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료 그만 올려라” 메가박스 중국에 넘어간다면?
“관람료 그만 올려라” 메가박스 중국에 넘어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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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쿼리, 중국계 인수자 위해 先대출확약 협조…2대주주 제이콘텐트리 반발 변수
▲ 메가박스의 2대 주주 제이콘텐트리가 1대주주인 맥쿼리펀드의 지분 50%를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맥쿼리가 우선협상자로 선정한 오리엔트스타캐피탈이 지난해 상각 전 영업이익의 10배에 해당하는 가격을 매매가로 책정하면서 치열한 인수전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메가박스

국내 멀티플렉스 영화관 중 빅3로 꼽히는 메가박스의 2대 주주 제이콘텐트리가 1대주주인 맥쿼리펀드의 지분 50%를 인수하겠다고 나서 이목이 집중됐다. 그러나 그 행보가 그리 순탄치 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그 근거는 맥쿼리가 우선협상자로 선정한 오리엔트스타캐피탈이 지난해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의 10배에 해당하는 가격을 매매가로 책정했다는 데 있다. 맥쿼리가 제이콘텐트리의 지분까지 포함한 메가박스 지분 100%를 오리엔트스타캐피탈 측에 매각할 수 있는 ‘동반매각권’을 가지게 됐기 때문이다.

맥쿼리-오리엔트와 제이콘텐트리 간  불꽃튀는 신경전이 한참인 가운데 소비자들의 입장은 어떨까. 일각에서는 중국계 업체의 메가박스 인수가 국고 유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람객들은 영화관 관람료의 오름세에 제동을 걸어줄 의향이 있는 쪽이 메가박스를 인수하길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

▲ 제이콘텐트리가 우선매수권을 사용해 오리엔트스타캐피탈이 제안한 5700억원에 맥쿼리의 지분을 사들이면 이번 인수전은 싱겁게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제이콘텐트리는 EBITDA의 약 11배에 해당하는 인수금 확보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제이콘텐트리

◆ 맥쿼리는 왜 우선매수권을 넘겼나?

메가박스가 맥쿼리 소유로 넘어가게 된 과정을 살펴보면, 2007년 맥쿼리는 국민연금, 행정공제회, 군인공제회 등에서 투자 받은 2700억원으로 특수목적법인을 세워 오리온그룹으로부터 메가박스 지분을 100% 사들였다.

영화관 산업이 향후 상승세를 탈 것이라 예상한 맥쿼리가 바이아웃(사모투자펀드의 기업 경영권 매매) 투자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메가박스가 맥쿼리에 인수된 후 CGV나 롯데시네마 등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려나면서 맥쿼리가 메가박스를 매각해 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이에 맥쿼리는 2011년 메가박스를 아이에스플러스(ISPLUS)가 운영 중이던 영화관 씨너스와 합병하기로 결정했다. 매각 계획을 접어두고 당시 시장점유율 11.4%이던 메가박스와 씨너스(12.1%)를 합쳐(총 23.5%) 업계 1위인 CGV(40%), 2위인 롯데시네마(25%)와 경쟁을 붙여본다는 전략이었다.

맥쿼리의 ‘메가박스-씨너스’전략은 적중했다. 두 영화관 합병 이후 메가박스의 실적은 급증했다. 당초 2010년 144억원에 불과했던 영업이익이 2013년 들어 410억원으로 올랐다. 지난해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도 51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합병으로 인해 맥쿼리가 보유했던 메가박스 지분이 100%에서 50%-1주로 줄었다. 나머지는 옛 씨너스의 소유주인 제이콘텐트리(46.31%)와 전문경영인 여환주(3.11%) 대표 등이 보유하게 됐다. 이것이 바로 맥쿼리가 경영권 지분 매매시 2대 주주인 제이콘텐트리에 우선매수청구권을 주게 된 배경이다.

이때 맥쿼리는 향후 매각에 있어 EBITDA의 10배 이상에 해당하는 가격에 메가박스를 사려는 인수자가 있을 때만 제이콘텐트리의 지분까지 포함한 동반매각권을 갖기로 협약했다.

메가박스, 중국에 넘어갈까?

그동안 업계에서는 EBITDA의 10배 가격을 제시하면서까지 메가박스를 인수하려는 업체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중국계 오리엔트스타캐피탈의 등장으로 상황은 반전을 맞았다. 오리엔트스타캐피탈이 메가박스 지분 100%에 대해 5700억원의 인수금을 제안하면서 ‘EBITDA 10배(5100억원)’라는 동반매각권 요건을 만족시킨 것이다.

이에 메가박스가 중국에 넘어가냐는 말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다만 중국계 오리엔트스타캐피탈이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투자자라 금융 조달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과 2대주주인 제이콘텐트리가 주주 간 계약에 따라 우선매수권을 쥐고 있다는 점이 변수로 남아있다.

그러나 맥쿼리쪽이 오리엔트스타캐피탈을 위해 2500억원 상당의 매도자금융을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하는 등 중국계 인수 후보자의 편을 들어주고 있어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인수전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맥쿼리가 발표한 매도자금융 협조와 관련해 자세히 살펴보면, 맥쿼리는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오리엔트스타캐피탈이 국내 시장에서 인수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도록 2500억원을 메가박스 지분 50% 소유주인 한국멀티플렉스투자등 매매 목적기업 명의로 先대출확약을 받은 것이다. 이 경우 인수자는 5000억원대 인수금 중에서 절반가량만 자기부담으로 조달하면 돼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된다.

