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상무의 ‘태양광 무한도전’이 갖는 의미
김동관 상무의 ‘태양광 무한도전’이 갖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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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사업 전망 악화에도 공격적 투자 나서는 한화, 왜?

 

▲ ‘태양광 사업은 곧 김동관 상무’라는 공식이 굳어진 상태에서 경영권 승계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해서는 올해의 태양광 사업 성과가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한화솔라원의 김동관 상무의 태양광 사업 대외 행보가 연일 화제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태양광 산업에 대한 전망이 어두워지고 관련 업체들의 사업 철수마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동관 상무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김 상무는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나흘 동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45차 세계경제포럼인 ‘다보스 포럼’ 연차 총회에 참석해 미국 FOX TV와 인터뷰를 갖고 “유가 하락은 태양광 시장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해 많은 관심을 끌었다. 다보스포럼은 140여 개국 정·재계 인사 2500여명이 모여 현안을 논의하는 세계적 권위의 재계 행사다.

김 상무는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전력생산용으로 사용되는 석유 비중이 매우 낮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며 “오히려 전세계 전력생산의 주원료인 천연가스의 경우 (미국 시장에서) 지난 수 년간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태양광 시장 수요는 끊임없이 빠른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상무는 “최근 모듈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시스템 가격도 하락하면서 정부 보조금 없이도 태양광 시스템이 경쟁력을 갖는 시장이 점차 확대돼 가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화의 태양광 사업을 이끌고 있는 김 상무는 2010년부터 해마다 다보스포럼에 참석했지만 해외 언론과 인터뷰를 가진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앞서 김 상무는 21일 ‘리파워링 더 이코노미’ 세션에도 패널로 참석, “사회적 인프라 투자 관점에서 태양광에너지를 인식하고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전세계 에너지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모두 발 뺄 때 오히려 적극 투자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태양광 사업에 대한 의지는 실로 남다르다. 김승연 회장은 2010년 중국의 솔라펀 파워홀딩스, 2012년 독일의 큐셀 등 글로벌 태양광기업들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로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웠다.

최근에는 지속적인 유가 하락에 태양광의 업황이 좋지 않은 데도 오히려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호주의 태양광 업체인 KPX화인케미칼을 인수했고 국내에 공장을 신설, 말레이시아공장에서는 태양광 셀과 모듈 설비를 증설하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최근 국내 경쟁사들이 태양광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거나 발을 빼고 있는 것과는 반대의 모양새다. 태양광 소재인 폴리실리콘을 주력으로 하는 OCI는 최근 태양광보다 기존의 주력 사업인 석탄화학 분야의 강화에 나섰다. 국내와 중국에서 83만톤 규모의 콜타르 정제 및 석탄화학 산업을 운영 중인 OCI는 지난달 중국 안후이성 마안산시에 35만톤의 콜타르를 정제하는 석탄화학법인 합작사를 설립했다.

SK이노베이션은 태양광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2월, 2011년부터 총 7600만달러를 투자한 미국의 태양광 전지 업체 헬리오볼트의 지분 매각을 추진했으나 불발되자 최근 청산 절차에 돌입했다. SK그룹은 차세대 태양광 사업의 유망기술인 CIGS 태양광 전지 제조기술을 보유한 헬리오볼트에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했으나 태양광 수요의 부진과 중국산 제품의 공세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도 2010년 발표햇던 5대 신수종사업에서 최근 태양광 산업을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삼성정밀화학이 미국 폴리실리콘 합작사 SMP의 지분율을 50%에서 15%로 낮추고 삼성SDI도 태양광 사업에서 철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김승연 회장이 태양광 사업에 과감한 투자를 지속하는 이유에 대해 분분한 해석을 낳았다. 게다가 현재까지 3조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부었음에도 현재까지 크게 뚜렷한 성과가 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2010년 중국의 솔라펀 파워홀딩스를 인수해 사명을 변경한 한화솔라원은 2011년과 2012년 20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했고 2013년에도 72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4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2분기부터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다만 2012년 파산기업이던 독일의 글로벌 태양광 장비 회사 큐셀을 인수해 사명을 변경한 한화큐셀은 2013년까지 적자를 기록하다 지난해 1분기 200억원 흑자를 기록했고 2분기에는 81억원의 혹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역시 전체적으로 봤을 때 태양광 사업에 대해 뚜렷한 성과가 났다고 보기는 힘들다.

실적에 대한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국제 유가 급락세가 이어지는 등 대내외 환경도 불리하게 돌아가자 결국 한화그룹은 규모의 경제를 위해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의 합병을 결정하고 한화큐셀의 독일 셀·모듈 공장은 오는 3월1일 폐쇄하는 방안을 내놨다.

 

▲ 4년여 동안 3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한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는 상태다. 사진은 한화의 하와이 칼렐루아 재생에너지 파크 발전소. ⓒ한화그룹

◆김동관 상무 띄우기 위한 무리수?
공격적인 투자에도 태양광 사업에서 전체적으로 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김승연 회장이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김동관 상무의 경영권 승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태양광 사업에 무리한 지원을 붇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김 상무는 지난 2010년 한화그룹에 입사한 후 태양광 사업을 진두지휘해 왔다. 김 상무는 한화솔라원 이사,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을 지낸 뒤 지난해 9월 다시 한화솔라원에 복귀해 영업실장이라는 보직을 맡고 있다. 특히 한화큐셀에 재직 당시 파산 직전이었던 독일의 큐셀을 인수해 흑자로 전환시키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태양광 계열사인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의 합병에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소개돼 왔다.

