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수십여 년만에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여파로 연초 정유사들의 배당이 모두 자취를 감췄다.
20일 정기 주주총회를 연 SK이노베이션은 37년 만에 적자를 낸 여파로 보통주와 우선주에 대해 34년 만의 무배당을 확정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5일 2014년 잠정 실적을 집계하고 연결기준 매출액 65조8757억원, 영업손실 224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의 적자는 1977년 이후 37년 만이며, 특히 2241억원의 영업손실은 2013년의 1조4064억원의 영업이익에 비해 무려 1조6000억원 이상 감소한 것이다.
1년에 중간배당과 결산배당 총 2번의 배당을 하던 에쓰오일 역시 공시로 집계되는 1994년 이후 처음으로 20여년 만에 우선주에만 배당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나마 우선주에도 25원씩 총 9600만원을 배당하는 데 그쳐 사실상 무배당이나 다름없다. 지난해 7월의 중간배당에서는 우선주와 보통주 모두 150원씩 총 174억여 원을 배당했다.
에쓰오일 역시 지난해 매출 28조 5576억원, 영업손실 2589억원으로 집계돼 원유 정제시설 상업 가동 첫해인 1980년 이후 34년 만에 첫 적자를 냈다. 에쓰오일의 2013년도 영업이익은 3660억원 정도로 1년여 만에 6250억여원 감소했다.
GS칼텍스는 지난달 13일 6년여 만에 지분을 50%씩 나눠 갖고 있는 GS에너지와 쉐브론에 결산 배당을 하지 않는다고 공시했다. GS칼텍스의 모기업인 GS에너지도 자회사 실적 부진 여파로 무배당을 결정한 바 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이 9조83억원이고, 영업손실 규모가 창사 이래 최악인 4523억원으로 기록했다고 밝혔다. 연간 매출도 40조2584억원으로 전년보다 5조원 이상 급감했고 전체 영업손실도 4563억원으로 나타났다. GS칼텍스는 2008년 832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이후 6년 만에 다시 적자전환했으며 적자 규모 자체는 1968년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그나마 영업손실을 보지 않은 현대오일뱅크는 원래 배당을 하지 않는다. 지난달 12일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한 4조207억원이고 영업이익이 65% 감소한 136억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18조258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928억원으로 52% 감소했다.
하지만 현대오일뱅크는 2010년 현대중공업이 인수한 이후 배당을 한 적이 없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비상장사다.
한편 정유사들은 국제유가가 잠시 상승세로 반등해 희망을 걸었으나, 곧 다시 6년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져 올해 전망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대규모 적자의 원인이 대부분 재고 손실이었던 만큼 정유사들로서는 올해 국제유가 반등이 절실한 상황이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