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미가 사라지고 있다. 개인투자자가 20%를 밑돌아 미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한국형ISA 도입을 통해 개인투자자들을 주식시장으로 유입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주식시장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그 효과가 얼마나 나타날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3년말 기준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9.7%로 이는 미국(37%)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국내 주식시장의 개인투자자 비중은 지난 금융위기 이후 2009년말 31%까지 상승했으나 현재까지 지속적인 감소세를 나타냈다.
개인투자자를 주식 시장으로 끌어들일 유인책이 필요해 보인다. 금융투자협회는 “배당확대, 주식의 밸류에이션 향상 등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매력도 증진을 통해 개인투자자의 시장 참여도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가별 주식시장 평균 배당수익률은 보면 이와 같은 주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외신 블룸버그의 2014년 국가별 주식시장 예상수치에 따르면, 미국 2.17%, 일본 1.51%, 영국 3.86%에 비해 한국은 1.24%에 불과했다.
또한 국내 주식시장(코스피) 거래대금이 지난 2011년 이후 매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코스피 거래대금은 2010년 1411조 원, 2011년 1702조 원, 2012년 1196조 원, 2013년 986조 원, 2014년 976조 원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정연경 금투협 조사연구실 실원은 “국내 주식에 대해 저평가된 경향이 있다”라며 “기업들의 배당 확대를 통해 주주들이 이익이 증대되니까 주식시장에 다시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금투협은 소득공제 장기펀드 한도 확대 및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WA) 도입 등 개인에게 주식투자가 보다 친숙해질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한 업계 차원의 지속적인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IWA(한국형ISA)는 금융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제도로 한 계좌에 다양한 금융상품을 넣고 일정기간동안 보유해 발생한 소득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주는 상품을 말한다. 연간 납입한도를 정하고 저축과 투자한 금융상품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 비과세를 통한 세제지원으로 저축, 투자를 장려하는 목적이 있다.
이 제도는 영국에서 시행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 1999년4월 개인 재산형성과 통합적 자산관리를 위해 기존 과세특례 금융상품을 통합하고 혜택을 확대한 ISA를 도입했다. 영국의 ISA는 만 16세 이상인 자가 가입해 예금형, 증권형 통합 연간 1만5000파운드 한도(3000만 원) 내 투자에 따른 이자소득 및 배당소득에 대해 기간 제한 없이 비과세를 적용하고 있다.
이진영 금융위 자산운용과 사무관은 “한국형ISA 도입 후 기대효과 등에 대해 연구용역을 진행 중인 상태로 빠르면 올해 연말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상정해 내년에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만으로 효과를 얼마나 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국내 주식시장의 환경부터 개선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실장은 “일단 시장 자체가 좋지가 않다”라며 “개인투자자들이 경험을 쌓으며 적절한 시기에 매수매도를 통해 수익을 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은 문제”라고 밝혔다.
또한 대형 우량주 중심으로 수익성이 좋은데 가격이 비싸 개인투자자들이 엄두를 내기 어렵다는 것.
이 실장은 “예전 활황일 때는 주식 투자를 하면 돈을 벌었지만 근 10년 가까이 주식시장이 좋지 않다”라며 “장기투자를 통해 수익을 기대해야 한다지만 이 기간 동안 은행에 돈을 맡겨도 수익이 주식보다 더 좋은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IWA라는 제도로 세제 혜택을 준다고 하는데 조금 도움이 되기는 하겠지만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 시사포커스 / 박효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