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들, 4천억대 원적지 담합 과징금 취소
정유사들, 4천억대 원적지 담합 과징금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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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과징금 취소에 공정위 신뢰 ‘흔들’
▲ 10일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이 주유소 원적지 담합으로 부과받은 과징금 취소 소송에서 승소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대법원이 지난 2011년 4대 정유사들이 주유소 유치 경쟁을 자제하자는 이른바 ‘주유소 원적지 담합’을 했다는 이유로 부과받은 4300억원대의 과징금 중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이 받은 1200억원 가량의 과징금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10일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현대오일뱅크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같은 재판부(주심 김신 대법관)도 에쓰오일이 제기한 동일한 취지의 소송에서 원심처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양사가 부과받았던 과징금 규모는 도합 1200억원에 달한다. 133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던 SK이노베이션 역시 서울고법에서 승소한 바 있는 만큼 조만간 내려질 확정판결에서도 다른 정유사들과 같은 내용의 판결문을 받아들 확률이 매우 높다. 177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던 GS칼텍스는 담합 사실을 신고해 과징금을 면제받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를 비롯한 정유사들의 실무자들이 모여 원적주유소에 대한 유치 및 대응유치의 관리를 통한 주유소 유치경쟁을 자제하는 내용의 합의를 했다는 증인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고 지적하고 “또 복수상표표시제도의 도입경위 등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 정유사들이 담합을 할 충분한 유인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서울고법 역시 “직접증거라고 할 수 있는 GS칼텍스 직원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고, 4대 정유사 사이에 주유소 유치·이탈 현황 등 담합과는 배치되는 사정이 있는 점 등에 비춰볼 때 담합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승소 판결한 바 있다.

또한 대법원은 에쓰오일이 낸 소송에서도 “생산 능력에 비해 주유소가 부족한 에쓰오일이 주유소 확장에 장애가 되는 공동 행위에 가담할 유인이 낮았다”며 역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2011년 9월 공정위는 4대 정유사들이 2000년 대책 회의를 열어 경쟁사 간 주유소 유치 경쟁을 제한하기로 합의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경쟁사 상표로 영업하던 주유소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해당 경쟁사(원적사)의 동의를 받도록 서로 약속했다는 혐의였다.

당시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규모는 GS칼텍스 1772억원, SK이노베이션 1337억원, 현대오일뱅크 753억원, S-OIL 438억원 순이었다. 다만 GS칼텍스는 담합사실을 자진신고해 과징금 전액을 면제받았다. 나머지 나머지 정유사들은 공정위 명령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서울고법에서 승소하고서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10일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2월 중으로 선고가 잡혀 있으며 이번 주에서 다음 주 정도면 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최근들어 잇따라 과징금 소송에서 패소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신뢰도는 이날 대법원의 판결로 또 한번 흔들리게 됐다. ⓒ뉴시스

◆과징금 취소율 40%…공정위 신뢰 ‘흔들’
한편 최근들어 공정위는 잇따라 과징금 소송에서 패소하며 과징금을 무리하게 부과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의 눈초리를 받고 있어, 이날 판결로 이 같은 비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갑질 논란을 이유로 남양유업에 대해 부과한 과징금 142억원 중 119억원이 취소하라는 판결이 내려졌고 지난달 14일에도 포스코에 부과한 71억원의 과징금에 대해 취소 판결이 내려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5일 “지난해 국감에서 2010~2012년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을 전수조사해보니 공정위의 패소로 감경된 과징금 규모만 2천억원 규모에 이른 것으로 밝혀졌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2014년 한해만 하더라도 총 89건, 3573억원의 과징금 소송에서 19건, 1413억원이 취소 판결을 받았다”며 “공정위의 과징금 중 40%가 잘못 부과됐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대변인은 “공정위가 충분한 조사와 증거 없이 과징금을 무리하게 부과하다가 법원에서 대거 제동이 걸린 것”이라며 “행정무능으로 국민혈세 낭비는 물론이오, 국민의 신뢰와 공정성조차 잃어버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공정위에 촉구한다. ‘시장경제의 파수꾼’의 소임을 충실히 하길 바란다면, 자신들의 과오를 반성해야 한다”며 “‘시장의 따뜻한 균형추 역할’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 어떻게 해야 할 지 돌이켜 보길 바란다. 공정하지 못한 공정위는 그 이름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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