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유일 쌍용자동차 사장이 임기가 끝나는 오는 3월 취임 4년 만에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다.
이 사장은 21일 서울 여의도 마리나요트앤드클럽에서 열린 신차 '티볼리' 시승행사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연임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표이사 임기가 끝나는 오는 3월 대표이사직과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내려놓기로 했다”고 답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사장은 최근 방한한 쌍용차 대주주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에게 용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쌍용차를 완전히 떠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일 사장은 “대표이사직을 내려놓는다는 게 회사를 떠나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라며 “후임 대표는 마힌드라앤드마힌드라 쪽에서 오는 게 아니라 쌍용차 내부에서 선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이 사장의 역할은 오는 3월 이사회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향후 쌍용차 이사회 의장, 고문 역할 등을 맡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새 대표 체제 안정과 티볼리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선 이 대표의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파완 쿠마 고엔카 현 쌍용차 이사회 의장 임기도 이 대표와 함께 오는 3월 27일인 점도 이 대표의 의장 선임에 설득력을 주는 대목으로 꼽히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이 대표의 대표이사직 사임 후 거취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것도 확정된 게 없다”며 “이사회, 주주총회 등을 거쳐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유일 사장이 4년 만에 야심차게 출시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 출시 직후 사임 의사를 밝힌 데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쌍용차 고위 관계자는 “쌍용차가 경영 정상화에 접어들었고 신차가 출시되는 등 새로운 회사로 탈바꿈하는 시기인 만큼 새로운 얼굴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용퇴를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쌍용차에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지난 해 우크라이나 사태와 환율 악재에 따른 러시아 수출 부진과 쌍용차 해고 근로자의 굴뚝 농성 등 현장 문제가 아직 미해결된 점이 이 사장의 거취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현대자동차 출신인 이 사장은 2009년 쌍용차 법정관리인으로 선임돼 2년 만에 마힌드라그룹과 대주주 지분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고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종결시켰다. 이후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2011년 3월 마힌드라 체제의 쌍용차 초대 대표이사로 선임돼 4년 간 쌍용차를 이끌어 왔다.
재임 기간 동안 코란도 C, 코란도 스포츠, 코란도 투리스모 등 쌍용차의 새로운 패밀리 네임을 채택해 새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2013년엔 내수와 수출을 합해 모두 14만5000여대의 차를 판매해 쌍용차가 2002년 이후 연간 최대 판매 실적을 올리고 경영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역할을 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