이처럼 태양광에 집중한 행보 때문에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은 곧 김동관 상무로 통한다는 공식이 성립됐다는 평가가 나왔고, 1983년생인 김동관 상무는 지난해 말 젊은 나이로 임원인 상무로 승진했다.

당시 한화는 김동관 실장의 상무 승진과 관련 “한화큐셀 전략마케팅 실장으로 부임해 적자기업을 1년 만에 흑자로 반전시켰고, 솔라원과 큐셀의 통합법인 출범에 이바지해 태양광 분야에서 국내기업이 글로벌 1위 기업으로 도약하는데 공을 세웠다”고 공식 설명했다.

하지만 이처럼 그룹 차원에서 김동관 상무의 태양광 사업에 대한 기여도를 대대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나온다. 말 그대로 태양광 사업에 ‘올인’하는 현 상황에서 업황 악화 등으로 그룹 차원의 부담이 커질 경우 이에 대한 책임 역시 온전히 김동관 상무의 몫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데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런 시각에 따르면 김동관 상무가 최근 폭넓은 대외 행보를 통해 태양광 사업 띄우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도 어떻게 보면 어쩔 수 없는 행보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 사업에 대한 전망이 악화될수록 김동관 상무와 한화그룹은 출구전략을 세우기 어려워져 더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종의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올해 승계 본격화? 태양광에 달렸다 

▲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라원 영업실장이 최근 태양광 사업 띄우기에 본격적으로 나서며 대내외적으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화그룹

한화그룹 안팎에서는 김동관 상무가 올해 경영권 승계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나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일정 부분의 성과를 냈고 임원으로 승진했으며 어느덧 경영수업을 받은 지 5년이 다 되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까지 삼형제의 보유 지분으로는 한계가 있다. 한화그룹에서는 ㈜한화가 지주회사 격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김동관 영업담당실장이 보유한 한화 지분은 4.44%에 불과하다. 차남 김동원 한화그룹 디지털팀장, 삼남 김동선 한화건설 매니저도 각각 1.67%씩을 소유하는 데 그치고 있다. 삼형제의 지분을 모두 합쳐도 10%도 넘지 못한다.

여기에서 한화S&C의 역할이 부각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S&C는 지난해 한화그룹이 삼성과 추진한 빅딜에서 삼성종합화학의 지분을 가장 많이 소유하게 된 한화에너지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데, 삼형제는 이 한화S&C의 지분을 대폭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S&C의 지분은 김동관 상무가 50%, 김동원 팀장이 25%, 김동선 매니저가 2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3세들의 ㈜한화의 보유 지분 구조가 취약한 한화그룹으로서는 한화S&C를 통해 경영 기반을 확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까지는 한화S&C와 ㈜한화를 합병하거나 기업공개를 추진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한화S&C는 ㈜한화 지분은 2.2%에 불과하지만 다른 주요 계열사의 지분은 상당히 소유하고 있는 편이다.

다만 양 방안 모두 한화S&C의 기업가치를 우선 키워야 하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삼성과의 빅딜에서 한화에너지가 삼성종합화학 지분 30%를 인수하는 등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도, 시스템통합(SI) 등 사업 성장에서 한계에 부딪힌 한화S&C의 가치를 키우기 위한 방도가 아니었겠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화S&C는 2013년 매출 4602억 원, 영업이익 202억 원을 기록, 2012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20%, 22.9% 감소한 실적을 낸 바 있다.

업계에서는 한화S&C가 현대차그룹의 현대글로비스, 삼성그룹의 삼성SDS와 제일모직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현대차그룹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블록딜 무산으로 지배구조 관련 시나리오에 대한 불확실성이 늘어 이전만큼 확실한 방안을 내세우지는 못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지만, 경영권 승계에 대한 교통정리 방안만큼은 어느 정도 세워져 있는 셈이다.

따라서 김동관 상무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올해, 태양광 사업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이 너무나도 크다. 다행히 태양광 사업이 캐시카우 사업으로 탈바꿈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최소한 애물단지라는 낙인은 벗어났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다만 현재까지는 한화그룹의 소개에도 불구하고 김동관 상무의 경영 능력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에 너무 이르지 않느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화큐셀이 흑자전환하기는 했지만 김 상무가 4년 이상 챙겨온 태양광 사업이 전체적으로 볼 때 큰 이익을 냈다고 볼 수 없고, 김승연 회장 부재 당시 딱히 큰 두각을 내지 못했다는 평가도 많다.

이에 김동관 상무의 입지가 축소됐다는 평가도 나왔고, <더벨>에 따르면 김 상무 라인으로 분류된 그룹 임원들이 일선에서 물러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는 평가도 나왔다. 삼성과의 빅딜에서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소개됐지만 30세를 갓 넘긴 3세가 실제로 그럴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제기된 바 있다.

따라서 올해 태양광 사업이 한화그룹과 김동관 상무의 바램대로 잘 풀릴 경우 이 같은 부정적인 평가와 의문들을 일거에 불식시키고 경영권 승계의 기반을 본격적으로 닦아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 사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고 있는 김승연 회장의 무리수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어쨌든 지속적인 국제 유가 급락의 위기를 성공적으로 헤쳐나갈 경우 누구보다도 김동관 상무의 역할이 부각될 수밖에 없는 판세다.

반면 한화그룹이 태양광 사업에서 부진의 늪에 빠져 침체를 벗어나지 못할 경우 후계구도 뿐만 아니라 그룹 전체로 그 파장이 퍼져나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태양광을 향한 김동관 상무의 ‘무한도전’은 성공할 것인가 아니면 ‘무모한 도전’이 될 것인가. 올해 태양광 사업을 바라보는 관전 포인트가 또 하나 늘어난 셈이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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