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1위 매출을 자랑하는 인천국제공항의 면세점 입찰 전쟁 열기가 뜨겁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오늘(29일)부터 입찰참가 신청서류를 접수받는다. 경쟁에 참여하는 업체들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입찰 참가 신청서를 내야한다.
이번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전에는 기존 운영업체인 롯데와 호텔신라를 포함해 신세계, 한화, 동화면세점 등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번에 새로 입찰 의사를 밝힌 신세계와 한화, 동화면세점은 이날 오후 4시까지 ‘인천국제공항 3기 면세사업권 입찰 의향서’를 인천공항측에 제출할 계획이다.
◆ 평당 1억3000만 “그래도 포기 못해”
작년 기준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은 2조900억원으로 전 세계 면세점 중 최초로 2조원 대를 돌파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7.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의 매출 신장률이 2~3%에 불과하거나 정체 상태인 것과 대조되는 성장세다.
이에 따라 입점업체가 지불해야 하는 임대료 부담도 증가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3기 면세사업권 제안요청서’에 따르면 공항 여객터미널과 탑승동에 걸친 1만7394㎡ 면적의 면세영업장 임대료 하한선은 7086억3585만원이다. 1평당 약 1억34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이고, 기존 임대료와 비교해 15% 오른 수준이다.
그럼에도 입찰에 참가하는 업체들은 세계 최대 매출 규모의 면세점 입점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지방 공항과 시내 면세점을 운영 중인 신세계의 경우, 인천공항면세점 입점은 유통채널
포트폴리오에 마침표를 찍는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이번 입찰에 성공할 경우 신세계는 공항면세점과 마트, 프리미엄 아울렛, 백화점 등을 연결하는 관광 및 쇼핑상품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비해 한화는 그간 줄곧 “수익성 검토 후 입찰 참여를 판단할 것”이라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결국 입찰에 응하기로 결정했다. 한화는 제주공항면세점 운영 경험 등을 토대로 공항면세점과 시내면세점 진출 기회를 동시에 엿볼 것으로 보인다.

◆ 중소기업 “외국계 기업이 뺏을까” 전전긍긍
동화면세점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의 ‘중소·중견기업 구역’을 배정받기 위해 의향서를 낼 예정이다. 이와 함께 국내 화장품 기업 참존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운영권 입찰에 참가한다.
이외 외국계 기업도 인천국제공항의 입찰권을 따내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태국계 면세점 한 곳은 이미 이날 오전 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설명회에 참석했던 세계 면세업계 1위 DFS그룹과 2위 듀프리 역시 참여 의사를 밝힐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외국계 사업자가 중소·중견기업 사업장의 사업권을 얻을 경우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김해국제공항 면세점 입찰 시 중소·중견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대기업을 배제했지만 결국 사업권은 세계 2위 면세점인 듀프리가 가져갔었다”면서 “이번 에는 이러한 실수가 되풀이되서는 안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12개 구역으로 나뉜 면세 영업장은 이번 입찰을 통해 8개는 대기업, 나머지 4개는 중소·중견기업 몫으로 배정되게 된다. 4개의 중소·중견기업 구역의 경우 동일 업체의 구역 중복 입찰이 불가능하다. 즉 4개 업체가 한 구역씩 맡게 된다.
8개의 대기업 구역에는 중복 입찰이 허용된다. 그러나 화장품·향수, 담배·주류, 피혁·패션 등 품목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묶여 있기 때문에, 실제 대기업들은 각 그룹에서 1개씩 모두 3~4개 구역의 입점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론적으로는 최종 입점 대기업 수는 8개(1개 업체가 각각 1구역씩 총 8개 구역 배분)까지 가능하지만, 업계는 대체로 3~4개를 예상하고 있다.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은 사업제안 60%와 가격 40%를 평가해 선정한다. 새로 선정된 사업자는 오는 9월부터 5년간 영업을 할 수 있다. 공식적으로 입찰 경쟁에 뛰어들 업체는 다음달 19일 입찰참가 신청서, 20일 사업제안서를 내야한다. 서류 심사를 통과한 소수 업체는 내년 2월초께 면세점 운영 역량 및 계획 등을 소개할 수 있는 프레젠테이션 기회를 얻게된다.
한편, 후보로 거론됐던 현대백화점과 워커힐 등은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