘 된다는 사람들도 많다”면서, 이용에 문제없는 사용자와 문제가 발생하는 사용자들이 갈리는 이유에 대해 “8개 사이트를 한 번에 통합하다 보니, 기존에 많은 변수 상황들이 프로그래밍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대한 시스템 때문에 로그인·인증 과정 등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일어나면서 오류가 발생하는 이용자들이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실제로 구글 플레이스토어 리뷰란에는 잘 된다는 사용자와 먹통에 불만을 호소하는 사용자들이 뚜렷하게 나뉘어져 있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기술적 지원 등을 위해 프로젝트 사무실 내에 여전히 인력이 상주하고 있다”며 “(사업추진단에서) 현재 시스템 자체의 오류인지 국세청에서 넘어오는 방대한 자료들에 오류가 있는 것인지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SDS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의 프로젝트 사업기간은 오는 6월까지이며, 안정화 기간으로 잡은 6월까지는 안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국세청은 오는 5월 말 430만명에 달하는 종합소득세 신고가 시스템의 안착 여부를 가리는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차세대국세행정시스템추진단 관계자는 “8개의 시스템을 통합하는 초유의 작업이다 보니 프로그램상 충돌이 잦았고, 모든 문제점을 예측하기도 어려워 오류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라며 “6월 말까지는 안정화 작업을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