현금융통이 용이한 메가박스를 그대로 가지고 있고 싶은 제이콘텐트리 입장에서는 맥쿼리의 이 같은 조치가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제이콘텐트리가 우선매수권을 사용해 오리엔트스타캐피탈이 제안한 5700억원(50%-1주 기준 약 2850억원)에 맥쿼리의 지분을 사들이면 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제이콘텐트리는 EBITDA의 약 11배에 해당하는 인수금 확보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메가박스의 지분 50%를 가져오기 위해 요구되는 자금 출자에 대해 유한책임사원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유한책임사원들은 메가박스 인수 금액에 대해 ‘지나치게 높은 금액’이라는데 입을 모았다.

현재 제이콘텐트리 입장에서는 우선매수권 발동 가격을 최대한 낮출 명분이 필요하다.

◆오리엔트? 중국계 투자자에 쏠린 의심의 ‘눈’

이러한 고심 끝에 제이콘텐트리가 심판대에 올린 것이 지나치게 높게 정해진 ‘매매 가격’과 이 가격을 책정한 주체에 해당하는 오리엔트스타캐피탈의 ‘자금조달력’ 이다.

실제 사모투자펀드(PEF) 업계에서도 오리엔트스타캐피탈의 자금조달 방안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다. 오리엔트스타캐피탈이 최근까지도 국내 주요 사모투자펀드들을 상대로 인수자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어서다. 일부 사모투자펀드에서는 자금 지원을 전제로 공동운영을 제의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엔트스타캐피탈에 대한 이러한 업계의 지적에 힘을 얻은 제이콘텐트리는 현재 오리엔트스타캐피탈 측에 자금증빙을 재촉하고 있다. 확실한 자금증빙을 전제로 ‘조건부’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한다는 입장이다. 제이콘텐트리는 오는 13일까지 맥쿼리가 오리엔트스타캐피탈이 제시한 인수자금에 대한 증빙을 분명하게 하지 않으면 즉각적으로 홍콩법원에 중재신청을 한다는 방침이다.

▲ 참여연대는 멀티플렉스 영화관 3사가 관람료와 팝콘 등의 판매를 통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영화관 확 바꾸자’라는 타이틀로 시민캠페인을 시작한다고 밝혔다.ⓒ참여연대

◆ 인수는 누가 하든 “입장권 가격 좀”

메가박스 인수를 놓고 제이콘텐트리와 오리엔트 간 접전이 치열한 가운데 소비자들은 인수 주체보다도 향후 개선되야 할 영화관 운영의 악습(惡習)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영화관 관람이 ‘부담스러운 문화생활’이라는 인식이 생겨날 정도로 영화관 입장권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지난해 영화관 측의 ‘가격 다양화’ 조치 이후 메가박스를 포함 CGV, 롯데시네마는 입장권 수입만으로 1조원을 웃도는 매출을 올렸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14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영화관 입장권 매출은 전년 대비 7.3% 증가한 수준인 1조 6641억 1865만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난해 영화 관객수가 전년보다 0.8% 증가한 2억 1506만 명으로 별 차이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입장권 매출 증가는 입장권 가격 상승에서 기인한 것임을 유추할 수 있다.

지난 9일 참여연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청년유니온은 멀티플렉스 3사의 영화관의 ‘가격 다양화’ 방침에 대해 “불공정 행위”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도 했다. 이날 참여연대 등은 “영화상영관 시장지배율 상위 3사가 시장에서의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고 불공정행위금지 등을 위반하면서 소비자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3사 멀티플렉스에서 판매되고 있는 팝콘의 가격을 문제 삼았다. 지난해 6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3대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매점에서 판매하는 먹거리 가격을 조사한 결과 팝콘의 원가는 613원으로 5000원 판매가격 기준으로 8.2배나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00원짜리 탄산음료의 원가는 600원으로 3.3배나 비싸게 받고 있었고, 8500원짜리 콤보 상품의 원가 역시 1813원으로 4.7배나 비쌌다.

이와 관련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영화관들은 원재료를 대량 구입하고 음료제조기를 이용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협의회가 산정한 원재료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게 제품을 공급받고 있을 것”이라면서 “실제 원재료가와 판매가격과의 차이는 더욱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9일 ‘영화관 확 바꾸자’라는 타이틀로 시민캠페인에 돌입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참여연대는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와 같이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전국 체인형태의 멀티플렉스는 전체 시장에서 극장수 83%, 스크린수 94%, 좌석수 97%를 차지한다. 이 수치를 통해 영화관 3사들이 국내 영화 산업을 독식하며 이익을 벌어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은 실제로 영화관에 대해 비싼 팝콘 등 영화관의 폭리와 부당 한 광고 상영, 맨 앞좌석도 동일한 영화관람료 징수, 주말 시네마포인트 사용 불가, 상영관 배정의 불공정성 등 다양한 권리 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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